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모씨가 논란의 중심으로 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한 것. 신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기 문란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는 반면, 국민의힘은 조력자가 민간인일 수도 있다며 적극 옹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해 논란이 된 민간인은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인 신모씨다. 신씨는 현지에서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돕는 등 사실상 제2부속실 직원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 신분으로 탑승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
신씨는 2013년 검사로 재직 중이던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신씨는 유명 한방 의료재단 이사장의 차녀로, 김 여사와 오랜 기간 개인적인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에도 김 여사를 물밑에서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방 관련 업체의 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4월30일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신씨는 윤 대통령과도 각별한 관계로 알려졌다. 이날 한 매체는 윤 대통령이 신씨를 이 비서관에게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신씨의 부친과 지인이라고 한다.
이 비서관은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로 검사 시절 대전지검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의혹 수사에 참여했다. 검사 퇴직 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담당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인사검증 업무를 했다.
신씨와 신씨 모친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에게 총 2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후원금 기부 일자는 지난해 7월26일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신분으로 후원금 모금을 개시한 날이다.
신씨는 지난달 초 나토 순방답사팀 일원으로 마드리드를 다녀왔고,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 부부보다 5일 앞서 선발대로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귀국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기자단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별도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출신’ 이원모 인사비서관 배우자
대통령 부부와 수 십 년 ‘특별한 인연’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고, 대통령과 같은 숙소에 머무른 것 등이 이해충돌이나 특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인인 신씨가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일정을 도우면서 제2부속실 직원이 해야 할 일을 대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당시 지인을 동행하며 나왔던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는 지난달 13일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해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 지인인 김모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와 동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김건희 여사 해외순방 동행’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국기 문란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는 반면, 국민의힘은 조력자가 민간인일 수도 있다며 옹호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기강이 달린 문제다. 국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언급했고 국기문란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나라의 영부인이 공식적인 수행원이 아닌 지인을 수행원으로 등록해서 대동하고 국무를 봤다. 이것은 국가의 기강에 관한 문제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이런 게 가능하다면 해외 가서 무보수로 일하고 항공료와 호텔비를 내달라고 요청할 국민들이 엄청 많을 것이다. 이 일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만약 문재인정부 때 김정숙 여사께서 이렇게 지인을 데리고 갔다면 온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도 BTS 동원?
과거 사례는?
이어 “정상회담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온갖 극비 일들이 다뤄지는데 이렇게 등록되지 않은, 신원조회도 하지 않은 민간인을 지인이라고 데리고 갔다? 차라리 2부속실을 만드는 게 낫다”며 “저는 이 문제를 국회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고,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을 오랫동안 지원했던 믿을만한 사람 아니었나”라며 “최씨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무슨 보수를 받았나? 그런데 국정 농단 사건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지인을 쓰고, 대동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영부인의 문제는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해서 따져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안이 국정 농단과 버금가는 사안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지금 국정 농단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다. 다만 그런 사건과 비교해보자면 결국 지인 찬스라는 게 그런 문제로까지 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은 “민간인이 국가기밀정보, 외교 사안을 주물렀다. 명백한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비선 실세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탄핵까지 시킨 게 불과 5년 전이다. 또 다른 비선에 의한 국기문란 사건을 좌시할 수 없다.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대로 민간인이 답사단으로, 선발대로, 본대로 간 적은 없는 초유의 사태”라며 “때로 공무원 이외 사람들의 조력이 필요할 때는 특별수행원으로 모셔 정식 자격을 준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저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비난했다.
제2 최순실?
비선 논란
윤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 수준이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반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방탄소년단(BTS) ‘특별사절’에 빗대 엄호했다.
BTS는 지난해 9월 대통령 특별사절단(특사) 자격으로 문 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뉴욕 출장에 동행해 유엔(UN)총회 회의에 참석하고 공연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에선 지인 동행과 BTS 특별사절을 비교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도 문 전 대통령 행사 때 보면 유명한 가수를 수시로 동원하지 않았나”라며 “BTS를 수시로 해외 방문할 때마다 동원해서 같이 무슨 퍼포먼스도 벌이고 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사적으로 따라가 공적 업무에 도움도 주지 않고 그냥 단순히 놀라갔다면 문제지만, 공적 수행을 보조하고 지원했다면 공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며 “공적 역할을 했으면 대통령 전용기는 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고위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대통령이든 의원이든 조력자가 공무원일 수 있지만 민간인이 될 수도 있다”며 “공무수행 과정에서 조력했으면 그게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그만큼 함께 식사하고 차량 및 비행기를 이용하는 건 당연하다. 그걸 가지고 무슨 큰 문제가 되는 양 비판적인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 “국기문란 좌시 못해… 국정조사 요구”
국힘 “공적 역할 했으면 전용기 탈 수 있어”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적법적인 절차를 거쳐 ‘기타 수행원’으로 참석한 것이라며 논란이 될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씨는 인사비서관의 부인이라 (스페인을)간 게 아니다”라며 “(스페인에서 진행된)행사 전체를 기획하고 사전답사하는 업무를 맡기기 위해 그분에게 저희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신씨는 오랜 해외 체류 경험으로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교류 행사의 기획 및 주관도 했다.
이어 “민간인이지만 민간인 신분으로 이 행사에 참여한 게 아니다”라며 “수행원 신분인데, 민간인이기 때문에 ‘기타 수행원’으로 분류된다. 기타 수행원은 누가 임의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외교부 장관의 결재를 통해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신씨는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다”며 “행사기획이라는 것이 전문성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야 하고 대통령실이 생각한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을 통해 그 의중을 잘 이해, 반영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이 비서관은 퇴직 후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고, 인수위에서 인사 검증업무를 맡았다.
그는 “신씨가 김건희 여사를 수행하거나 김 여사의 일정을 위해 간 것이 아니고 단 한 차례도 수행한 적이 없다”며 “스페인 순방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순방 때도 신씨가 참여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알 수 없다”며 “이 분이 필요하지 않다 싶으면 안 가는 것이고 순방 및 국가의 성격이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의 채용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 분의 대통령실 근무를 검토했었다”며 “그런데 남편이 인사비서관으로 확정되고 나서 이해충돌 등 문제가 있을 것 같아 본인도 고사했다. 그래서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반박
“적법적인 절차”
대통령실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여사의 활동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의 지원업무를 관장했던 제2부속실은 윤정부 들어 폐지됐다. 제2부속실이라는 공적기구 없이 김 여사 활동이 계속될 경우 봉하마을 및 마드리드 방문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드리드 논란을 계기로 제2부속실 신설을 새로 검토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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