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결국 ‘철창신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8.22 12:23:44
  • 호수 1389호
  • 댓글 0개

지나친 욕심이 화 불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기업은 지탄받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약속을 꼭 지키고 건실한 경영을 통해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말이다. 그러나 그는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회사를 부당 지원하고 30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7일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하고 수천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심에서 10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확한 혐의는 2015년 말 금호터미널 등 4개 계열사 자금 3300억원을 인출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주식 인수대금에 사용한 것이다.

계획적 범죄
은폐·축소

또 2016년 4월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으로 저가 매각하고, 같은 해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아시아나항공 등 9곳의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기업에 무담보 저금리로 1306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경영 지배권을 위한 계획범죄로 간주해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량과 동일한 양형을 내렸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부장 조용래)는 공정거래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원 3명에게는 징역 5년과 3년이 선고됐다.


지난해 11월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박 전 회장을 포함해 모두 법정 구속됐다. 금호건설은 벌금 2억원을 납부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특수 관계인 이익 귀속 부분과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사업권 저가 양도,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상당한 손해를 미쳤다고 지적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저가인 1333억원에 스위스의 게이트그룹에 넘기고, 그 대가로 1600억원 규모의 금호소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도록 한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아시아나는 기내식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상실돼 손해가 발생했다. BW 인수와 주식 매입에 관련성이 있다. 배임에 고의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정난으로 900억원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아시아나항공에게 피해를 줬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기내식 공급 계약 문제가 있었음을 알았음에도 이를 의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실무진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면서 “그저 금호기업에 대한 투자유치만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 3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징역 10년 선고 법정구속…이례적 중형 이유는?

반면 “금호그룹이 발행한 BW의 투자가치는 독자적인 투자가 아니다”며 “BW의 현재 가치에 대한 이익은 67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상응하는 손해를 입었다”고도 했다.


금호터미널 매각 과정에서도 계열사 지배권을 높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저평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담당 회계사로 하여금 박 전 회장이 원하는 가격에 맞는 주식평가 보고서만 제출하도록 했다”며 “이런 경위, 가치판단 과정을 보면 금호터미널 2700억원은 저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5000억원대로 평가했지만, 아시아나 실무진은 매각 및 가치평가에서 매각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이를 알았으면 매각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지배권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봤다. 재판부는 “워크아웃으로 잃은 지배권을 얻기 위해 전략경영실의 윤모씨, 박모씨 등이 재건 계획을 수립했다”며 “윤씨와 공모해 금호그룹 계열사 돈 3300억원을 횡령, 광주터미널을 저가 매각해 차액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금호홀딩스로부터 자금조달을 받게 해서 박 전 회장과 가족에게 부당이익을 만들었다”고도 덧붙였다.

계열사 전반에 대한 피해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자력도 없는 금호그룹이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서 전체에 손해를 끼쳤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인수자가 없어 피해가 지속됐고, 피해를 입은 계열회사의 겉으로 드러난 피해 외에도 국가 전체에 입힌 손해가 크다”고 했다.

또 “금호그룹 계열사 피해액은 수천억원으로 대부분 변제됐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범행 은폐 과정에서 피해 해소는 더 어려워졌고, 아시아나는 기업 명예도 상당히 실추됐다”고 판단했다.

계열사 전체 
손해 미쳤다

재판부는 “대규모기업집단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경제 주체로서 법질서를 준수하고 역할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동일인, 가족, 개인회사를 위해 계열사 자금을 쓰는 건 자본 시장 참여자의 이익을 해하고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박 전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박 전 회장은 1945년 3월19일생으로 올해 77세다. 택시 두 대로 시작해 그룹을 일궈낸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삼남으로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1964년 광주일고를 졸업 후 1968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를 졸업했다. 그는 스스로를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닌 보통 학생이었다고 설명한다. 학교 공부에 충실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체험을 하고 여러 친구와 어울리는 데 노력했다. 

오토바이 타는 게 취미였다. 당시 학생이 오토바이를 타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는데, 1964년 5월30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메이퀸을 뽑을 땐 오토바이를 타고 이화여대 운동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때 빗자루를 들고 호통치며 쫓아오는 수위 아저씨를 피해 도망갔다. 


그렇다고 공부를 등한시하지는 않았다. 연세대학교의 최호진 박사, 한기춘 박사, 송자 박사의 강의는 박 전 회장이 아직도 기억하는 강의다. 이런 기억에 그는 좀 더 학생답게 공부를 열심히 할 걸 후회하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196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금호실업㈜ 전무와 대표이사를 거쳤다. 1991년에는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쳤다. 2002년 둘째 형인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사망하자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에 취임했다.

2002년 취임
2019년 퇴임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빠지며 회장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11월1일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논란 속에 회장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2019년 3월28일 다시 회장직을 사퇴했다.

업계 내에서 박 전 회장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아버지와 형들이 일궈놓은 잘나가던 금호아시아나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회장직 취임 후 그룹은 공격적 M&A의 부작용으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

금호석유화학을 포함한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들의 계열분리, 급기야 2019년 결국 그룹 매출의 70%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및 그 자회사를 매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HDC 그룹이 인수하기로 했지만 이듬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인수가 최종 무산됐고 산업은행의 주도하에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금호그룹은 재계 순위 60위권 밖의 중견기업으로 추락하게 되면서 사명도 변경될 예정이다. 

금호그룹은 캐시카우인 생명보험과 타이어, 항공사, 석유화학, 부동산 자산과 국내 최대의 고속버스 시장 점유율을 갖춰 자산과 현금이 풍부하다. 이를 바탕으로 아버지 박인천, 첫째 형 박성용, 둘째 형 박정구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 서열 10위권 내로 진입시켰다.

박 전 회장은 창업주 박인천 전 회장의 작고 이후 그룹의 전통이었던 형제 경영도 깨뜨렸다.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2세 형제들은 65세가 되면 다음 동생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기로 했었는데, 원칙대로라면 박 전 회장의 나이 65세인 2010년에 동생 박찬구 회장에게 경영을 승계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들 박세창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 했고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인수를 강력히 만류하는 박찬구 회장과 틀어졌다.

결국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석유화학 부문을 계열분리해 완전히 독립했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른바 7년이나 진행됐던 형제의 난이다.

은폐 과정서 피해 해소 어려워져
“국가 전체에 끼친 피해 매우 크다”

두 형제간의 경영 스타일도 극과 극으로 다르다. 박 전 회장은 외형 확장을 중시했고, 박찬구 회장은 보수적인 내실 경영을 중시했다. 2016년 형제의 난은 종결됐고 표면상 화해는 했지만 남보다도 못한 앙숙 관계가 됐다.

업계 내에선 대한통운 인수건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당시 대한통운은 현금 흐름이 상당히 좋은 우량기업이었고 육상‧항만 물류기업을 갖추고 있었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합쳐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한통운 인수에 앞서 이뤄진 대우건설 인수가 발목을 잡았다. 인수자금에만 6조6000억원, 여기에 대한통운까지 포함하면 총 10조원이 넘는 금액이 계열사 동원·교환사채·인수금융 등을 통해 투입됐다. 그룹 내부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는 무리한 기업 규모 확장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무리한 차입의 결과 2008년 대침체가 터지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그룹의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주요 계열사인 금호타이어와 금호생명이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경영권은 되찾았으나 금호렌터카는 KT에, 금호타이어는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됐고 금호생명은 1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지금까지 산업은행의 애물단지로 남아있다.

박 전 회장은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그룹 재건을 목적으로 금호기업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부동산 가치만 1조원가량이 되는 금호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2700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했다. 이후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을 합병시켰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7월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부족 사태까지 터졌다. 박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자금을 투자받을 목적으로 무리해서 기내식 업체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많은 승객, 승무원, 하청업체 직원들까지 고통을 겪었고 하청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의 경영권 회복에 동원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무려 715%에 달한다. IFRS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면 1153.3%나 된다. 항공업의 특성상 항공기 구입 배용을 모두 지불하기 어려워 리스로 항공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업계 내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승무원
미투 논란도

박 전 회장과 관련한 ‘미투’가 터져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매달 여승무원들을 방문해 껴안거나 손을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회장은 여승무원들을 만나면 ‘내가 기 받으러 왔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며 “본관 1층에서 여승무원들을 불러놓고 20~30분 동안 껴안은 뒤에는, 20대 초반의 갓 입사한 승무원 교육생들이 머무는 교육 훈련동으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고 폭로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순익 30년 보장’ 기내식 공급사 몰아주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이 기내식 공급 회사 ‘게이트고메그룹’에 30년 동안 최소 순이익을 보장하고 일방적으로 자사에 불리한 조건까지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30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의 가치가 최소 2600억원대, 순이익 보장 약정까지 더하면 가치가 5000억원대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30년이면 2047년까지인데, 대한항공과 인수합병을 앞둔 가운데, 대한항공에도 승계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합병 이후에도 약정대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과 관련해 게이트그룹에 순이익을 보전해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자금을 제외한 순수 통합 자금이 6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추가적인 재무 부담까지 안게 됐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