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국노래자랑’ 새 얼굴 남희석

채워지지 않는 송해 빈자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국노래자랑>의 MC가 돌연 바뀌었다. 일각에는 정치적인 이유, 내부적인 문제 등의 이유가 나오고 있다. MC 교체를 보류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나오지만 그럴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전국노래자랑>의 MC가 1년6개월여 만에 교체됐다. 코미디언 남희석이 새로운 MC로 발탁됐다. 종편 최장수 프로그램의 MC가 지상파 최장수 프로그램 MC가 됐다. 유행어 “빠라바라바라밤~”의 주인공 개그맨 남희석의 이야기다.

남희석은 1971년 7월6일 충남 보령군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영화 <내사랑 동키호테>서 동키의 동생 역을 맡은 김민종의 학교 친구 역으로 10초가량 나왔다. 이후 KBS1 <자니윤 쇼>에 1989년 11월에 나와 자니 윤의 성대모사로 주목받고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했다.

개그맨으로
살아온 길

<해피투게더>에 KBS 공채 개그맨 7기 동기들과 함께 출연했을 때 언급된 바에 의하면, 그는 개그맨 시험 전날 술을 잔뜩 먹고 왔는데도 왠지 모르게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자신감을 풍겼다고 한다.

그리고 시험 현장에 이전에 쓰던 글짓기 대회 안내 현수막이 남아있는 것을 보더니 자기 순서에 심사위원들에게 ‘글짓기 심사하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애드리브를 쳐서 바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최고의 전성기는 SBS의 <좋은 친구들>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을 진행할 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당시의 두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 2위를 다퉜으며 남희석도 개그맨 인기 순위 최정상에 있었다.

다만 한창 전성기를 누릴 시기에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TV서 사라지며 짧은 전성기를 끝내게 된다.

공백기 이후에는 외국인과 어르신 전문 프로그램 MC로 이미지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채널A 개국과 동시에 탄생한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MC를 맡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크게 히트하면서 다시금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남희석은 오는 31일부터 후배 코미디언 김신영의 뒤를 이어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을 예정이다.

남희석은 KBS의 공식 발표 이후 “누가 해도 부담이 되는 자리고 정말 어려운 자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동안 해온 김신영이 너무 잘 해줘서 고맙다”며 “나도 이 자리서 어르신들과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진행을 하겠다. 제 나이에 맞게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국노래자랑>은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1950년대 라디오 노래자랑을 거쳐 1980년 11월9일 정규 편성됐다. 

처음엔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이름이었다. 현재와 같은 일반인들의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학가요제와 마찬가지로 가수 또는 지망생들이 노래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1971년 10월16일 첫 방송 했으며, 1977년 4월2일까지 방영됐다.


지난 4일 KBS 전격 발표
“부담되고 어려운 자리”

이후 1980년 11월9일에 전국노래자랑으로 방영되기 시작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일반인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으로 특정 가수의 출연 여부에 따라 시청률이 오락가락하지 않으며 시청층도 50~7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정적인 시청률도 나오는 편이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젊은 층의 참가자들도 많이 등장하는 데다가 프로그램 특성상 관심을 끄는 참가자가 많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에는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였을 뿐만 아니라 20~30대 시청자들도 많았다. 

<전국노래자랑>은 전국 각 지방을 돌면서 주민이 참여하는 순회공연 형식이며, 공개 녹화 방식으로 녹화되고, 특정 시, 군, 자치구, 즉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녹화를 한다.

예선을 거치고 선발된 지역주민들이 노래나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방식이며, 물론 초대 가수도 등장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도 등장하여(구청장이나 시장, 군수를 비롯한 정치인들) 지역 소개도 하고 일부 지자체장들은 본인의 애창곡을 무대서 부르고 내려가기도 한다.

출연자들이 녹화 지역의 특산품이나 유명 음식을 가져와서 MC와 노래자랑 악단에게 권하는 장면은 <전국노래자랑>의 한 묘미로 꼽히기도 한다.

초대 MC 이한필을 시작으로 MC 이상용, 아나운서 고광수, 최선규 등이 거쳐갔다. 송해는 198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34년간 진행했다. 송해가 진행할 당시 <전국노래자랑>은 ‘신흥종교 송해교’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송해는 나이를 불문하고 오빠라 불렸다. 아이들과 여중고생들조차도 오빠라고 불렀으며 심지어 송해와 나이가 같거나 나이가 더 많은 여성 참가자 일부도 오빠라고 불렀다. 원조 국민 오빠인 셈이다.

송해는 생전 죽을 때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2년 고령의 나이와 코로나19 확진 후 체력 저하, 병원서 입원 치료를 받을 만큼 건강이 안 좋아져 제작진에 하차 의사를 전했다.

지난 2022년 6월8일 송해가 자택서 사망하면서 <전국노래자랑>과의 동행은 마무리됐다. 공식적인 후임 MC는 미정이었으나 2022년 7월10일부터 정규방송이 재개된 후로는 임시 MC였던 임수민 아나운서와 이호섭 작곡가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임시로 진행을 맡았다.

최장수
프로그램


이후 2022년 10월16일부터는 김신영이 단독으로 MC를 맡았다. 

김신영 첫 방송은 전임 MC 송해의 뒤를 잇는 의미로 실향민이던 송해의 아내의 고향이자 본인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온 대구광역시 달서구 편으로 선정됐다.

첫 녹화 당시 어마어마한 인파가 방문했으며 젊은 층들의 방문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김신영 효과라고 불렸다.
첫 방송 이후 임시 MC였던 이호섭, 임수민 아나운서 대의 6~8% 시청률을 극복하고 다시 송해 시대의 10%대에 근접한 9.2%의 시청률을 내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에 들어서 평균적으로 6% 대의 시청률을 뽑으며 초라한 성적을 내 <전국노래자랑> 위기설도 나왔다. 시청자들은 “어리고 어색한 MC”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인지 KBS는 지난 4일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로 남희석이 확정됐음을 알린다”며 “고 송해에 이어 젊은 에너지로 이끌어주셨던 김신영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진행자 남희석에게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남희석의 첫 방송은 오는 31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MC 교체 이유나 김신영의 일방적 하차 통보 주장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신영 소속사 씨제스스튜디오는 “9일 인천 서구편 녹화를 끝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면서 “제작진 역시 지난주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하며 연락했다. 김신영은 2년여간 전국을 누비며 달려 온 제작진과 힘차게 마지막 녹화에 임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신영의 하차 발표 이후 일각에선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혹도 나온다. 

남희석이 여권 핵심 인사들과의 친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남희석은 지난해 12월 충남 보령시서 ‘보령을 바꾸는 시민들의 목소리’라는 강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소울메이트’라고 지칭한 장동혁 의원의 부인이 출연했다. 

남희석은 또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박성민 의원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신영이 문재인 전 대통령 시계를 자랑해서 잘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두고 전여옥 전 새누리당(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신영씨는 정치 성향을 드러낸 적이 없다. ‘문재인 시계’는 이번에 좌파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보고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예계와 정치판은 사람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점에서 비슷한데, 연예계가 정치판보다 더 냉정하다”면서 “저도 방송국서 일해 보기도 했고 프리랜서도 하면서 전날 교체 통보받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MC로 발탁된 남희석이 보수 성향이라 뽑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남희석과 방송해 봐서 아는데 그는 정치적 발언조차 안 하는 얄미울 정도로 ‘중간’”이라며 “<전국노래자랑> MC 교체를 정치와 연관 짓지 말라”고 반박했다.

1년6개월
MC 변경

남희석 측 관계자는 “남희석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도 많은 친분이 있다”며 “이번 MC 교체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송계에서는 KBS 경영진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선 예전만 못한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이 김신영의 하차 이유로 꼽힌다.

여러 방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BS는 <전국노래자랑>의 주 시청층인 노년 시청자를 다시 불러 모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신영 교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신영 투입 후 10~30대 시청자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60대 이상 시청자의 호응은 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송해가 진행을 맡았을 때 10%대를 유지했던 시청률은 최근 하락세였다. 지난해 10월 시청률은 3~4%까지 떨어졌고 그 이후에도 4~5%대에 머물렀다.

또 다른 이유로는 KBS 전사적인 차원서 이뤄지고 있는 예산 감축, 예능 개편의 영향권서 <전국노래자랑>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KBS 이사회는 총 1101억원의 인건비를 삭감하는 올해 종합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로 인해 박민 사장은 전사적인 차원서 인원과 제작비를 축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에는 특별명예퇴직 신청자와 희망퇴직 신청자 등 87명을 면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박 사장은 전사적인 프로그램 개편도 진행 중이다. 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더 라이브> <주진우 라이브>를 폐지했고 <뉴스9> 등 주요 뉴스 앵커를 시청자와 인사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했다.

예능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시사교양 <역사저널 그날> 등도 갑작스럽게 폐지하거나 편성 중단했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다큐 <인사이트-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가 당초 다음 달 18일 방송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나 사측 반대로 제작이 무산되기도 했다.

문제는 박 사장이 해당 프로그램 편성 중단과 출연진 교체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정치적·KBS 내부 의혹 제기
반대 청원 20건 넘게 나오기도

방송법과 KBS 편성 규약 등에 따르면 누구든 임의로 프로그램 폐지·편성 변경을 하거나 제작자나 출연진을 교체할 수 없다. 실무자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 절차·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 같은 절차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KBS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시청자들도 KBS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한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김신영 하차에 반발하는 청원이 약 20여건 올라왔다. 

그중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그대로 유지시켜 달라”와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 화이팅”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시청자 청원 두 건은 각각 1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KBS는 1000명 이상이 해당 청원에 동의할 경우 직접 답변해야 한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 화이팅”이라는 청원을 올린 임모씨는 글에서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의 진행 덕분에 그 시간은 많이 웃을 수 있었다”며 “바뀐 김신영 진행자가 <전국노래자랑>을 더 활기차고 웃음 가득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체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냐.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면서 이렇게 진행자를 막무가내로 바꿀 수 있냐”고 물었다.

이외에도 “김신영 하차 반대” “KBS는 공영방송이다. <전국노래자랑>은 시민들의 방송이다. 제발 지켜주시라”며 김신영의 하차를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 글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하차 사실이 알려진 뒤 KBS <전국노래자랑> 시청자 소감 게시판에도 수십개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지적하는 글들이 많았다.

“막무가내식 MC 교체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문모씨는 청원서 “이 글 쓰려고 회원 가입했다”며 “어떤 이유도 없이 절차 없이 막무가내로 MC 교체는 안 된다. 국민을 위한 방송이라면 막무가내식 MC 교체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원 글을 올린 작성자는 “최소한의 절차를 지키고 후보자를 검토해야 하지 않냐”며 “한 명의 시청자도 소중히 대하는 김신영 MC를 응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홍김동전> 등의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에도 올라온 글에도 KBS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아 이번에도 무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률 때문?
교체 내막은…

일각에선 김신영이 여자 MC라서 교체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매체는 김신영 측이 MC 교체를 듣는 과정서 ‘젊은 여자 MC는 (프로그램 특성에)맞지 않는다는 KBS 내부 의견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KBS 측은 “KBS 내부서 이런 여성 차별적 의견은 나온 적이 없을 뿐더러 KBS서 이런 말이 통하지도 않는다”며 “경영진 차원서(교체를)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남희석의 <전국노래자랑> 진행도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신영도 열심히 했지만 남희석의 입담도 기대된다”는 글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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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