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 용인경전철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22 09:03:41
  • 호수 1363호
  • 댓글 0개

하루 3만명 다단계 승하차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용인경전철은 하루 평균 3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현재 다단계 민간위탁 운영으로 한 해 100억원 이상의 세금과 이자상환·다단계 운영에서 발생하는 부가비용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는 용인경전철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난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용인경전철 공영화’를 내년 목표로 설정했다.

용인경전철은 2013년 4월26일 개통했다. 운행구간은 ‘기흥역-동백-행정타운-전대·에버랜드’이며, 총 노선 길이는 18.143㎞다. 차량은 1량 1편성으로 30량,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철제 차륜으로 승차 정원은 133명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용인경전철이 지나가는 용인시 처인구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중·전철이 지나가지 않는다. 초기 사업계획대로 노선을 확장하면 용인시민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공공교통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용인경전철이 공공교통으로 성장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2011년 김학규 전 용인시장은 용인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준공검사를 반려했고, 용인시는 30년간 민간위탁 운영을 맡았던 캐나다 봄바디어사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 결과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소에서 봄바디어사 시공사에 배상금 8515억원을 물어주라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용인시는 배상금의 일부인 5153억원을 경기지역개발기금과 농협에서 차입했고, 500억원은 용인시 자체 재원으로 해결했다. 문제는 나머지 2862억원이었다. 


용인시와 용인경량전철(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인경전철 관리운영권을 2862억원으로 산정했고 용인경량전철(주)의 단일주주인 농협칸사스사모펀드에 2862억원을 빌리게 된다.

사모펀드는 이율이 4.97%의 고금리로, 경기개발기금 이자율 1.5%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아 한 해 지급되는 이자만 76억원가량이다. 

경기개발기금은 3년 거치 5년 균분 상환조건이었고 2015년에 조기 상환했다. 이후 사모펀드의 고금리는 금리 재구조화를 통해 3.57%로 낮췄다.

덕분에 460억원이 절약했지만, 문제는 이 과정 중 올해까지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을 맺은 것. 만약 원금을 조기 상환했다면 수백억에서 1500억의 혈세를 절감할 수 있지만 불가능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용인시는 사모펀드에 돈을 빌리면서, 용인경전철은 용인시와 운영회사 혹은 용인시와 시행사로 이뤄진 2단계 구조를 이룰 수 없게 됐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용인시→용인경량전철(주)(사모펀드)→네오트랜스(운영회사)’와 같이 다단계로 위탁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년 동안 운영된 용인경전철의 다단계 위탁 방식은 문제점이 많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단계 위탁 운영은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는 경우 예산이 얼마나 짜였는지, 지급한 운영비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기 어렵다. 

민간위탁 운영…연 100억원 이상 혈세 줄줄
조기 상환 금지 협약 마감…공영화 숙제는?


지난해 12월21일 유진선 용인시의원은 제26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용인경전철 예산이 부적합하게 집행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처리를 촉구했다.

유 의원은 용인경전철과 관련해 사업운영사인 네오트랜스의 신사업부문장이, 용인경전철에 얼마나 근무했는지, 담당 업무는 무엇인지, 인건비 등 비용 처리를 용인시에서 받은 관리운영비에서 목적 외로 지급한 게 있는지 물었다. 

네오트랜스 공문 등의 회신자료에 따르면 신사업부문장의 근무 기간은 2017년 12월21일부터 2019년 3월19일까지 약 1년4개월이다.

당시 신사업부문장은 용인경량전철 연장선, 안전문(PSD) 시공 및 기술지원 사업 등 신규 사업을 담당했으며, 해당 직원은 네오트랜스 본사 ‘파견 인원’으로 인건비는 본사에서 지급됐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 같은 회신 내용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네오트랜스의 신사업 부문은 신분당선 본부에 부서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유 의원은 신사업 부문 부문장은 용인경전철에 ‘파견 인원’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무실을 마련해 근무하게 됐는지 및 신사업 부문의 총 직원 수, 네오트랜스 본부에 신분당선 본부에 직원 모두가 근무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또 신사업 부문장의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과 그 비용이 용인시의 운영비에 지급됐는지, 네오트랜스 본사에서 지급됐는지 여부와 회계 처리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이 밖에도 용인경량전철 연장선 업무와 안전문 시공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기술지원 사업 업무가 신규 사업 업무인지, 제안서‧결재 문서 등 근거 자료로 해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파견직에 대한 임금 처리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인건비는 본사에서 지급했는지, 신사업 부문장 연봉과 인건비‧업무 관련 활동비용, 이 비용을 용인시에서 받은 게 아닌지 등을 증명하라고 했다.

이상한 위탁
승객이 부담?

유 의원은 “올해 용인시 본 예산서에 따르면 경량전철 사업특별회계는 461억원으로 편성됐고 향후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용인시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 용인경량전철 운영비가 목적 외로 사용돼 혈세가 세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용인시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용역회사들은 과도하게 중간 관리비를 책정하고,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소홀하게 다루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용인경전철 신입사원 임금은 2012년 재개통 당시 2870만원인 데 비해, 2020년은 2700만원으로 170만원 이 줄었다. 용인경전철의 노동자들은 운영회사가 계속 바뀌는 불안감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은 2008년 경전철 개통을 위해 입사했다. 하지만 개통 연기와 실시협약 해지로 2011년 2월11일 직원 155명 중 150명이 권고사직당했고, 재개통 당시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에 다시 재입사했다.

이후 2013년 8월 1차 운영회사인 봄바디어 소속이 됐다. 2016년 8월에는 2차 운영사인 네오트랜스 소속이 됐고, 2023년 3차 운영과 2033년 4차 운영 때는 회사가 몇 번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은 업무와 상관없이 회사가 3번 바뀐 것이다. 현재 근무 중인 네오트랜스 직원들 역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다단계 위탁 방식으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도 크다. 용인경전철은 분당선보다 요금이 200원 비싸다. 용인경전철의 현재 요금은 1450원(기본료 1250원+별도요금 200원)으로 별도요금 200원을 더 내고 있다.

청소년은 160원, 어린이는 100원이다. 다단계 위탁 운영으로 발생하는 부과세를 생각해보면 다단계 구조만 개선해도 별도 운임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별도요금은 승객에게 운임의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사모펀드 대출
운영사도 문제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용인경전철은 운행 중 열차가 멈추는 사고 및 승강장 안전문(PSD) 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열차가 멈추는 사고는 운영사가 예산절감을 위해 정년퇴직자를 채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열차 특성상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도 하고, 나이가 많은 정년퇴직자는 체력적으로 운행하기 힘든 부분이 크다.

승강장 안전문 문제는 기술 제한 없이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 발생한 문제다. 이 과정에서 승객 부상 사고도 일어났다. 이처럼 철도의 다단계 위탁 방식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내놓은 것이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올해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나는 것에 주목해 용인경전철 공영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 ‘용인경전철 공영화, 시민 서명운동’을 실시했고, 이달에는 2만5000명 정도의 서명을 받았다. 곧 3만명을 도달할 예정이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20대에겐 교통비가 너무 비싸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있는 구조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별도로 200원을 더 내고 있다는 게 화가 난다. 학생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돈이다”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생각해달라” “경전철은 당연히 용인시민의 품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경전철차량기지 노동조합은 용인시가 용인경전철을 직접 운영하면, 매년 최소 30억~50억원의 세금이 절감된다고 주장한다.

고용불안, 요금, 안전사고…
용인시 잡으면 50억 절감?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용인시가 민간투자금으로 상환한 금액은 원금 717억원, 이자 778억원이다. 이 계산은 적용금리 3.4%로 빚을 갚는다는 것이 전제다.

이어 내년에 조기 상환하고 용인시가 직접 운영하면 지자체 운영비뿐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인시는 차량을 이용한 시외 유동인구가 많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교통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민주당·민간도시철도 정책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협약식엔 더불어민주당과 민간도시철도 분야 공공운수노조합 용인경전철 지부, 공항철도 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김포도시철도지부, 메트로9호선 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공공운수노동조합 서해선 지부, 공공운수노동조합 우이신설경전철 지부가 참석했다.

이들은 ▲안전 인력에 관한 기준 신설과 이에 따른 안전입찰제 도입을 위한 상호 노력 ▲민간도시철도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유해 위험 환경 및 교대 근무 개선 정책 수립과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한 상호 노력 ▲민간도시철도 사업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전문가·노동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경전철 기흥역 앞에서 ‘용인경전철 공영화 촉구 시민 공동행동’을 실시했다.

시민 공동행동의 슬로건은 ‘용인경전철을 용인시민에게’였다. 이들은 ‘용인경전철 공영화 촉구, 별도요금 200원 폐지’ 등 용인시에 요구하는 내용을 내걸었다. 

용인경전철지부 등은 오는 5월까지 매달 둘째 주 토요일마다 총 4차례에 걸쳐서 ‘용인시의 용인경전철 직접 운영’을 요구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공공교통의 이해당사자인 시민이 직접 행동해서 운임과 운영 정책을 바꾸는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용역 진행
상환 계획 없어

용인시 관계자는 “올해 조기 상환 금지 협약이 끝나더라도 조기 상환 계획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용인경전철 운영을 운영사인 네오트랜스가 해야 할지, 시행사인 용인경량전철(주)이 해야 하는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은 다음 달 말 결과가 나오고, 앞으로 연구 결과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