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시즌 끝나지 않은 ‘개고기 논쟁’

“이제 그만” 동물자유연대 
“먹을 자유도” 대한육견협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은 김칫국이었다. 지난해 말 정부 주도로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공전만을 거듭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4월 유의미한 결론을 냈어야 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기간만 연장했다. 그 사이 ‘복날’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정말 우리 사회는 ‘개고기 논쟁’을 결판낼 준비가 된 걸까. <일요시사>는 각각 개 식용에 찬성·반대하는 두 단체에 개식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현주소를 물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관리되는 모든 동물이 인도적 대우를 받고,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와 종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사이 조화를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다. 

피학대 동물·유기동물 등 위기상황에 처한 동물의 구조, 농장동물·전시동물·실험동물 복지 제고를 위한 대시민 캠페인, 입법 및 정책 활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들에게 개 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개 농장의 열악한 사육환경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개 농장에서 태어난 개들은 평생을 뜬장이라 불리는 철망 위에서 살아간다. 관리의 품을 줄이기 위해서다. 발바닥의 좁은 면적에 체중이 실리다 보니 그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가해진다.

사육 과정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개들에게는 고통의 연속이다. 농장에서 도살장으로 옮겨지는 개들은 한 마리가 제대로 서지도 못할 크기의 케이지에 구겨 넣어지고, 그 상태로 던져지기도 한다. 도살 과정에서는 대개 개에게 물을 끼얹고 전기로 감전을 시키는 데 극심한 고통이 수반된다. 쉽게 이야기해 감전사를 시키는 거다.


차라리 여기서 바로 죽음에 이른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곧이어 불에 그을려 털을 제거당하기 때문이다. 혹시 이때까지도 죽지 않았다면 말 그대로 불에 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개 식용 찬성 측에서는 개고기가 몸에 좋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2017년 전국 12개 재래시장에서 판매 중인 개고기를 수집해 검사했다. 조사 결과, 93개 샘플 중 3분의 2에 이르는 61개 샘플에서 8종의 항생제 성분이 검출됐다.

보다 엄격한 시·도축산물시험검사기관 기준을 적용해도 42개다. 일반 축종 축산물 검출 비율인 0.47%의 무려 96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균 문제 또한 항생제만큼 심각했다. 함께 진행된 미생물 배양검사에서 대장균을 비롯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연쇄상구균 등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균들이 검출됐다.

또 최근 인간을 넘어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동물의 희생 및 이용은 줄이고, 불가피하게 동물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그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개 식용 종식은 굳이 개를 식량으로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현 시대서 나타나는 시대적 변화의 당연한 산물이다. 굳이 개를 죽이지 않아도 돼 막자는 것과 개 식용을 용인해달라고 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생명 존중 사회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

“몸에 좋다고? 항생제·세균 가득”


-현실적으로 봤을 때 개 농장 완전 폐지까지 필요한 기간은 얼마나 되나?

▲식품위생법상 개고기를 파는 행위 등은 이미 불법이다. 따라서 개 식용은 정부가 법에 따라 행정만 집행하면 당장이라도 사실상의 종식에 이를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 식용 금지에 이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절차적으로 식용 목적의 개 사육을 금지하는 입법 과정과 법 시행까지의 기간, 집행 과정 등에 소요될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짧아도 몇 년은 더 걸릴 문제다.

-개 농장 폐지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개 식용 종식의 가장 이상적인 경로는 사회적 합의로 향하는 것이다. 개 식용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종식에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하고, 입법부와 행정부는 개 도살 금지 혹은 개 식용 금지와 같은 입법적 장치 확충과 산업 종사자를 위한 출구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개 식용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실질적인 개 식용 종식 절차에 들어설 때라는 의미다. 우선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적 장치를 만든 뒤 지속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계도·철거명령·행정집행 등 행정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동시에 전·폐업을 원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행정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일각의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비판에 답한다면?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 된다‘는 명제는 비판이라기보다 악의적 왜곡에 가깝다. 임종식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에 불과하다.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 중 누가 소·돼지는 되고, 개는 안 된다고 주장하나? 마치 개 식용 반대 측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처럼 비틀고, 이에 대한 비난을 가하는 것이다.

동물보호와 권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부분 개뿐 아니라 소·돼지·닭 등 다른 동물의 고기 소비량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자유연대만 하더라도 육식을 줄이고 대신 채식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다만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의 식용을 금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장 모든 육식을 금지하자고 주장을 한다면 합리적이라고 수긍할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 적극적 금지 규정 만들어야”
“종사자 생계 지원 방안도 필요해”

-식용 개 업계는 머지않아 자연 소멸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제도화를 통해 ‘개 식용 금지’를 못 박을 필요성이 있나?


▲개 식용은 그 자체가 윤리적·법적인 문제로 뒤범벅돼있다. 그럼에도 ‘사양길에 들어섰으니 기다리자’식의 논리는 사회적 문제를 방치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개 식용 산업은 정부의 폐기물(음식물 쓰레기) 정책 등에 기대고 있다. 정부의 정책 전환과 개입 없이 시장에만 맡긴다면 생각보다 긴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개가 또 희생될 것이다. 동시에 제도화를 통해 개 식용 종식 및 금지에 도달한다면 오랜 세월 지속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오히려 제도화가 필요하다. 마땅한 대체 생계수단이 없어 개 식용 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행위는 수용할 수 없지만,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개 식용 산업의 몰락을 방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 그리고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이들의 삶의 붕괴를 방치하는 것과도 같다. 이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개 식용 종식과 금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개 식용 문제 관련한 활동 이력과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그동안 우리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개 식용의 법적·윤리적 문제를 밝히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편으로는 산업종사자들이 스스로 다른 생계를 찾도록 인내심을 갖고 정부와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설득을 이어왔다. 하지만 해마다 희생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완전한 종식에 이르기까지 필요하다면 대화에 응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용의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고착된다면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불법 개 농장 및 영업행위 등을 몰아내는 데 보다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먹을 사람만 먹으면 된다”

대한육견협회는 개 농장을 운영하는 사육 농가가 모여 만든 협의체다. 전국적으로 1300개 남짓의 농가가 가입됐다. 이들은 개 식용 논쟁이 재점화될 때마다 최전방에서 사육농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의도, 종로 등지에서 집회를 열고 개 식용 금지 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 이들에게 개 식용에 찬성하는 이유를 물었다.

-개 식용에 찬성하는 이유는?

▲우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 수백년의 긴 세월 동안 많은 국민이 먹고 즐기고 있는 개고기를, 어느 순간 법령으로 다스려 먹을 자유를 박탈하려는 행보가 적절한가. 이보다는 사회적 흐름과 적절한 협의를 통해 어느 누구도 피해 보지 않도록 다 같이 노력하는 게 옳다.

우리나라는 식문화의 특성으로 볼 때 많은 잔반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을 가공해 동물에게 주고, 또다시 그 동물을 사람이 섭취하는 것보다 더 친환경적인 순환이 있을 수 있겠는가. 현재 일부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반대파가 내세운 침소봉대한 자극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봐온 영향도 있다고 본다.

제대로 제도화해서 관리하면 일부에서 자행된다는 그런 잔인한 일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가 개선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반대 단체들이 노력하는 우리를 방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개 농장 완전 폐지까지 필요한 기간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법적으로 폐기하는 것보단, 흐름에 따라 자연도태되도록 지켜보는 것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폐지 기간을 논하자면 20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 농장 폐지를 위해선 종사자 구제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전업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폐업 시 생계 유지와 관련된 구직 활동 등의 기간을 고려한 보상이 필요하다. 생존권 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구제방안을 검토해달라.

-“다른 고기도 많은 시대에 굳이 개를 먹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주장을 펼치는 건 자유고, 그 논리에 따라 개를 안 먹을 수도 있다. 뭘 먹고 안 먹고, 육식하고 채식하는 건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개인의 선택을 왜 사회가 강제하려 드는가? 물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먹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개가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은 아니지 않은가.

소·돼지·닭·오리처럼 개 식용은 다양성 문제다. 누가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뭐라고 할 게 아니다. 만약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한다면, 이는 ‘먹어야 할 것’을 규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파시즘 아닌가.

-개 식용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먹는 사람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 상당수가 개고기를 즐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한 동물단체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18.8%가 ‘개를 먹거나 먹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표본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00만명 가운데 1000만명 정도가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나온다. 여론조사가 동물권 단체에서 의뢰한 것이니 문항 자체에 개 식용 반대 프레임이 있었을 것이고, 사회적 소망성 효과 때문에 개고기를 먹는다고 말하지 못한 응답자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본다. 아울러 개는 돼지·닭·소·오리에 이은 5대 축종이다. 오리가 연간 9만2000톤 정도 소비되는데, 개는 7만톤이 소비되고 있다.

“개인의 선택 문제…사회 강요는 파시즘”
“식용 폐지하려면 합당한 대안 제시돼야”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면 개 식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파는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하는데?

▲식용견은 딱 보면 안다. 우리나라 개 사육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식용견은 30여년에 걸쳐 사육 농민들이 최고급 개고기 생산을 위해 개량한 품종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품종이다. 반려견보다 몇 배는 크다. 식용견은 체중이 최소 40㎏에서 90㎏까지 나간다.

육질이 좋고 껍질이 얇은 투견, 뚱뚱해서 고기 양이 많은 미견, 털이 긴 장모 등을 교접한 결과다. 반려견과 혼동할 수 없을 정도로 외견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식용견과 반려견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걸 구분해서 키우면 문제없다.

요즘 보면 반려동물이 다양해지면서 개 말고 돼지·닭(병아리)·오리 등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더라. 개를 먹지 말라는 논리대로라면 이것들도 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개가(식용견과 반려견이) 외견상 구분이 더 쉽다.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사육해 도축하는 사례가 알려졌다

▲사실과 다르다. 개 식용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입장에선 반려견을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반려견 중에 소형견은 도축하면 2근 정도 나온다. 1근에 5000원쯤 하니까, 한 마리 잡으면 1만원 정도 나오는 셈이다. 반려견이 커지면 그만큼 육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 역시 돈이 되질 않는다.

개 한 마리 도축하는 비용이 5만~6만원 선이다. 여기에 유통비용은 별도다.

반려견 가져와서 도축해봤자 밑지는 장사인데, 업자들이 이걸 할 이유가 있겠나. 세간에 알려진 사례들은 대개 정식 개 농장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제대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한두 달에 한 번씩 개인적으로 개를 잡아먹는 것이다. 이걸 우리가 한 일로 둔갑시키니 난감하다.

시골에서 노인이 자식이 놓고 간 반려견을 키우다가 줄 음식도 없고 하니 잡아먹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역시 전문 개 농장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다. 또 가끔 개 사육농장에 자기가 키우던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잔인한가.

이걸 농민들이 굶겨 죽일 수도 없으니까, 농장 한 쪽에 묶어두고 밥을 주기도 한다. 개 농장에 개가 먹을 건 많지 않겠나. 그럼 동물단체에서 이런 걸 사진 찍어서 개 사육농장에서 반려견이나 진돗개를 도축한다고 거짓 프레임을 퍼뜨린다.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 식용 문제는 선거철 표심잡기 공약으로 매번 등장한다. 초복만 되면 그 논란이 반복된다. 정치적으로 활용하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 안전한 먹거리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식용견 업계 종사자들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약자다. 이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방안을 검토해달라.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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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