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머지? '감쪽같은' 머지 사태 수수께끼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23 16:46:03
  • 호수 13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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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도 손해 보는 이상한 돈놀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가 터졌다. 일각에서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시선도 있다. 머지포인트의 경우 수익모델이 전무했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머지포인트를 운영한 머지플러스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폰지사기란 고수익을 약속하며 돈을 끌어모은 뒤 처음 몇 달 동안은 약속한 대로 수익금을 주다가 잠적해버리는 사기 수법이다.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는 구조여서 더 많은 새로운 투자자가 생기지 않으면 망하게 된다. 또 투자자가 갑자기 대규모로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내줄 돈이 없어 불안정한 수익구조인 게 들통난다.

수익 약속
폰지 사건

이와 유사한 방식의 금융사건이 터졌다. 머지사태란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서비스를 축소하자 소비자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한 사건이다. 환불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자 폰지사기란 의혹도 나오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공지를 통해 “서비스가 선불 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당분간 축소 운영된다”며 “음식점업을 제외한 편의점, 마트 등 타 업종 브랜드를 함께 제공한 콘사(머지플러스와 제휴 브랜드·가맹점 사이를 중개하는 업체)는 법률 검토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포인트를 지불할 수 있는 업체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불안하게 느낀 소비자들이 대거 환불을 요구했고 다음날인 12일부터 환불 절차가 진행됐다. 일부 고객은 결제액의 최대 90%에 이르는 금액을 환불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입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비자들도 나타났다.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 규모와 환불 방법 등을 공유하는 내용이 수십건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게시판에 글을 올려 “환불받았다는 사실을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뒤 일부 금액을 환불해줬다고 하는데, 서약서 내용을 보니 진짜 환불해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차후 법정에서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 단톡방에는 피해 인증 글도 올라오고 있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돈을 충전했다가 2300만원이 묶인 경우도 있었다. 머지플러스는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있지만 처리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같은 시각에 접수해도 입금 여부가 엇갈리는가 하면 오프라인 환불과 온라인 환불 여부가 뒤섞이며 소비자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초창기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사업 초기 업체별 적립 포인트와 쿠폰 등을 하나로 통합해주면서 젊은 소비층에 간편함으로 인기를 끌었다. 상품권 개념의 포인트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 말이다. 당시 1만원 포인트를 8500원으로 판매한다며 홍보했고 가맹점도 드롭탑, 설빙, 이디야 등 3개 업체에서만 결제가 가능했다. 

사업 초 다단계 형식으로 SNS 홍보
50만명 회원·1000억원 포인트 발행

머지플러스는 사업 초기 SNS 공유 이벤트를 활용해 머지포인트를 홍보했다. 일종의 다단계 방식의 홍보가 꽤 효과적이었다. 댓글로 상품 구매 인증을 하고 SNS에 공유할 시 1000포인트, 3장 이상 구매하고 SNS로 인증할 시 1만원 포인트를 증정하는 방식이었다.

2019년 1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몬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을 통한 ‘핫딜’이 자주 노출됐다. 포인트 판매금액은 1만원에서 5만원(3만9900원)으로 올라갔고 제휴업체도 기존 3곳에서 셀렉토커피 한 곳이 추가됐다. 

본격적으로 제휴 매장이 늘어난 시점은 2019년 8월경이다. 당시 편의점 GS25를 비롯해 유가네닭갈비, 탐앤탐스, 카페베네, 매드포갈릭 등 인지도가 있는 프랜차이츠로까지 제휴 매장이 늘어났다. 2019년 하반기부터 10만원 딜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주 판매처인 이커머스 업체에서는 딜이 올라오면 매진될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제휴 가맹점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2020년 3월 기준 제휴 매장은 2만개를 넘어섰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가맹점에 포함되면서 신뢰를 쌓았고 ‘딜’이 뜨면 포인트를 쌓아두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그 무렵이다. 이용자가 늘면서 머지플러스는 할인율을 13%로 줄였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선 “10% 할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때문에 딜이 뜨면 몇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포인트를 쌓아두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할인 폭은 다시 18%로 커졌고 2020년 10월부턴 20만원권 판매가 시작됐다. 한 달 뒤 50만원짜리 딜이 나왔다. 최근까지 머지플러스는 소액 딜보단 20만원, 30만원대의 높은 금액 위주의 딜을 판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말기술
속았다

머지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것도 최근이다. 월 1만5000원을 내면 머지포인트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자동 구매해서 대신 결제해주는 시스템이다. 1년에 약 18만원인 해당 서비스를 2~3년 장기 계약한 사람도 있었다. 연간 회원권 판매에는 하나멤버스, 페이코, 토스 등과 같은 금융사들과 제휴돼 소비자를 끌어들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머지포인트 사용자 통계 결과, 월간 결제 이용객이 50만명이 넘었으며 1000억원대 규모의 포인트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폰지사기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제휴 가맹점 수를 보면서 신뢰할만한 플랫폼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업계에서 제휴사 할인을 하는 곳은 많았지만 머지포인트처럼 높은 활인율을 제공하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머지의 수익구조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일반적인 10만원 상품권이 유통된다고 가정하면 상품권업체가 가맹점으로 약 5% 할인된 가격(9만5000원)에 판다. 이후 소비자는 가맹점으로부터 9만8000원에 상품권을 구입한다. 소비자가 상품권으로 소비하면, 상품권 업체는 2~3개월간 현금을 보유한 뒤 여기에 약 2% 수수료를 제외하고 가맹점에게 상품권과 맞바꾼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머지포인트는 어떨까. 20%의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다. 10만원 이상의 고액 전자상품권 판매로 인지세도 발생한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도 생긴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결제대행업체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머지포인트는 결제대행업체에도 대금 지급 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머지포인트는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회사가 손해 보는 구조다. 가맹점을 유치하는 상품권 사업자를 중간에 낀 유통 구조로, 할인분 상당액을 머지플러스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는 ‘계획된 적자’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 쿠팡 등의 성장방식을 벤치마킹 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생태계를 키운 다음 돈을 벌 계획이었다. 

포인트 장난
서비스 축소

업계 관계자는 “해피머니 등 대부분 상품권업체는 인지세 문제로 10만원 이상 고액 상품권 발행은 하지 않는다”며 “머지포인트 자체로는 돈을 벌 길이 없고 투자자 발굴을 통해 새 수익처 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구멍이 너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머지포인트 역시 회원 수와 거래 규모만 가지고는 뚜렷한 이익창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인 쿠팡, 아마존과 같은 행보를 꿈꿨다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금 30억원 뿐인 회사가 1000억원대 규모의 거래액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사업자 발행액은 지난 6월 기준 월 400억원, 현재 시중에 유통된 머지포인트 발행액은 최소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누적순손실 예상액 200억원에 직원 70여명의 인건비 등 사업 운영비만 연간 수십억원이 발생하고 있지만 수익을 창출한 비즈니스모델(BM)이나 신규 투자 유치는 드러난 게 없다.

업계에서는 회사 운영 자금이 대부분 고객 예치금에서 나온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간편결제 전문가들은 막대한 포인트 혜택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손실 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났지만 이를 해결할 수익모델이나 대안이 없어 자칫 불법 폰지 행위로 법적 문제가 커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자금융사업자가 아닌 상황에서 회사 도산 등 자금 경색이 발생할 경우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또 머지플러스가 그동안 전자금융업자의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고 포인트를 발행하며 영업해온 것이 드러났다. 무려 3년간 전금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사업을 이어왔다. 이에 대해 머지플러스는 ‘상품권 발행업’으로 영업활동을 해왔다고 해명했으며 자사가 제공하고 있는 포인트와 서비스를 ‘모바일상품권’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쿠팡 등 벤치마킹 
신규 투자 알려진 게 없어

상품권법은 1999년 폐지돼 소비자를 위한 법적 안전장치가 없다. 게다가 기업들이 인지세만 낼 경우 무제한으로 발행할 수 있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재 머지플러스 사용자와 가맹점주들이 환불울 요구하고 있으나 규정대로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머지플러스 사업은 전자 금융업자에 해당된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전자 금융업자의 업무에는 선불전자 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가 포함된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돼 발행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 금감위 등록 대상이다. 

또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용역의 범위가 두 개 업종 이상이다. 머지플러스의 경우 ‘머지머니’라는 포인트가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되며, 포인트로 약 2만개 가맹점에서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도 머지플러스는 왜 전자 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것일까. 전자 금융업자는 사용자들의 예치금을 보유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전자 금융업자는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본금, 재무 건전성, 사업계획 등의 등록 요건을 갖춰야 한다. 부채비율을 자기자본의 200%로 유지해야 하며, 선불전자지급수단 충전 한도는 200만원으로 제한된다. 충전하고 사용하지 않은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상품권업으로 규제를 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17일 검찰과 경찰에 머지포인트 사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머지플러스가 금융당국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 자료를 내더라도 금감원이 이행을 강제할 수 없기에 수사기관에 통보했다”며 “수사기관 통보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 기다렸으나 이용자의 환불 요구가 쇄도해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본격적으로 머지플러스 대상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내사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맡았다. 

계획된 적자?
환불 어떻게?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권혁중 경제평론가는 “머지플러스는 수많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게 최종 목표였던 것 같은데, 그 전에 판매중단 이슈가 터져버린 것”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수익구조로는 환불 등 뒷감당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일부 테크핀(IT기술을 금융에 접목) 업체들은 기술개발은 굉장히 빠른 반면, 금융법 제도에 대해선 무지하거나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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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