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학교 선수만’ 아이스하키 국대 선발 의혹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10 13:05:51
  • 호수 14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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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맘대로…규정 어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청소년 학생 운동선수는 자신의 모든 시간을 운동에 전념한다. 졸업 때부터는 대학 진학과 실업팀으로 나뉘는데, 아이스하키는 국내 실업팀이 한군데뿐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아이스하키 명문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건다. 이때 필수 코스가 U18 국제대회 진출인데, 선수 선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는 단체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아이스하키는 빙상 위에서 스틱을 가지고 고무로 만든 원판인 퍽을 골대에 넣는 경기다. 1970~1980년대에는 ‘빙구’라고 불렀다. 현재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사이의 정기전인 연고전에서는 빙구라고 부른다.

아이스하키 국내 팀은 숫자가 적다. IMF 외환위기 이후 팀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위기를 겪었고, 대학팀들 위주로 리그가 진행되면서 축소됐다. 애당초 대학팀 자체도 많지 않았다. 아이스하키부가 있는 팀은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경희대학교 ▲광운대학교까지 총 5개교다.

대학 입시
대회 진출

고교 아이스하키부는 모두 서울에 있다. 총 5개교로 ▲경기고등학교 ▲경복고등학교 ▲경성고등학교 ▲중동고등학교 ▲광성고등학교 등이다. 중학교는 올해 광성중 아이스하키부가 해체되면서 경희중, 중동중 등 총 6개교가 됐다. 

아이스하키 선수 지망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아이스하키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같은 학교로 진학한다. 이런 상황이니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전반적인 아이스하키 실력을 파악하고 있다.


청소년 아이스하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문대 진학이다. 이를 위해서 입시 요강에 해당하는 대회를 진출하고, 이를 위한 합숙 훈련은 기본이다. 지난해 KUSF 대학 아이스하키 U-리그 팀 기록을 보면, 연세대학교가 1순위로 7승1패를 기록했다. 그 뒤로 고려대학교 5승3패, 광운대학교가 0승이다.

이뿐 아니라 역대 경기를 통틀어 연세대학교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학부모와 학생은 연세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훈련에 전념한다. 그러나 문제는 연세대학교 특기자 인재 운동 전형으로 입학하려면 특정 대회를 나간 이력이 있어야 한다.

바로 ‘국제대회 U18’이다. 연세대학교 입학처는 아이스하키 운동 전형 지원자에게 ‘대한체육회서 발급하지 않는 국제대회(U18) 경기 실적 및 수상내역 자료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공식 홈페이지서 직접 출력해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연세대학교에 아이스하키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하려면 선행돼야 하는 일이 U18에 출전하는 것이다. 해당 대회 기록은 상관없다.

여기서 말하는 U18은 18세 이하 선수들로 이뤄진 유소년 국제경기대회를 말하며, 운동 경기별로 개최되는 대회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슬로베니아 블레드서 2023 IIHF U18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명문대 진학 필수 코스 ‘U18’
감독 고교 학생이 50%나 선발

국내 청소년 선수가 U18에 선발되기 위해선 대한아이스하키협회서 개최하는 U18 대표 선발 트라이아웃(선수 선발 테스트이자 입단 테스트)에 참여해 선발돼야 한다. 올해 경기 방식은 3피리어드, 20분씩 주어졌다.


트라이아웃 일정은 지난달 6일 선발 내용을 공지했고, 지원 자격은 대한민국 남성으로, 2005년 1월1일부터 2006년 12월31일 출생한 자다. 여기서 선정되면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트라이아웃은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있었다. U18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23명의 명단은 지난달 21일 발표와 동시에, 학부모들이 트라이아웃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선수 선발 과정에 객관성이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 트라이아웃 결과에는 한 고등학교 학생이 50%나 포함돼있었고, 해당 고교 감독이 감독으로 선임돼있었다.

이런 문제 외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U18 트라이아웃의 문제점이 있다. 여기서도 가장 큰 문제는 선수 선발을 하는 감독 선임 건이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국가대표 감독 선발은 대한체육협회 규정을 따른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4조(국가대표 지도자 및 트레이너의 선발 절차)에는 ‘회원종목단체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일정 등 세부사항을 정해 국가대표 후보자 평가일 1개월 이전에 공고하며, 국가대표 지도자 후보자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심의해 이사회에 추천한다’며 ‘회원종목단체 이사회는 추천받은 후보자 중 국가대표 지도자를 선발해 체육회 승인을 받아 확정한다. 단, 긴급한 사유가 있는 경우 체육회와 사전협의 후 공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번 감독 선발은 이 같은 과정이 모두 사라졌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지난달 17일 공고문을 올려 ‘2023 U18 남자 국가대표 감독 선임 결과’를 발표했다. 1개월 전 있어야 하는 공고도, 이사회 추천 및 체육회 승인 과정 자체도 사라진 것이다. 

주먹구구
선발 과정

감독 선발 외 문제도 있다. U18 감독은 선수 선발 권한이 있다. 그리고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U18 감독, 골리 코치, 국가대표 감독, 경기력향상위원이 선발위원으로 트라이아웃 채점을 했다. 이런 과정에 감독이나 코치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거나, 개인레슨 학생이 있으면 위법이다.

이는 경기력향상위원회 규정 제11조에도 적시돼있다. 규정에는 ‘위원은 본인 또는 본인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대표 선발에 있어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해 U18 감독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고, U18에 선발된 학생 중 50%가 해당 감독이 재임 중인 학교의 학생 선수다.

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감독 역시 재직하기 전 학생 선수를 레슨한 경력이 있다. 그 학생이 이번 U18에 선발된 선수에도 포함된다.

또 국가대표 선수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다. 어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지도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아이스하키인의 품위를 손상한 사람을 제외한다. 학생 선수를 외국에서 통솔하는 데 지도자의 도덕성은 필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사항도 제외됐다. U18 코치 중 한 명은 지난해 한 중학교 아이스하키부 골리 코치로 재직했는데 ▲근무하는 학교 학생에게 보수를 받고 개인지도를 진행하고 ▲학교 정규 연습 시간에 음주 상태로 학생 지도한 사유로 사직한 경력이 있다.

위 사항만 해도 이번 U18 선수 선발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기 충분하지만, 문제점은 트라이아웃에도 계속된다.

아이스하키는 종목 특성상 실력이 갑자기 성장하는 경우가 없고, 복합적인 기술 점수가 요구되기 때문에 선수 선발이 까다롭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선수의 대회 전체 포인트다. 트라이아웃 당일 점수와 대회 전체 포인트 점수를 합산해서 선수 선발의 객관성을 높인다.

이번에도? 
매년 구설수

하지만 이번 트라이아웃 결과에는 전체 포인트 점수가 합산되지 않았다. 우선 선발 시험 자체는 블라인드였다. 그러나 선발된 선수 중 골리(골키퍼)는 지난해 풀타임 대회에 참가해 성적이 좋은 선수나, 2021년에 베스트골리상을 받은 학생이 선발되지 않고 탈락했다. 반대로 합격한 골리는 U18 코치에게 개인레슨을 받은 선수다.

트라이아웃 경기 중 부상을 입은 학생도 선발됐다. 한 선수는 트라이아웃 첫 경기에서 무릎에 부상을 입어 그 이후 경기를 참가만 했다. 이런 경우 선수의 실력이 월등해도 U18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U18 선수 선발에 제외되는 게 맞지만 선발됐고, 대회 포인트 점수가 낮은 선수가 높은 선수를 제치고 출전한 케이스도 있다.


다만 고려하는 점은 있다. U18은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주고, 학생 선수는 1살 차이로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U18 선수는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선발된다. 2021년과 지난해 선발된 학생 선수는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다.

반면 이번 선수 선발은 달랐다. 총 7명의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점수 결과가 높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이유로 선수 선발이 안 된 학생이 이번에도 출전을 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학부모들은 트라이아웃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트라이아웃이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을 제외하곤 모두 공개로 선발전이 진행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른 모든 종목 경기 트라이아웃은 관중들의 참여도 가능했다.

학부모들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2023 남자 U18 아이스하키 트라이아웃 경기 영상 및 채점 기록지를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학부모 “객관적으로 봐도 선발 과정 주관적”
협회 “경기력 향상 위원회가 규정대로 선발”

이에 대해 학부모 A씨는 분개했다. A씨는 “협회는 감독 선발 규정도 어기고 트라이아웃때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함께 10년간 운동한 아이들이다.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다 안다”며 “그런데 이번에 잘하는 애는 대거 떨어지고 못하는 애들이 붙었다. 특히 아들 친구 중 한 명은 ‘이미 붙을 거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하면 아이스하키는 돈 많은 집 아이가 부정으로 쉽게 대학에 가는 통로가 될 것이다. 어차피 대회에 나가면 우승하지 못하니 돈 받고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아이스협회 입장은 다르다. 규정대로 선수를 뽑았다는 것이다.

대한아이스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선수 선발에 관여하지 않는다. 선수 선발은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한다. 그곳에서 절차대로 한 것이다. U18은 입시에 영향이 크다 보니, 매년 말이 많다”며 “좋은 방법을 모색 중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본 것이다. U18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아닌 대한아이스하키 협회 규정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협회 관계자는 의견이 달랐다. 선수 선발 과정에 문제점이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지만, U18 선수 선발의 객관성이 떨어졌고 U18 선수는 청소년 국가대표가 맞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감독 선임은 공고를 내서 한다. 이 자리가 5명인데, 채점위원 중에서 개인레슨을 한 코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지침을 어긴 것”이라며 “또 공고를 안 하면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과정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스하키 선수 선발은 체격, 체력, 구력, 경기 시간, 스케이트 실력, 슈팅 등 다양하게 채점해야 한다. 이걸 지키지 않은 것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그러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내규를 따지면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러면 학생들이 희생당한 격이다. 원래는 테스트 자체를 다양하게 한다. 고교 감독을 U18 감독으로 선임할 계획이었으면 더욱 다양한 테스트를 했어야 맞다”고 말했다.

떨어진
객관성

아이스하키 학교 관계자 역시 문제에 동의했다. 학교 관계자는 “골리로 떨어진 학생은 객관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한 학생이다. 그만큼 실력이 좋았다. 그런데 작년 16개 경기를 다 뛴 애들이 떨어지고 출전하지 않은 세 명이 뽑혔다.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U18 감독과 선수를 선발한 적은 없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1~2명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뽑힌 선수 5명은 명확히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요시사>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통해 경기력향상위원회 입장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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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민주당 전대 관전 포인트

‘펄펄 끓는’ 민주당 전대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음 달 2일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는 1년 동안 거대 여당을 이끄는 막중한 책임과 더불어 ‘정권 초기 버프’를 톡톡히 받게 된다. 권리당원 득표 반영 비율이 55%로 높아진 만큼 당원들의 표심 확보가 필수다. ‘찐명’을 가려내기보다는 당원의 마음을 더 많이 사로잡는 쪽의 승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일정이 빽빽하다. 오는 10일 후보자 등록 이후 ▲19일 충청권 ▲20일 영남권 ▲26일 호남권 ▲27일 수도권 경기·인천 순으로 순회 경선이 이어진다. 이후 당 강령에 따라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로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결정된다. 한 달 앞으로 당심 어디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주권 시대에 맞는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당을 위해서라면 힘들고 고달픈 길을 피하지 않고 항상 선당후사하며 희생과 봉사의 새로운 정당 문화를 열었다”며 “제21대 국회에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이 대표의 곁을 지켰고, 22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무적 판단력, 정치적 결단력, 정책 추진력으로 유능한 민주 정당을 만들겠다”며 “항상 당 지도부와 ‘원팀 플레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공천 혁명 덕분에 정치에 입문한 노무현 정신의 후예”라며 “최전방 공격수로 별명이 ‘당 대포’인데 이제 당 대표가 돼 최전방 공격수뿐 아니라 최후방 수비수까지 담당하는 전방위적 선수가 되겠다. 혼자 하지 않고 당원, 국회의원, 국민과 한 호흡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전당원투표제 상설화를 비롯한 ▲당원주권위원회 신설 등을 통한 당원주권정당 ▲ 12·3 불법 계엄 및 내란 행위 조사·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당내 검찰·사법·언론개혁 TF가동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민주적 공천제도 마련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뒤이어 지난 23일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먼저 출사표를 던졌거나 앞으로 던지게 될 분들과 더없이 멋진 경쟁을 펼쳐 보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재명정부의 성공에 민주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당·정·대 관계를 원팀 수준으로 강화하고, 정치 공세 차단부터 입법·정책 시행 전반에 걸친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으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VS 박찬대 외나무 승부 똑같이 개혁 외치지만…차이는? 내란 종식은 이정부가 지향하는 통합의 대전제라고도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검을 최대한 지원하고 특검 흔들기에 총력전으로 맞서겠다”며 “이를 통해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우리 공동체로부터 시급히 격리하겠다. 특검조차 정치 보복이라고 호도하는 세력과의 통합은 야합일 뿐, 윤석열정부에 빌붙어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의 이전에 상식이다. 통합은 정의의 결과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개혁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정부 출범 후 꾸려지는 첫 번째 민주당 지도부는 ‘유능한 개혁 정치’를 철저하게 견지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약속한 ‘정의로운 통합’과 ‘유연한 실용’을 떠받칠 수 있는 집권여당의 효과적인 전략 방향이다. 정부는 통합과 실용에 방점을 찍고 여당은 개혁에 비중을 두는 역할 분담, 나아가 당정이 유기적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율할 수 있는 진짜 원팀. 이것이야말로 이재명정부, 국민주권정부의 성공 열쇠”라고 거듭 설명했다. 정부와 하나가 되겠다는 포부는 모두 같지만 정 의원은 개혁, 박 의원은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지만 도달하기까지의 방식과 결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정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호통치거나 국정감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등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냈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의원은 이 같은 면모를 부각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꽉 막혀 있던 개혁안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의원은 추석 전 검찰개혁을 마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민주혁신회의)’에서 “3개월 안에 이 문제를 해치우고 추석 귀경길 뉴스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이정부의 성공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며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없다. 당에서는 개혁 작업을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고 그 성과물은 이 대통령에게 돌려드리겠다”고도 강조했다. ‘당 대포’와 ‘중고 신입’ 언론개혁도 꼬집었다. 지난 1일 KBS 라디오 인터뷰 중 진행자가 ‘추석 고향 갈 때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듣게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건 좀 허언 아닌가’라고 묻자 “앵커는 왜 그렇게 얘기하나. 허언이길 바라냐”고 따졌다. 당황한 진행자가 부인했지만 정 의원은 “그래서 제가 KBS라디오는 잘 안 나오려고 했다. 이런 불편한 질문, 불공정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인터뷰 후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 클립을 올리며 “제가 진행자에게 강력하게 항의성 멘트를 날렸다. 화 안 난 척 인터뷰를 마쳤지만 하마터면 방송 사고 날 뻔했다. 공정한 방송개혁, 언론개혁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게시물에는 과거 자신이 <TV조선>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방송 장면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화합에 무게를 실었다. 원내대표로서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만큼 경험을 살려 이정부와 발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박 의원 역시 민주혁신회의를 찾아 “이 대통령과 확실한 협력, 자기를 앞세우지 않을 사람, 원팀 당정대 구축의 적임자, 당을 통합하고 중도보수까지 확장해 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 역시 9월 내로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신속한 검찰개혁을 위한 광주시민 토크콘서트’에서 “검찰 스스로 개혁할 기회는 넘칠 만큼 주어졌지만 개혁은커녕 3년간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전락했다”며 “이제 시민의 힘으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헌법재판소 또는 대법원을 광주로 이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오는 9월까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내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 꽃의 6월4주 차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정 의원이 37.6%, 박 의원이 27.1%를 기록했다. 정 의원이 박 의원보다 10.5%p 앞선 것이다. 개혁이냐 화합이냐 아울러 당심이 반영된 민주당 지지층의 결과를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정 의원이 55.4%, 박 의원이 36.8%로 집계되면서 정 의원이 박 의원을 크게 따돌린 수치가 나왔다. 각종 개혁에서 속도를 내는 정 의원의 성향이 지지율을 탄탄히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 당을 찍어 누르듯 강력한 목소리를 낸 것이 당원들의 가산점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게다가 지진부진한 태도보다는 ‘정권을 잡았다고 방심하지 말고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을 완수하라’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정 의원의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실시했으며 조사 방법은 무선 100% RDD 활용 ARS 자동응답 조사였다. 응답률은 2.4%에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3.1%p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두 사람은 각종 행사에 얼굴 도장을 찍으며 당원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기획한 콘서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콘서트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리한 만큼 유세차 방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4일에는 헌법재판소 탄학심판정에 출석해 17명의 법률대리인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국민의 나라>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이 당심을 흡수했다면 박 의원은 원내대표로 지내며 국회에서 쌓은 ‘여의도 민심’을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경기도의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 기반의 민심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찐명’ 쟁탈전으로 흘러갈 것 같던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심에 구애하는 모습이 되면서 양 지지층 간의 아우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지만 그 속에는 저마다 풀지 못한 앙금이 남은 것이다. ‘일단은’ 정에 몰리는 지지층 온라인 곳곳서 충돌 전전긍긍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정청래 수박설’이다. 정 의원은 강력하게 선을 그었지만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말한 영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정청래 보고 수박이라고 하면 도대체 수박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의원은 “한편으로는 속으로 감사했다”며 “저더러 수박이라고 욕을 한다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느냐. 정청래가 ‘부당하게, 억울하게 작전 세력들로부터 공격받고 있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이 더 뭉치게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양쪽 지지자 역시 각종 온라인상에서 저마다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좋아 고르지 못하겠다’ ‘행복한 고민이다’ 등의 게시글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을 놓고 거친 언사가 오가고 있다. 지지층 간의 불화를 인식한 듯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했다. 박 의원은 “정 의원과 화끈하게 경쟁하고 멋지게 단결하겠다”고 밝혔으며 정 의원 역시 “그 누가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할지라도 잡은 손 놓지 않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마음이 1g이라도 더 기우는 쪽이 있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로 방문한 날 정 의원과 박 의원 둘 중 누구와 먼저 인사하는지를 놓고 당원들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와 거리는 두는 모양새다. 만에 하나 명심을 차지하기 위한 네거티브 싸움으로 번질 경우 당의 분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해 7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6·3 조기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있다. 특히 대선후보 선출 과정은 이미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윤심’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그야말로 혈흔이 낭자한 패싸움이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박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을 추진했으나 일정이 알려지자 취소한 바 있다. 여당 전당대회에 현직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엎치락 뒤치락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모두의 신경이 이쪽(전당대회)으로 쏠려 있다. 50대 50, 49대 51 싸움 같은데 아직은 과열되지 않고 선의의 경쟁, 건강한 경쟁인 것 같다”며 “걱정이라면 지지자끼리 갈등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남은 한쪽이 응원하며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그래도 거친 네거티브로 이어질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권 접은 김경수, 어디 갔나 봤더니…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고배를 마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돌아왔다.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공직에 복귀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임명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균형 발전의 꿈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행정수도 이전’과 초광역 협력을 통한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을 국토 공간의 대전환으로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김 전 지사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지방 균형 발전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