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못 채우는 '낙하산 성지' 코레일 수장 잔혹사

누가 와도 끝은 같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지난 2일,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사장이 사임했다. 임기 3년 중 9개월을 마저 채우지 못한 것이다. 손 사장을 비롯한 역대 코레일 사장들이 공기업 전환 후 단 한 명도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하면서 ‘중도 하차’한 사례가 또 추가됐다. 

코레일 사장들은 정치권의 ‘입김’과 사장들이 정권 교체기에 비전문가인 친정부 성향의 낙하산 인사 임명 의혹이 지속돼왔다. 이밖에도 코레일 자체의 사건 사고, 비리 문제로 인해 사장직을 내려놓고 퇴진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끝까지 완주 
사장이 없다

손 사장이 사의를 밝힌 첫 번째 이유는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는 적자 때문이다. 코레일은 손 사장 취임 첫 해인 지난 2019년 10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조1600억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하철 이용객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적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는 지난해 12개 지역본부 개선, 조직문화 혁신 등을 통한 비용 절감을 시도했다.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적자폭을 줄이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발표된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도 손 사장의 사임에 주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코레일은 경영평가에서 보통에 해당하는 C 등급을 획득했으나 경영관리 부문에서 최하 등급인 E 등급을 받았다. 이로 인해 손 사장은 기관장 경고까지 받았다.


코레일은 손 사장이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D(미흡)를 받기도 했다. 코레일이 고객만족도 조사(PCSI)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원 208명이 고객으로 위장한 뒤 설문조사에 참여해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조사 결과 코레일 전국 12개 지역본부 가운데 8개 본부 소속 직원들이 경영실적 평가의 점수를 높게 받고, 성과급을 받기 위해 직원 신분으로 직접 설문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코레일 직원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수는 전체 1400여건 가운데 222건이다.

코레일 서울본부 직원 200여명이 있던 대화방에는 고객만족도 조사원의 동선과 사진을 직원끼리 서로 공유했다. 조사원이 나타나면 주변에 있다가 조사를 받게끔 유도했다. 점수를 줄 때도 10점만 주지 않고 9점 혹은 8점의 점수를 매겼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직원 16명을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다만 코레일 본사에서 실시한 자체조사에서 조작을 지시하거나 개입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명도 임기 채우지 못하고 하차
사건사고, 비리 문제로 중도 퇴진

해당 고객만족도 조작 사건은 경영평가 결과가 낮게 나오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코레일 직원들은 그동안 받아왔던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손 사장은 해당 사건의 여파로 기관장 경고를 받았다. 

논란이 일자 코레일은 “고객만족도 조사를 왜곡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동안 코레일은 2013년 실시한 경영평가에서 파업 여파로 ‘E(아주 미흡)’ 등급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성과급을 받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 파업과 안전사고에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C(보통)’ 등급을 받으며 꾸준히 성과급을 받아오다가 E 등급을 받자 손 사장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게다가 적자 상황임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감사 결과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9년 공공기관 성과급 지급 기준을 어기고 성과급을 700억원 이상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코레일 정기검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레일이 2019년 경영 평가 성과급을 임직원에게 총 3362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성과급 지급기준인 월 기본급에는 정기상여금이 포함됐는데, 통상 수당과 정기상여금을 제외하도록 한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을 어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코레일은 근속연수에 따른 직무역할급과 관리보전수당 등의 통상적 수당 급여도 월 기본급에 포함시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은 총 성과급을 2626억원으로 추산했다. 조사 결과 코레일은 기준을 어겨가며 직원들에게 736억원을 더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마 전…
보은 인사

또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으로부터 승계받은 철도회원 예약 보관금 412억원에 대한 반환 과정에서도 채무 소멸로 인한 70억원을 수익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철도청은 위약 수수료 담보로 철도회원 가입 시 2만원의 예약 보관금을 받았다. 

철도청은 2007년 1월 코레일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면서 철도회원에게 회원 탈퇴를 안내하고 예약 보관금 반환 신청을 받기는 했다. 국정감사에서 이를 두고 소극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반환하지 않은 예약 보관금을 법원에 공탁하겠다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코레일 사장에게 경영평가 성과급 과다 지급에 대한 주의를 주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경영평가 성과급 과다 지급 사실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하도록 통보했다.

이밖에도 사원복 구매 계약에서 2016년 계약을 체결했던 사원복 견본품에 대한 원단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계약업체로부터 받은 시험성적서만으로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규격에 미달하는 사원복을 2018년 말까지 납품받았다.

또 계약업체의 대표이사가 2018년 사원복 전문위원에게 1억원을 공여하는 등 청렴계약을 위반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계약을 유지한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코레일이 적자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등을 과다 지급해 경영보다는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코레일의 경영을 두고 철도개혁이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으로 대표이사를 비롯한 상임·비상임이사 등의 임원진이 전문가가 아닌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단 내부 직원뿐 아니라 사장도 낙하산 인사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코레일은 2005년 1월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한 뒤 16년 동안 9명의 사장들이 모두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코레일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코레일 사장은 국토부 산하기관으로 국토부 장관이 신임 사장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 탓에 사장 임명에 청와대나 국토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누적 적자
책임 느껴

손 사장의 경우 능력보다는 국토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철도업계에선 지난 16년 동안 초대 신광순 사장과 6대 최연혜 사장, 7대 홍순만 사장을 제외하곤 모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평가된다. 코레일 사장 자리가 정치 행보를 위해 거쳐가는 ‘요직’ 중 하나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초대 사장인 신광순 전 사장은 철도청장을 맡다가 코레일이 공기업화되면서 사장직을 이어서 수행했다. 신 전 사장은 코레일 내부 출신이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유전 개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5개월 만에 사임했다.

뒤를 이은 2대 사장 이철 전 사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2008년 1월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되자 스스로 물러났다.

3대 사장인 강경호 전 사장도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지난 2009년엔 다스(DAS) 사장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강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지만 철도업계에선 철도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그는 강원랜드의 인사청탁 및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력도 있다. 

뒤이어 취임한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 전 사장은 33개월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사장직을 맡았다. 당시 허 전 사장의 사임을 두고 총선 출마를 위해 코레일 사장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5대 정창영 전 사장은 감사원 사무총장을 출신 사장이다. 이명박정부 말 사장으로 임명된 그는 코레일의 ‘철도 구조 상하통합’을 주장했으나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뒤 임기를 마쳤다. 

6대 최연혜 전 사장은 한국철도대학 교수, 철도청(코레일 전신) 차장을 거쳐 코레일 부사장까지 지냈던 만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차 사장 공모 당시 최종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비전문 친정부 성향 수두룩
정치 행보 위해 필수 관문?

최 전 사장 임명 후 코레일 사장직은 결국 정치권의 낙하산이란 평가가 다수 존재했다.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그가 재임 기간 동안 현업에 집중하기보다 정치적 행보가 더 두드러졌다는 말도 나왔다. 

7대 홍순만 전 사장은 건설교통부 소속 고속철도과장과 철도국장 등을 지낸 전문가였다. 그러나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철도 노조에선 ‘철도 적폐’ 12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8대 사장 오영식 전 사장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직을 맡았고, 3선의 전직 국회의원 출신 인사다. 코레일 국정감사 때 그는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강릉 KTX 탈선 현장을 찾아 사고의 원인이 추위로 인한 선로 이상이라고 언급해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코레일 사장은 정권 교체 시기에 맞춰 늘 교체돼왔다. 역대 사장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20개월 정도로 임기 3년 중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평균 재임 기간이 짧고, 정치 행보를 위해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라 여기면서 일각에선 경영에 몰두하기보다 ‘경력 채우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과거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추후 사장 임명 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나같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퇴했다는 점에서 내부 직원들 역시 사장을 ‘금방 떠날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모양새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 사장들이 교체되는 시기가 빨라 다른 공기업 기관장들보다 상대적으로 내부에 비판적 여론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유로 각종 의혹이나 내부적인 문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사장만 교체되면 그만’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16년 동안 사장들에 대한 잡음과 비리, 성과급 등으로 코레일의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다. 이는 심각한 적자 기록은 물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미지는 
이미 추락

한 전문가는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문제는 정권 교체 시기에 항상 발생하는 문제”라며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인사들이 보여주기식에만 치중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정치인이 사장으로 오더라도 철도계 전문가와 대외적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면 괜찮다”며 “지금까지는 낙하산 사장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 사장을 신중하게 선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레일 적자 이유는?

2016년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고속철도가 시작됐다. 코레일이 KTX를 운영하고 있는 도중, SR이라는 새로운 철도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정부는 경쟁을 이유로 SR를 만들었다. 현재 SR은 열차 22대를 코레일에서 빌려 쓰고 있는 중이다. 코레일은 이 열차를 새로 사서 SR에 빌려줬다.

열차를 구매한 가격만 7200억원이 투입됐다. 정부에 구입 비용 절반 정도를 지원받았지만, 매년 갚아야 할 채권 이자율은 3.6%다. 손해까지 보면서 SR에 열차를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열차를 빌려주는 값을 국토교통부가 정해줬다. 설립 당시 경쟁 체제라더니, 정부가 코레일에는 손해를 떠넘기고, 반대로 SR에는 큰 특혜를 몰아 줬다는 의혹이 있다.

이를 두고 철도노조는 정부가 SR의 민영화를 위한 행위라며 의심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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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