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직장 여성의 출산 이야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03 08:44:46
  • 호수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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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사회생활 동시에 못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한국은 저출산 국가 딱지가 붙은 지 오래다. 이젠 인구절벽을 논할 때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쳐오고 있지만, 실상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결국 직장생활을 하려면 임신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신혼부부의 고민이다.

2023년 2분기 출생아 수는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합계출산율도 2분기 기준 0.7명까지 낮아지면서 2023년 연간 합계출산율은 0.6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에선 이 같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5년 넘게 수백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출산률은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막대한 비용

윤석열정부도 2024년도 새해 예산안서 부모급여 확대, 육아휴직 급여 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및 2분기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6087명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062명(6.8%) 감소했다. 이는 모든 분기를 통틀어 역대 가장 적은 규모다. 6월만 보면 출생아 수는 1만8615명으로 파악됐다. 2022년 6월보다 300명 줄었는데 감소 흐름은 91개월 연속 이어졌다.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01명으로 집계돼 2022년 동기 대비 0.05명 줄었다. 2022년 4분기(0.702명)보다 소폭 낮아 이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다시 썼다. 2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은 2012년(1.26명) 정점을 찍고 이후 꾸준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0.53명), 부산(0.66명), 대구(0.67명), 인천(0.67명) 등 대도시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전남(0.94명), 강원(0.87명), 충북(0.87명) 등 인구가 적은 시골지역은 평균보다 높았다. 국내 출생률 1위 지역이었던 세종(0.94)의 합계출산율도 올 2분기 처음으로 1명선이 깨졌다.

통계청이 확정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를 보면 2023년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되면서 2022년보다 0.03명(3.7%)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정부가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간 저출산에 대응해 28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1.13명에서 0.81명으로 떨어졌다.

높은 부동산 가격,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노동환경 등 아이를 낳고 기를 근본적인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청년들은 점점 더 결혼과 출산·육아를 꺼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9~34세 청년 가운데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36.4%로, 10년 전(56.5%)에 비해 20%p 이상 감소했다.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53.5%)도 절반 이상에 달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녀를 가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 

난임 병원을 다니고 있는 A씨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이나 요즘은 누구나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난임 치료를 하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자는 애를 낳으려면 직장을 포기해야 하고, 직장을 다니려면 애를 포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은행원인 A씨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승진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좋았다. 일이 힘들 때는 ‘더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자’고 자기 세뇌를 하면서까지 일에 집중했다.

한 달에 2~3번 무조건 병원
버티다 결국 무급 휴직 선택

지난해 초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입무를 맡았는데 당시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는 날이 허다했다.

문제는 A씨와 A씨 사수 모두가 임신을 준비 중이었다는 점이다. A씨는 초과 근무로 매달 임신에 실패했고, A씨 사수는 이유없는 가슴 통증과 부정 출혈이 있었다. 두 사람은 불임 이유로 직장생활을 꼽았다.

임신을 위해 A씨는 난임 병원을 찾았고, 이때부터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연가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자연 임신을 시도하는 중에는 한 주기(약 4주)에 세 번씩 내원해야 한다. A씨가 다니는 난임 병원은 대학 병원이었는데, 난임 클리닉도 가고 싶었지만 일정을 더 뺄 수 없어서 포기했다.

첫 번째 난임 병원 방문은 생리 시작 당일부터 3일 내로 잡았다. 이날은 자궁과 난소 상태를 질 초음파로 확인했다. 이때 난소와 자궁 상태를 확인하고 어떤 시술을 받을 지 의논했다. 

두 번째 방문은 생리 시작 10일 후로 잡았다. 난자 상태를 확인하는 방문으로, 난자가 잘 자라지 않았을 경우 2~3일 뒤에 한 번 더 내원해야 했다. 배란일을 받은 뒤 자연 임신을 시도해보고 2주 후 임신이 아니면 다음 주 기예약을 잡아야 한다.

이 패턴은 임신 때까지 계속된다. A씨는 “‘한 달에 두 번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주에 한 번씩 오롯이 임신을 위해 연차나 반차를 써야 한다”며 “사람이 살다 보면 치과나 내과를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너무 부족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난임 병원에 가는 동안 업무가 쌓이거나 다른 동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처리를 몰아서 했다. 연차를 쓸 때는 ‘개인 사유’로 휴가를 냈지만, 시간이 지나자 “몸이 안 좋은 거냐”고 확인 차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임신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결국 A씨는 휴직을 결심했다. 끊임없는 연가 사용 문제 외에도 사내 인간관계서 오는 스트레스, 직무 만족도 하락, 업무 스케줄 불안정성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약을 복용하던 시기에 갑작스런 2주간의 해외 출장 명령까지 받았다. 평상시라면 좋아할만한 일이었지만, 하필 출장 기간이 배란일이었다. 거절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임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출장 갈 수 없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고, 그달에 5개의 난자가 배란됐지만, 아무런 시도도 하지 못했다.

임신 시도를 계속 해야 하는데 업무는 계속 쏟아졌다. 3주가량 피로가 누적됐고, 결국 열감기에 시달려야 했다. 혹시 모를 임신 가능성 때문에 약을 먹을 수도 없었다. 일이 끝내도 다른 일을 맡겼고, A씨는 불면증과 우울감을 겪었다. 


백약이 무효

그나마 다행인 것은 1년간 무급 휴직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 역시 A씨 직장에는 전례가 없었던 일로, 법규를 찾아 직접 얻어낸 결과였다. A씨는 “내 사수는 결국 임신을 포기했다. 저출산 국가인데, 임신을 위해 도와주지 않는다. 사회 구조가 임신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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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