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면세담배 사이트 정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23 10:06:46
  • 호수 13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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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원? 2800원에 한 갑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애연가들 사이서 면세담배 사이트가 공유되고 있다. 면세담배라는 명목으로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문제는 온라인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는 점이다. 해당 사이트는 불법 운영도 모자라 환불 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검토될 때마다 애연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2015년에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담뱃값이 오르자 애연가들은 저렴한 면세담배를 찾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담배 한 갑에 8000원으로 인상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처럼 담배 가격이 인상될 경우 일부 불법 밀수업자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밀수?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관에서 적발된 밀수 담배는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특히 중국산 담배 밀수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중국산 담배 밀수 규모는 총 89만 갑으로 2018년 3만갑, 2019년 15만갑, 지난해 2만갑보다 월등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관세청은 불법 경로로 담배를 밀수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밀수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반영해 앞으로도 단속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수입원가가 500원인 담배 한 갑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선 3238.5원(648%)의 제세·부담금이 발생한다.

불법 면세담배 사이트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 소비자들에게 홍보했다. A 사이트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최초로 면세담배 허가’ ‘담배 한 갑에 2800원’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불법적인 면세담배 사이트에 링크 클릭 한 번이면 쉽게 접속할 수 있다. 해당 사이트는 ‘믿을 수 있고 안전하다’ ‘최저가격과 최고의 서비스로 신속하게 배송한다’는 등의 문구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불법이 아니라는 글과 함께 합법적인 운영임을 강조했다.  

국산·외국산 100여 종류 판매
‘반값’ 쇼핑몰처럼 버젓이 운영

해당 사이트에서는 국산 및 외국산 담배 등 100여가지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면 담배 한 보루(10갑)에 시중가격이 4만5000원이지만, A 사이트에선 2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사이트 배너에는 신상 담배, 중국 담배, 영국 담배 등 다양한 종류로 구분됐다. 히트, 추천, 신상과 같은 홍보성 짙은 문구로 마치 쇼핑몰처럼 운영했다. 

이는 일반 소비자가보다 절반가량 싼값이다. 이들은 공급가가 한 보루에 1만원도 되지 않는 수출용 면세담배를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되팔아 2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사이트에 대한 비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커뮤니티 회원 B씨는 “면세담배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했다. 허가받은 합법적인 사이트라고 해서 담배를 구매하려고 입금했지만, 자꾸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환불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피해 금액이 6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담배를 구매하기 위해 29만원을 입금했지만 물건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C씨는 해당 사이트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을 요구했다. 사이트 공지사항에는 추천인 코드를 입력해야 결제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적시돼있었다. 

B씨는 공지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불받지 못했다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9만원을 입금했는데 환불을 받지 못했다. 환불받기 위해서는 또 29만원을 입금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29만원이 적은 돈도 아닌데 계속 요구하다 보니 사기라는 생각이 들어 경찰서에 접수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 측은 C씨에게 전산오류로 인해  동일한 금액을 입금하기 전까지 환불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A 사이트 외에도 면세담배 판매 사이트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정가보다 저렴하게 담배를 판매하고 있었다. 에쎄 체인지 한 보루가 2만5000원, 말보로 레드가 2만9500원, 던힐이 2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다섯 보루를 사면 한 보루를 더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이트도 눈에 띄었다. 

영업신고증 등 위조해 소비자 유인
교환·환불 피해 보상 받기 어려워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전자거래로 담배 판매 시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국내 배송도 엄격히 제한돼있다.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는 “담배는 온라인 판매 자체가 불법이다. 법에 따라 벌칙 조항이 있다”며 “소매인이라면 담배 사업법상 온라인 및 우편 판매는 금지돼있어 어길 경우 처벌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자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입·판매하려면 관할 시청에, 도·소매를 하려면 관할 구청에 허가를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A 사이트에 회사 소개에는 직접생산 확인증명서, 중소기업확인서, 영업신고증, 수출입식방제업 신고증 등을 게시해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줬다.

이 사이트는 영업신고증 허가를 부산광역시 사하구청에서 받은 것으로 게시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사하구청 관계자는 “영업 신고증 문서 자체를 위조한 것 같다. 해당 사이트는 해외에서 운영하는 피싱사이트로 보인다”며 “경찰에 의뢰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는 끊이지 않고 불법 담배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악용해 면세담배의 국내 재반입을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저렴하게 담배를 구입하려는 애연가를 대상으로 돈만 받고 제품을 보내지 않는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배사업법상 인터넷으로 담배를 구매하는 행위는 규제할 수 없지만 파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며 “그나마 물건을 받으면 다행이지만 배송받지 못하거나 불량 담배를 받더라도 피해보상을 받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불법?

A 사이트에 공개된 고객센터 전화번호로 기자라고 밝히자 “끊겠다”는 말만 남긴 채 업체는 취재를 거부했다. 딜러를 모집한다는 글에 공개된 전화번호에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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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