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수본 수사기록 해부

‘유족 사찰’ 고스란히 담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가 지났다. 정무·도의적 책임을 회피한 주무 부처와 기관장들은 사법 리스크서 벗어났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특별수사본부의 기록은 더욱 끔찍하다. 용산경찰서 일선 정보관들과 지휘를 받는 공무원들만이 ‘양심선언’을 했다. 비슷한 참사는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국가와 정부의 무책임함도 지속되고 있는 꼴이다.

이태원 참사는 주최 없는 행사였으므로 지자체와 경찰의 책임이 없다는 게 현재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던 피의자 신분 고위 공무원들의 말이다. 하지만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의 기록에 적혀 있는 일선 공무원들의 말은 달랐다. ‘책임 회피’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과 참사 유가족들을 사찰했다는 증언이 적나라하게 젹혀 있다.

몰래 뒷조사?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에 관해 부실한 대응으로 일관한 공무원들의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주최자가 없어 지역축제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한 사례들을 적시했다.

특수본 수사기록에 따르면 수원시는 광교호수공원에 방문객이 많다는 특성을 고려해 2022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했다. 부산광역시 금정구는 2018년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를 위한 안전관리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핼러윈 기간을 앞두고 ‘인파 위험 보고서’를 작성한 용산경찰서 정보관들도 서울서부지검의 참고인 조사에서 ‘주최 없는 핼러윈을 더 대비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 용산서 정보관은 검사가 ‘김진호(용산서 전 정보과장)는 주최 없는 행사에는 정보관을 파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하자 “그건 아니다. 기존에 이태원을 담당했던 퇴직 정보관들이 이 사고 이후에 ‘자신들이 더 늦게 퇴직했으면 구청에 연락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안타까워했다”면서 “주최가 없는 경우 오히려 제어하는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참사 보름 전 열린 지구촌 축제에 정보관이 파견됐던 것과 관련해서는 “김 과장은 지구촌 축제는 주최가 있었기 때문에 정보관이 파견됐고, 핼러윈은 (주최가)없어서 파견이 안 된 것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동의할 수 없다”며 “같은 축제고, 같이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이 예상되는데 오히려 주최 없는 핼러윈이 더 위험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적나라한 윗선 봐주기
지금까지 모르쇠 일관

책임지지 않는 인물 중 1명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검사가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인적사항을 보면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경기 성남·화성, 대구 등 지방서도 이태원에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데”라고 말하자 “홍대나 강남역에도 많이 갔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참사 직후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고 사과했던 그는 변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을 축제라고 무슨 근거로 명명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사가 “사고 장소(해밀턴호텔 골목)를 평소에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인가”라고 묻자 “그 장소 모르면 구청장에 어떻게 출마하나”라면서도 이후 질문에는 “그 골목을 그렇게 많이 이용한다고 상상도 못해봤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매년 핼러윈에)인파가 밀집한다기보다는 그냥 사람이 많이 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인파 관리나 군중의 통제는 경찰의 업무고 저희는 권한이 없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권한이 없는데)대비를 하는 것이 오히려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검찰 조사에서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진술했다. “관계기관 협동 안전관리가 필요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사실 구청서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했어야 하는데,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저희 경찰이 구청, 이태원역장, 상인회장과 4자 간담회를 하고 나름대로 안전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용산구청과 경찰 간 책임을 놓고 서로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이 전 서장은 특수본 조사에서 참사 당일 112 신고가 쏟아졌으나 출동 조치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장 직원들의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경찰·용산구청 서로 책임 떠넘기기
유가족 동향 체크 세월호 때와 유사

경찰은 참사 피해자 유가족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보관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경찰 정보계통 윗선인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 대해 “일선 정보 경찰들이 수집해서는 안 되는 ‘이태원 유가족 동향’ 등 정보를 보고받았다”고 수사보고서에 적시했다.

박 전 부장은 참사 이후 용산경찰서 정보과서 이태원 유가족 동향 정보 등이 포함된 51쪽 분량의 ‘이태원 사고 관련 안전상황보고서’를 보고받았다.

특수본의 ‘피의자 박성민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및 증거인멸에 관한 인식 여부’ 수사보고서에는 “피의자는 국가 경찰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책무를 회피한 채 일선 경찰서 정보 경찰들이 수집해선 안 되는 정보(이태원 사고 피해자 유가족 등의 동향)를 보고받았다”고 적혀있다.

특수본은 박 전 부장이 해당 문건을 삭제하도록 실질적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이태원 사고의 원인 규명과 관련해 수사 내지는 감찰 조사의 증거뿐 아니라 이태원 사고 피해자 유족 동향 등 서울청 소속 정보 경찰관들이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 문건도 인멸하려 했다는 내심의 의사를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부장은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1일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서 “불필요한 문서가 남지 않도록 관리하고, 사찰 등 규정에 어긋나는 문서를 작성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지시했다.

특수본은 박 전 부장이 손제한 당시 특수본부장(경무관)에게 연락해 해당 문건을 ‘몰래 돌려달라’고 요구한 증거도 확보했다.

이대로 끝?


특수본이 용산서 정보과를 압수수색한 11월2일 오후 8시14분쯤, 박 전 부장은 손 경무관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바쁜데 미안합니다. 특수본 수사관이 용산서 정보과에서 정보상황보고서 51쪽을 임의제출로 받아갔는데 내용상 사고 이후 순천향병원, 유가족 반응 등 단순 상황이라 압수 필요성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용산서 정보과장이 임의제출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러냐고 (하면서)모르는 척 돌려주면 좋겠습니다’고 했다. 또 ‘유족 동향 등이 있어서 나중에 뜻하지 않은 사찰 논란에 휩싸일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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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