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유튜버 감은 ‘코인 게이트’ 추적

“나도 피해자” 얼굴마담으로 쓰였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들과 연예인들이 ‘코인 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유명인들은 연이은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업체 역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언급하면서 수사에 착수한 금융위원회와 경찰의 수사 결과에도 관심이 모인다.

‘장사의신’ 은현종의 논란 중 하나였던 이른바 ‘스캠 코인(사기 가상화폐)’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위너즈 코인 이사진에 유명 유튜버와 스포츠인들이 등록돼있으며 대표와의 친분이 드러난 사진이 퍼지면서다. 논란에 연루된 인물들은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위너즈는 자체의 토큰 경제와 자체의 MMA 리그, 스포츠센터, 그리고 다양한 스포츠 서비스를 보유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스포츠 플랫폼 회사다. 

투자 유치
과정 보니…

해당 업체가 발행한 ‘위너즈 코인’이 불법도박 사업 및 유사수신, 다단계사기라는 투자자 주장이 나오면서 스캠 코인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유명인들을 앞세워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이 스캠 코인이라는 점이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당국서도 위너즈 코인의 스캠 코인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위너즈 코인과 관련한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돼 금융위원회서 경찰청으로 사건이 이송됐고 수사 중이다.


통상 스캠 코인 발행 일당은 투자자들에게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얼굴을 내세워 신뢰감을 느끼게 만들고 단기간에 고소득을 낼 수 있다고 꼬드겨 투자금을 편취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구체적인 범행 수법은 이렇다. 우선 일당은 차명으로 사업체를 설립하고 스캠 코인을 발행한 뒤 이를 거래소에 상장시킨다. 이후 사업체와 관련된 허위 과장·공시를 유포하고 코인 가격을 급격하게 올린다. 가격이 고점에 이르면 이를 매도해 소위 ‘물량털기’식으로 수익을 편취한다.

여기서 스캠 코인을 발행하는 일당은 유명인을 동원해 투자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연예인이나 인기 스포츠 스타, 유튜버 등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하면서 피해자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방식이다.

일부 코인은 특정 기업 명칭을 갖다 붙여 마치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관련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위너즈 코인에 스캠 의혹이 일자 이사로 등재된 유명인이 주목받았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장사의신’ 은현장이 관련 스캠 코인(위너즈 코인)에 연관됐다고 주장하자 해당 코인 이사로 등재된 유튜버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인기 유튜버인 오킹은 위너즈 코인 이사 등재에 관한 논란이 거세지자 한 차례 스캠 코인과는 일절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명인 대거 연루 스캠 코인사건?
불법도박·유사수신·다단계 주장


그는 지난 5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인을 통해서 유튜브 컨설턴트 관련 조언이 필요하다며 위너즈와 접촉이 됐고 처음 알기로는 스포츠 플랫폼에 대한 컨설턴트라고 생각해 인연을 이어갔다”며 “(위너즈가)저한테 코인 관련한 어떤 부탁도 한 적이 없고 저는 그냥 유튜브 콘텐츠만 잘 만들자 이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로 올라와 있는 것이 (코인) 홍보 수단으로 보여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인이나 스캠에 대한 지식도 없고 현재 소유하고 있는 코인도 지분도 없다”며 “코인에 투자한 적도 없고 유튜브 출연료로 5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킹이 평소에도 해당 업체 관계자들과 골프를 치거나 친목 활동을 하는 사진이 드러나면서 누리꾼들은 그의 해명을 믿지 않았다. 

오킹은 며칠 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했다”고 고백했다. 오킹은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사과 영상서 “위너즈와 저 사이에 출연료 500만원 외에 아무런 금전적 관계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위너즈에 투자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투자 철회 의사를 전달해놨다. 여러분께 이 부분에 대해서 더 명백히 밝히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현재는 투자를 철회한 것과 더불어 위너즈와 함께했던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앞으로도 위너즈와 협업할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오킹은 “제가 투자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사유는 저와 함께 일하는 위너즈의 동료들이 하나같이 저에게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며 “그 사람들이 회사 투자를 제안했을 때 저는 선뜻 제가 가진 여유 자금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금·경 동시 
수사 들어가

또 “제가 본 위너즈는 분명 체육시설도 운영하고, 강남에 사옥도 있고, 콘텐츠 제작진도 갖춘 유형의 자산을 많이 가진 회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실체가 있는 기업서 암호화폐를 접목시키는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는가보다 정도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들이 저에게 베푼 호의와 따뜻함을 회사의 투자 가치와 연결한 것은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었고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오킹은 “저는 코인 사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팀 이사로 등재됐지만 현재는 제가 직접 이사직 사임을 요청했으며 수리됐다”며 “만약 제가 위너즈와 계속 함께하게 된다면 제가 알지도 못하는 암호화폐 사업도 함께 믿어달라는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고 이 메시지는 많은 사람에게 제 의도와는 다른 부적절한 투자를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가 위너즈서 진행한 투자에 대해 전부 철회 의사를 밝혔고, 더 이상 위너즈 콘텐츠 사업을 포함한 모든 사업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스캠 코인 의혹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유명인은 오킹뿐만이 아니다. ‘별놈들’의 나선욱, ‘숏박스’의 조진세, 김원훈, 이천수 전 축구 국가대표, 개그맨 한민관, 슈퍼주니어 최시원 등도 관련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들은 모두 줄줄이 해명문을 내놨다.


최 전 대표와 술자리를 가진 사진으로 의혹에 휩싸인 나씨는 지난 10일, 유튜브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우선 각종 언론을 통해 알려진 위너즈 관련 내용으로 인해 구독자 여러분께 심려와 우려를 끼친 것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모르고 
동원됐나

나씨는 “언론에 알려진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공개된 사진 역시 해당 모임에 있던 크리에이터 분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생일과 송년회에 한 번씩 초대받아 참석했던 자리다. 두 번의 모임 모두 짧은 식사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위너즈와는 그 어떠한 관계도 없으며, 코인 투자 또한 단 한 번도 진행한 적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적었다.

‘숏박스’ 측은 지난 11일 “금일 채널 댓글을 통해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저희는 위너즈 관련 논란으로 언급된 최 전 대표 및 기타 관련자와 어떠한 사업적, 금전적 논의 및 거래가 없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공지했다. 이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최 전 대표와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돼 한 시간 내외의 짧은 만남을 두 차례 가졌다”며 “이는 각각 1년 전, 그리고 2023년 5월경이었다. 저희로서도 부담스러운 자리였기에 두 번 모두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자리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업체가 위너즈 코인 이전에 발행한 골든골(GDG) 코인과 연루됐다는 주장이 일었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위너즈 코인 바로 전에 있었던 게 ‘GDG 코인’이다. GDG 코인의 홍보모델은 누구였을까요? 바로 이 전 국가대표”라고 주장하면서다.


‘가세연’은 업체가 GDG 코인을 홍보하는 과정서 이 전 국가대표의 유명세를 활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천수가 업체 관계자들과 노래방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이천수는 “2021년 4월 당시 지인으로부터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후배를 소개받았다. 그 이후에 몇 차례 미팅을 통해 GDG 회사에 대한 소개를 들었고 이 회사의 사업 방향은 축구 유소년 대회 개최 등을 NFT와 결합해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설명 들었다”고 해명했다.

하나 같이 “억울하다” 반박
과거 GDG·청년 코인도 논란

이어 “GDG서 ‘이천수 축구화를 NFT 상품으로 발행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경매하거나 사고파는 것이 아닌 이벤트성으로 추첨을 통해 지급되는 것이라고 해 그 이벤트에 한해서만 초상권을 쓸 수 있게 해줬다. 실제로 추첨을 통해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GDG가 이천수를 앞세워 홍보를 이어가자 이후 비즈니스 협력을 끊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한 GDG 회사에 저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다 내려달라고 항의했다”며 “GDG 쪽에서는 이 문제를 받아들이고서 모든 게시물을 내린 후 그 회사와 어떤 비즈니스 협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 GDG 로고를 후원 명단에 담았던 개그맨 한민관도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골든골 유소년 축구재단(GDG) 관련으로는 2021년 봄쯤 레이싱 후원 관련으로 사회인 야구단 동생에게서 소개받았고, 그 자리서 최 전 대표와의의 만남이 있었다”며 “저는 레이싱팀을 위해 현금 후원을 제안했지만, 현금 후원은 안 되고 코인으로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원 금액만큼 코인을 줬고 아직도 갖고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서도 코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상장은 안 됐고 코인은 쓸모가 없어졌다. 후원을 받는 조건으로 스티커 부착 및 영상에 로고를 넣었지만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대표가 과거에 진행했던 한국청년위원회 ‘청년 코인’ 홍보대사로 의혹에 연루된 최시원은 “한국청년위원회 청년페이 논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홍보대사에 위촉된 사실도 없다”며 “한국청년위원회 주관 시상식서 표창을 수여한 적은 있으나 이는 청년들에게 귀감이 돼달라는 수상 취지에 따른 것일 뿐 현 논란과 무관하다”고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위너즈도 최근 불거진 각종 코인 의혹 보도에 언급되면서 이에 대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위너즈는 “항간에 떠도는 한민관, 나선욱, 숏박스, 이천수 등의 유명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그들 개인 간의 친분과 함께 한 사진에 위너즈가 허위 사실로 엮이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허위 사실
강력 대응”

특히 “인기 유튜버 오킹이 위너즈에 투자한 사실을 적기에 밝히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위너즈는 사전에 이 사실을 공표하도록 전달했고 지금은 모든 사실관계가 제대로 정리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가짜 뉴스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해당 유튜버 및 악성 댓글 게시자, 2차 전달자 등에게는 선처나 어떠한 합의 없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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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