진료 본인 확인 현장 가보니…

아파 죽겠는데 ‘대환장’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앞으로 병원이나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정부가 건강보험 부정수급 사례의 지속적인 발생을 예방하려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적 홍보가 미흡해 병원을 찾아가서야 의무화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 사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요양기관 본인 확인 강화제도’가 시행됐다. 병원이나 의료기관서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으려면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신분증명서는 주민등록증 외에도 운전면허증, 여권, 국가보훈등록증, 장애인 등록증, 외국인 등록증, 영주증 등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도 가능하다.

미흡한 홍보

또 사진이 부착돼있고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가 명시된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발행 증명서도 유효하지만, 신분증 사본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디지털 인증 방법이 도입돼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디지털 원패스, 간편 인증 등 전자서명 인증서나 통신사 및 신용카드사, 은행 등 본인확인 서비스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또 모바일 건강보험증이나 QR코드를 제시하는 경우도 인정된다.

병원서 첫 진료를 받는 초진 환자나 재진 환자는 무조건 신분증을 내야 하지만 한번 확인 이후 6개월 내 같은 병원에 갈 경우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제도 개선 취지는 타인 명의로 건강보험을 대여·도용하는 부정수급 사례의 지속적인 발생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고 다른 사람 명의의 신분증명서 등을 활용한 약물 오·남용과 마약류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건강보험 자격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경우 대여해 준 사람과 대여받은 사람 모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간 건강보험을 적용받으려면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시해 진료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무자격자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건강보험 급여를 받는 등 악용 사례가 계속 발생해 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5년간 3만5000건의 도용 사례를 적발하고 급여비 약 8억원에 대해 환수 결정을 내렸던 바 있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를 감안하면 실제 도용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적 홍보가 미흡한 상황서 병원을 찾아가서야 의무화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의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정수급 사례 방지 목적
병·의원 창구 여전히 혼란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에서는 종종 혼란이 빚어지고 있었다. 병원에는 ‘진료 접수 시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해놨지만 신분증 확인 절차가 추가됐다는 소식을 모르고 내원한 환자들 수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다급히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다운받거나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제공하는 간편 인증 서비스를 이용해 신원 인증 뒤 접수했다. 다만 신분증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고 되돌아가거나 안내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항의하는 환자는 없었다.


문제는 스마트폰 활용이 자유로운 젊은 층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층은 추가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는 모바일 건강보험증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내과의원을 찾은 A씨는 간호사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지만 “신분증을 안 갖고 왔다”는 말에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안내받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간호사에게 앱 다운로드부터 본인 인증까지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해당 의원의 한 간호사는 “대부분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기는 하신데 주로 연세 많으신 분들이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걸 잘 모르신다”며 “신분증을 사진 찍어 놓은 걸 보여 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어제 같은 경우 환자분들이 몰렸는데 제도가 바뀐 첫날이라 그런지 진료 접수가 지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접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 데도 그런 것처럼 숙지하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진료를 마치고 나온 B씨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게 없어도 진료받을 수 있다는 건 몰랐다”고 말했다.

C씨도 “신분증 없이도 진료받을 수 있는 건 몰랐다”며 “병원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에는 신분증 지참만 나와 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신분증이 없어도 진료가 가능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평소의 3∼4배인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14일 이내에 병원을 다시 찾아 신분증과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신분증 없어 당황
“와서 알았다” 진땀

신분 확인용으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모바일 건강보험증서 심각한 허점이 발견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본인 휴대전화가 아니더라도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타인의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스마트폰에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엔 사진이 부착되지 않아 타인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도용해도 본인 확인이 어렵다는 한계점도 제기된다.

정부는 병·의원 등 요양기관 방문 환자의 본인 확인 의무화 시행은 지난 20일부터 시작됐으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3개월간의 처분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따른 요양기관 본인·자격확인 강화제도가 시행되면서 제도 시행 초기 일선 현장의 혼란과 업무부담을 최소화하고자 과태료 등 처분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며 “3개월간 본인·자격 확인 의무 위반 시 과태료와 부당이득금 처분이 유예된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이후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요양기관은 100만원 이하(1차 위반 30만원, 2차 6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분증 대여·도용 적발 시 의료기관서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음이 확인될 경우, 부당 행위자와 연대해 부당이득금이 부과될 수 있는데 이를 유예한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각 기관·단체에 “계도기간 동안 집중 홍보를 통해 요양기관 본인 자격확인 제도가 안정적으로 안착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실효성은?

이어 “신분증 미지참으로 인해 본인 확인이 어려운 경우 모바일 건강보험증 등으로 확인하거나 전액 본인 부담 후 본인 확인 시 환급하는 방법이 있음을 충분히 안내해 방문환자를 돌려보내는 등으로 환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본인 확인 예외 대상이다. 또 진료 의뢰 등으로 병원을 옮긴 경우, 응급환자와 중증장애인·임산부 등도 예외를 인정한다. 이 경우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시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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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