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대권도전 선언'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02 12: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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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패의 사나이' 대권경쟁에서도 기적 이뤄낼까?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정책위의장 2번, 원내대표 1번, 당 대표 3번' 남들은 한번 하기도 힘들다는 당직을 두루 거치며 일명 '당직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바 있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달 26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정 고문은 대선출마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 4년 반 만에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 대다수 국민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감 속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고통과 무력감 속에서 하루를 마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출마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는 정 고문의 목소리에선 팍팍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서민에 대한 연민과 정권교체에 대한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달 26일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 광장시장에서 민주당 의원 40여 명과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 든든한 경제대통령"을 구호로 제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 대결에서 친박계의 좌장격인 홍사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바 있다.

낮은 존재감
저평가 우량주?
 

서울 종로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불모지와 같은 곳이었기에 정 고문의 기쁨은 더욱 컸다. 정 고문 스스로도 "종로에서 국회의원이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번 승리를 통해 정 고문은 '무패의 사나이'라는 자신의 닉네임을 이어가게 됐다. 정 고문은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해본 적이 없는 무패의 사나이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인생을 살아온 그다.

지난 1978년 쌍용그룹의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 고문은 쌍용에서 상무이사의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했다. 지난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엔 내리 5선을 했다. 민주당의 사지라고 불렸던 종로에서도 살아 돌아온 그다. 이 과정에서 정 고문은 정책위의장을 2번, 원내대표를 1번, 당대표를 3번 맡으며 '당직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무척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 고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낮은 존재감'이다. 

일각에선 관리형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정 고문은 자신을 '저평가 우량주'라고 자평한다.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많은 성과를 얻어냈는데도 전혀 부각이 안 됐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당대표를 3번이나 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항변이었다.


당직 트리플크라운 달성했지만 낮은 존재감 '굴욕'
"든든한 경제대통령 될 것" 경제전문가 이미지 부각

정 고문은 대선출마선언을 통해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분수경제'라는 특이한 용어를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정 고문은 "분수경제는 경제성장 동력을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서 찾겠다는 의미로 대기업의 수익이 사회로 돌아간다는 '낙수경제'에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분수경제'는 정 고문이 직접 만들어 낸 개념으로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등 경제의 하층부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 그 효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경제 전체로 퍼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인 정 고문이 재벌개혁과 중소기업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정 고문은 "대기업을 제대로 알면 중소기업도 잘 아는 법이다. 2차방정식을 잘 풀면 1차방정식은 쉽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허리가 튼튼한 '항아리형' 산업구조로 바꿔 내수진작의 힘으로 투자와 생산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고문은 종로 광장시장을 대권선언 장소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4.11 총선에서 승리를 이룬 지역구로서 종로는 정치 1번지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광장'이라는 이름은 소통과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말이며, 시장이라는 장소는 분수경제의 서민경제를 대변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분수경제론 주장
서민 살리기 주력

한편 정세균 고문은 지난 1950년 전북 진안에서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가족으로는 배우자 최혜경씨와 1남 1녀가 있다. 가난한 가정환경과 오지의 환경에서 자란 그는 검정고시를 치르고서야 중학교 졸업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전주공고에 입학했던 그는 대학진학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전주 신흥고로 전학하게 된다. 그는 신흥고에서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대학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대학 신문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졸업 후 <동아일보>에 입사지원 했지만 유신정권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에 충격을 받고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쌍용그룹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쌍용그룹의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일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 주재원 시절 뉴욕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LA주재원 시절엔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MBA까지 취득하게 된다. 이후 그는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 자리에까지 오르며 1995년까지 수출입 업무를 맡았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오랫동안 기업인으로 활동한 경험은 유독 그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이렇듯 기업인으로도 승승장구의 행보를 가고 있던 정 고문은 지난 1995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제안을 받고 김대중 총재 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정고문은 정치 입문 후 불과 1년 만인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정 고문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내리 다섯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종로에서 홍사덕 의원을 꺾었다. 야당 의원이 종로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4년만의 일이었다.

미스터 스마일맨
허허실실 '외유내강'

그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기업에서의 경영 경험을 살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 간사와 상무위원장직을 수행하며 현대자동차 노사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해내는 등 경제통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앙선대위 국가비전 21위원회 본부장과 경제특보를 맡아 대선 승리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에서는 정책위의장을 거쳐 2005년 당의장직에 올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등 여파로 분열된 당을 통합하는 데 기여했으며 2007년에는 열린우리당의 의장으로 선출돼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당되기 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이 됐다. 2006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하며 글로벌 경제 감각을 단련했고, 2008년에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돼 세 번째로 당을 이끌었다. 이후 2010년에도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손학규 상임고문에게 밀려 최고위원에 머물렀다.

정 고문은 당내에서 '미스터 스마일맨'으로 통한다. 항상 웃는 얼굴로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허허실실' 웃으면서도 성과를 내고 실적을 착실히 쌓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라는 뜻이다. 정 고문을 지지하는 세력은 강기정, 문희상, 원혜영, 유인태, 이미경, 전병헌, 최재성 의원 등 현역의원만 45명이나 된다.

정 고문의 씽크탱크 격인 '국민시대'에는 장하진 전 여성부장관과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가 공동대표로 포진하고 있고 김근식(경남대), 박찬표(목포대) 교수 등 260여 명의 정책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후원회장은 <은교>로 유명한 소설가 박범신씨가 맡고 있다.

'야당필패' 종로서 24년만의 승리 일궈낸 저력
민주 대권, 다자구도 형성…대권경쟁 '흥미진진'

정 고문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한 도덕적 결함이나 약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 고문에 대해 "대통령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현재 당내 대권주자들 간의 순위경쟁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빅3’에 밀려있다. 그들과 비교해서 소위 '꿀릴 것'이 없는 경력과 능력을 자랑하지만 막상 지지율에선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 고문은 이에 대해 "지금 당장은 지지도가 낮지만 저의 진정성과 경험, 전문성을 알리고 후보들을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면 국민들에게 신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 고문의 이번 대권도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이제는 정치적으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 고문이기 때문에 대권은 그가 언젠가 한 번은 도전해봐야 할 숙명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 등의 3강 체제가 이미 고착화되어 있는 이번 대선에서 과연 정 고문이 얼마만큼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종로구에서의 값진 승리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 고문의 정치적 행보에 찬물만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 고문은 경제 전문가라는 강점을 살려 당내 경쟁자들과 최대한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전문가 부각
경쟁자와 차별화

정 고문은 "현재 우리나라는 내수기반이 무너지고 일자리와 수출도 줄고,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특히 농어업은 이미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가계부채 해결 및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를 통한 빚 없는 사회, 남녀와 세대, 지역, 학력의 구분 없이 국민이 편안한 사회, IT융합산업과 의료·바이오산업, 신재생 에너지사업 등 첨단, 선도산업의 육성을 통해 제2의 IT신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제18대 대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무려 17년간의 정치생활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주위의 평가에 굴욕을 당해왔던 그가 이번 대권도전으로 확실히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 다가오는 대선은 그의 도전으로 점점 더 흥미로워 지고 있다.

 

<정세균 고문 프로필>

▲ 1969년 전주 신흥고 졸업
▲ 1973년 고려대학교 총학생 회장
▲ 1974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1978년 쌍용그룹 입사
▲ 1995년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전북도지부 회장
▲ 제15~19대 국회의원
▲ 산업자원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민주당 대표
▲ 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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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