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검경 기싸움 내막

나쁜 놈 vs 더 나쁜 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과 경찰이 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보 공유와 협력이 원활하면 성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수사기관이기에 ‘더 나쁜 놈’을 잡아야 한다. 이는 곧 조직 간 경쟁의 화근이 된다. 검찰과 경찰이 그렇다. 직접수사권이 어느 정도 회복된 현재의 검찰은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경찰의 성과를 자신들이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서 발생했던 롤스로이스 사건의 불씨가 커졌다. 마약으로 시작해 조직폭력배 집단, 불법에 가담한 병원, 업체까지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재까지 압수수색한 병원만 10여곳이 넘는다. 사건 핵심 인물인 롤스로이스 운전자는 구속 기소됐지만 예상치 못한 여러 의혹으로 검찰과 경찰까지 달라붙었다.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던 사건에 검찰과 광역수사단까지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마약서
조폭으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무고한 행인을 쳐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신모(28)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맡았다. 조폭 수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고 평가받는 신준호 부장검사가 수사를 지휘하게 되면서 신씨가 속한 ‘MZ 조폭’ 집단의 실체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중앙지검은 지난 6일 신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신씨는 지난달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남의 한 성형외과서 시술을 빙자해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뒤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서 운전대를 잡았다.

이후 오후 8시10분쯤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서 20대 여성을 차로 치고,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자신이 방문한 성형외과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러 사고 현장을 잠시 떠났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과 관련해 말 맞추기를 하려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신씨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사고 현장 CCTV와 계좌·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신씨의 병원 결제내역 조작 시도, 휴대전화 폐기 등 증거인멸 정황을 발견했다.

신씨는 ‘또래 모임’으로 불리는 소위 ‘MZ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는 중이다. 신씨 자택서 1억원이 넘는 현금이 나왔고, 그가 20·30대 주축의 조직 폭력 모임서 활동하며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다수의 불법 사업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신 부장검사는 하얏트호텔서 난동을 부렸던 수노아파 조직원 39명을 무더기로 기소한 인물이다. 지난 6월 수사 결과 브리핑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파르르 떠는 등 조폭을 향한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 신준호 부장검사 ‘MZ 조폭’ 수사 지휘
“선처 없다. 관련자 및 모든 의혹 철저히 수사”

그는 언론 인터뷰서 “몸에 문신하고 지역구 1등이네, 전국구 별이네 이딴 소리 하면서 모여 노는 게 좀 꼴같잖았다. 자기들끼리 과시하는 게 조폭 세계의 저질 문화다. (조폭들 모습이)아니꼬웠다. 비위가 상했다”며 “이제 조폭과의 전쟁이 사실상 선포됐다. 앞으로는 조폭에 연계됐다고 하면 선처는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신씨가 다녀간 병원들도 수사 대상이다. 그가 다녀간 한 병원은 최근 5년간 환자들에게 마약류를 1만개 이상 처방해왔다. 해당 병원은 경찰이 약물 오남용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한 병원 중 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신씨가 다녀간 강남 논현동 소재의 병원은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환자들에게 디아제팜·미다졸람·졸피뎀·케타민·멘터민·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1만281여개 처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원이 마약류 처방을 내린 환자는 5년간 총 2300여명이었고, 처방 횟수는 4900회에 달한다. 특히 가장 많은 환자들에게 처방된 마약류는 ‘우유주사’로도 불리는 전신 마취제 프로포폴이었다. 프로포폴은 1200명에게 2300회에 걸쳐 처방돼 6600개가 투약됐다. 또 마취제의 일종인 미다졸람은 해당 병원에서 총 600여명에게 1600회에 걸쳐 1800개가 투약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에게 약물을 처방한 병원 10곳 이상을 압수수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 목적이라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코인 사기를 통해 10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사건 직후 경찰서로 신씨를 면회 온 20대 초·중반의 지인들 전부 수억원대의 슈퍼카를 몰고 온 장면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다. 신씨와 그 지인들은 ‘코인 리딩방’ ‘코인투자 컨설팅’ ‘청담동 라운지 카페’ 운영 등을 통해 초기 자본을 형성해왔다.

성형외과
타깃, 왜?

그와 함께 코인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박모(24)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수십억원씩 들어 있는 계좌들을 보여주며 ‘돈 자랑’을 하기도 했다. 박씨 등은 해당 영상서 신씨가 몰았던 롤스로이스 SUV 차량과 람보르기니 등도 자랑했다.

신씨의 코인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는 코인 투자업체를 운영하는 A씨와 B 코인의 판매 대행 계약을 맺고 B 코인 3억4000만개를 넘겨받아 이를 코인 시장서 판 뒤 판매 대금을 해외거래소 계정으로 빼돌린 정황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A씨와 이들의 계약서에는 코인 판매 금액의 50%를 A씨에게 주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신씨와 박씨는 코인을 다 팔고도 수익을 A씨에게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코인 판매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암호화폐 해외거래소인 바이낸스 계정에 빼돌려 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A씨에게서 넘겨받은 B 코인은 전체 유통 물량(당시 5억개)의 60~70%에 달했다. 신씨와 박씨가 판매할 당시 B 코인 가격은 30원을 오르내렸는데, 넘겨받은 물량을 한꺼번에 팔아버리면서 현재는 코인 가격이 1원을 오갈 정도로 떨어진 상태다.

이들은 판매할 코인을 넘겨받아 A씨에게 코인 판매를 원활하게 하려면 매수벽을 세워야 한다며 현금 24억원을 조달하게 했다. A씨는 판매 당일 24억원의 자금으로 매수 호가 주문을 넣어 매수벽을 세웠고, 신씨 등은 그러는 사이 A씨에게서 넘겨받은 코인 전량을 판매했다. A씨에게 ‘매수벽에 사용된 원금을 보전하겠다’는 말은 결국 거짓말이었다.

A씨는 이들에게 속아 자금으로 사용한 24억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한 상태다. 강남경찰서는 신씨 등이 ‘코인 먹튀’ 목적으로 A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신씨는 롤스로이스 사건이 나기 이전부터 강남서에 ‘코인 사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경찰은 신씨 등이 A씨 외에도 다른 코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코인 먹튀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피해자 수는 적지만 금액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사고
가해자 지인?


경찰은 올해 초 신씨와 박씨가 A씨의 B 코인 거래 때 사용한 코인지갑 3개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해당 코인지갑은 제3자의 것이었다. 신씨 일당과 A씨간 계약서에는 양자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제3자에게 코인을 전송할 수 없다고 돼있지만, 이들은 계약 당시부터 이미 차명 ‘코인 지갑’으로 거래했다.

신씨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다. 서울 강남구서 주차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하고 자신의 람보르기니 차량을 타고 달아난 30대 남성 홍모씨는 또한 그의 지인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강남경찰서 수사 결과 홍씨는 마약 간이검사서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 등 3종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건 당시 홍씨는 자신의 차 안에서 윗옷을 들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며 위협했다고 한다. 다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흉기를 목격한 시민들의 신고로 홍씨는 이날 저녁 7시40분께 신사동 한 음식점 앞에서 체포됐다.

목격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체포 당시 홍씨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약에 취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관련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마약 운전’에 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방지3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간 마약류 등을 오·남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약물운전 처벌은 음주운전과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규정돼있었다.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업무 외의 목적으로 처방한 사람에 관한 처벌 수위도 낮아서 실효성 있는 처벌을 위해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지속돼왔다.

강남서, 불법 투약 병원·코인사기 정황 포착
기관 간 갈등 “실적으로 보여줘야” 성과 경쟁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약물운전에 따른 처벌 수준을 현행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해 약물운전에 경각심을 높이고 교통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했다.

또 특별범죄 가중처벌 등의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음주운전과 약물운전을 분리하고, 약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또는 무기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업무 외의 목적 등으로 마약류 등의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에 처벌을 강화하도록 규정해 무분별한 처방이 방지될 수 있도록 했다.

롤스로이스 사건을 두고 검찰은 주로 조폭 수사, 경찰은 마약 불법 투약과 관련한 성형외과와 코인 사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방향은 다르지만 수사 과정서 타 기관에 도움이 될 유의미한 정황을 포착하면 협력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경찰 간부는 “현재 롤스로이스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어떻게든 검찰보다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간부가 많다”고 주장했다.

두 기관 간 갈등은 오늘내일하지 않는다. 최근에도 수사준칙 개정안을 두고 비슷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논쟁은 입법예고가 끝나는 다음달 1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경찰이 보완수사를 전담한다’는 원칙을 지우고 검찰과 경찰이 사건의 특성에 따라 분담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검찰서 사건 수리 후에 한 달이 지난 사건, 상당한 수사가 이뤄진 사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수사 지연을 막기 위해 검찰은 한 달 안에 보완수사 요구 여부를 결정하고, 경찰은 3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도록 했으며,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을 때 경찰은 3개월 안에 수사해야 한다.

검경 갈등
재연되나

경찰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검찰이 사건을 받아서 마무리할 수 있다.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하고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의무적으로 접수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개정안으로 외형상 검찰 수사권한이 넓어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경찰은 이번 수사준칙 개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서울청 간부는 “경찰이 좋아할 내용이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의 목소리가 강해지려면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찰과 방향이 달라도 같은 사건을 수사할 경우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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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