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유튜버 명의도용 실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05 10:26:20
  • 호수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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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만 알려주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유명인과 직접 대화하고, 유명인이 돈을 번 비법을 직접 전수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감정의 틈을 이용한 사람이 있다. 이들은 본인을 유명 유튜버인 양 카카오톡 아이디를 만들어 구독자와 대화하며 은밀히 “너한테만 알려주고 싶은 투자 정보가 있다”고 속삭인다. 

여태까지 명의도용은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했다. 주민등록법 제37조에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하게 사용한 자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자 ▲법률에 따르지 않고 영리의 목적으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자 ▲주민등록번호 부여 방법으로 거짓의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사람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유명인인 척

이제는 명의도용 방법이 바뀌었다. 예전엔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면, 이제는 유명세를 이용한 명의도용이 극성이다. 이는 ‘유튜버’의 명성을 이용한 명의도용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통계분석 전문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수익 창출 유튜브 채널(구독자 1000명 이상 채널 수)은 인구 529명당 1개다. 총 인구 5178만명을 수익 창출 채널 9만7934개로 나눈 수치다. 

유튜브 수익 창출 채널은 구독자 1000명 및 연간 누적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으로 광고를 삽입할 수 있는 채널을 뜻한다. 그렇다면 유튜버의 수익은 어떻게 될까?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디어콘텐츠 창작 사업자 1719명의 총 연 수익금은 1760억원으로 1인 평균 1억243만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촬영 경비 등 배용을 차감한 소득 금액은 4498만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853만원 매출, 374만원 소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유튜버로 자리만 잡으면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얻는다는 계산이다. 이러니 당연히 팬층이 두터운 유튜버가 많다. 전문 지식을 전하거나 단순히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유튜버들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이렇게 얼굴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전달되는 정보로 사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점을 이용해 유명 유튜버들의 명의도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본인 명의를 다른 사람이 도용했다는 사실을 인지해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유튜버 A씨는 팬을 통해서 자신의 명의가 도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주부 유튜버로 간단한 음식이나 청소 팁을 공유했다.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재테크가 있으면 공유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유튜버 운영이 잘됐던 덕분에 집안 살림에 보탬을 주면서 육아에도 전념할 수 있었다.

구독자들은 A씨와 같이 소통하길 원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목소리가 계속 나와야 하고, 장소 제약도 있어서 불편했다. 고민 끝에 A씨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아이디를 만들었다. 유튜브 채널과 동일한 아이디와 사진이었다.

A씨는 친구들과 소통하듯 대화했다. 일상서도 유튜브서 하듯 투자, 생활 팁 등을 공유했다. 수강생층이 두터워지면서 모이는 정보들이 점점 많아졌다.


어느 날 새 단톡방으로 유입된 수강생이 A씨에게 개인적으로 말을 걸었다. “카카오톡으로 A씨 이름을 검색했는데 똑같은 아이디와 사진으로 검색이 여러명 검색됐다. 아무 생각 없이 맨 밑에 있는 아이디로 대화를 걸었는데,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 운을 뗐다.

주식 리딩, 다단계, 채굴 사기 등
“1:1 투자 권유하지 않습니다”

A씨와 직접 대화한다고 믿은 수강생은 기분 좋은 마음에 다양한 말을 했는데, 첫날에는 대수롭지 않은 안부 인사를 하면서 대화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 내용이 이상했다.

특히 A씨가 재테크 관련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올린 날이면 은근히 “자신이 좋은 투자를 알고 있다”며 수강생에게 “좋은 주식 리딩방이 있다”고 광고한 것이다.

팬의 말을 들은 A씨는 깜짝 놀랐다. 애초에 그는 주식 리딩방을 해본 적도 없는 데다, 수강생과 그런 류의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다. A씨가 다시 검색해 보니 수강생 말은 사실이었다. A씨 이름으로 된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아이디는 총 6개나 있었다. 모든 아이디가 동일했고, 유튜브 채널서 사용하는 사진과 동일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더 커졌다. A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중 한 명이 사칭범의 말을 듣고 주식 리딩방에 투자했다가 1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이것도 피해자 B씨가 A씨에게 따지듯 연락해 알게 된 것이었다. 

B씨는 “평상시 좋아했던 유튜버와 친분을 갖게 된 것이 기뻤다.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좋은 투자처가 있다고 소개해 준다고 했다. 평소 재테크 등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줬기에 의심하지 않았다”며 “아무나 알려주지 않는 정보라고 빨리 투자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이상한 마음은 들었지만 급한 마음에 여러 번 투자했는데 사기였다”고 분노했다.

사칭범은 수강생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사기를 치지 않았다. 주식 리딩, 다단계, 선물, 불법 토토 등 돌아가면서, 사기 칠 대상을 물색한 것이다.

한순간에 수강생을 상대로 등쳐먹는 사기꾼으로 오해받고 명의도용 피해자가 됐지만, A씨는 여전히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억울한 마음에 경찰서에 찾아갔지만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A씨는 경찰서 민원실에 “내 얼굴 사진과 아이디를 도용한 사람이 있다. 내가 피해자는 아닌데, 내 구독자한테 사기를 쳤다. 신고할 수 있냐”고 문의했다. 

경찰관은 “예로 특정 연예인 사진을 걸어놓고 본인이 그 연예인이라고 써 놓은 사람이 주식 리딩 사기로 피해자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형사 고발을 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이라면 유튜버 본인은 피해자가 아니다. 피해를 본 사람이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밀한 접근


그렇다면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카카오톡 오픈 채팅 사기 사칭 주의 바랍니다. 맨 아래 친구 591명 하나만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입니다. 이 아이디는 채굴 사기 등 범죄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신고해서 삭제하는데 계속 만들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고 적는 방법뿐이었다.

A씨는 “다행히 내 구독자는 내가 주식 리딩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 또 사칭범이 나타나 나를 사칭할 수 있을지 무섭고, 내가 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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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