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벤처계 신화'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26 16: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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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NC소프트 내려놓은 까닭 "제2의 도약 준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흔히 우리나라에서 부자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그런데 이 회장조차 부러워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NC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다. 이 회장은 한 사적인 모임에서 “삼성전자가 NC소프트와 같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설비투자와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NC는 고작 3000여명의 인원으로 특별한 설비나 원자재 투입도 없이 고수익을 낸다”며 부러워했다는 소문이다. 물론 사적인 모임에서의 발언이기 때문에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는 대목이다. 맨손으로 시작해 1조원대 부자에 등극한 김택진 대표. 어느새 그는 우리 사회의 신화적 인물이 되어 있었다.

최근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갑작스런 지분 매각으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8000억원이 넘는 여유자금을 손에 쥐게 되면서 모바일 사업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했다는 설, 부동산 사업을 시작한다는 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진출한다는 설, 야구단 운영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설 등 각종 소문에 시달려야만 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공부에만 몰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택진 대표는 지난 11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며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글로벌 게임시장 공략을 위해 넥슨과 힘을 합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보다 낮은 매각 가격과 신작출시를 앞둔 이해할 수 없는 매각 시기, 최대주주에서 내려오면서까지 주식을 팔아야 했던 이유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진행된 게임사 간 M&A 중에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매각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아직까지도 갖가지 설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간에서는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김택진이란 인물 자체에 대한 호기심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지금은 1조원대 부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김 대표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무척 가난했다. 1967년 서울 태생인 그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던 중 부도를 내면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빚쟁이들에게 얼마나 심하게 빚독촉을 당했던지 김 대표의 아버지는 한동안 가출까지 했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의 아버지는 빚쟁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꼭 갚을 테니 그때까지 자신을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후 그의 아버지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악착같이 양말과 옷 등을 팔아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갈 수 있었다.
그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김 대표는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더욱 공부에 몰두하며 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수학과 과학을 유난히 좋아했던 김 대표는 중학교 시절에 이미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까지 마스터한 후 취미를 기계로 돌리게 됐다. 고등학생이 된 김 대표는 우연히 애플사에서 제작한 개인용 컴퓨터를 보게 된다. 컴퓨터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김 대표는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전자공학에 눈을 돌린다.

1985년 한국 최고의 명문대학교인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김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컴퓨터라는 기계의 원리를 마스터하고 싶은 마음에 당시 컴퓨터의 메카였던 종로 세운상가를 찾았다. 그는 스무 살 때 그곳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컴퓨터에 관련된 소식과 외국서적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이미 학점을 위한 전공 공부보단 자신의 지적욕구를 풀어주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렇게 컴퓨터를 공부하다보니 컴퓨터가 달라 보였다. 컴퓨터의 전원을 누르고 컴퓨터가 켜지는 과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손가락으로 파워버튼을 누를 때 메모리에 데이터가 저장되고 CPU가 데이터를 처리해 그래픽카드로 보내고 이를 모니터 화면으로 표시하는 모든 부팅 과정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난한 어린시절 이겨내고 맨손으로 1조원대 부자 등극
아래아한글 공동개발 등 천재적 행보…IT업계 판도 바꿔

김 대표는 대학 시절 '컴퓨터연구회'라는 컴퓨터연구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들은 아마추어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통신 기반의 전자 게시판 버들골 BBS를 만들어 낼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김 대표가 동아리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학교 기계공학과에 다니던 이찬진이 워드프로세서 개발 참여를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워드프로세서가 바로 '아래아한글'이다. 아래아한글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효시로 불릴 만큼 사회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래아한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설립한 회사가 바로 '한글과컴퓨터'다. 이같은 업적을 바탕으로 당시 대부분의 컴퓨터연구회 동아리 회원들은 한글과컴퓨터사의 중역으로 스카우트 됐지만 김 대표는 이찬진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부했다. 당시 김 대표의 꿈은 공과대학 교수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려던 김 대표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현대전자 미국연구소에서의 스카우트 제의였다. 당시 김 대표는 병역이 미필인 상태였는데 현대전자가 제시한 혜택에는 병역특례가 있었다. 컴퓨터 산업의 메카인 미국에서 병역특례를 받으며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런 뛰어난 능력으로 그는 병역특례요원 신분임에도 매년 승진을 거듭해 팀장 자리까지 단기간에 오르게 된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김택진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젊은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내부에서 김택진이 개발한 아미넷을 두고 분열이 일어났다. 이러한 싸움에 염증을 느낀 김택진은 현대전자를 퇴사하고 1997년 3월 NC소프트를 창업하게 된다.

NC소프트 창업
찬사와 비판의 공존

NC소프트는 Next Company의 약자다. NC소프트는 창업 첫 해부터 자체개발한 컴퓨터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소위 대박을 쳤다. 리니지는 출시되자마자 MMORPG(다중접속 온라인게임)시장을 선도했다. 현재까지 누적회원만 1000만 명에 달한다. 리니지의 성공은 곧 전국적인 인터넷 인프라 구축, PC방 보급의 확대, 정부의 IT 육성정책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NC소프트 게임의 심각한 중독성 때문에 '게임폐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일부 유저들은 게임을 하느라 학교, 직장 등에 가지 않거나 심지어는 며칠동안 게임을 하다 과로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수백만원을 부모 몰래 결제하거나, 게임 내 사기 등으로 순식간에 전과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이러한 부작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김 대표에 대해 '합법적인 마약상'이라는 비판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이미 수많은 온라인게임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비단 게임폐인이라는 집단이 생겨난 것이 NC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NC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사실이다. 또 NC는 게임중독의 문제점 등이 제기된 이후에도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수익창출에 더욱 매진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비판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늘 이러한 비판에 시달려 왔기 때문인지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프로야구 제9구단 NC다이노스의 창단을 신청하면서도 창단이유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빚을 갚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우리(NC소프트)가 젊은이들을 골방에 가둬놨다. 골방에 있던 젊은이들이 탁 트인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호연지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그래서 프로야구단을 꼭 창단하고 싶다"고 밝혔다.

화려한 성공 이면엔 '합법적 마약상' 비판도
NC다이노스 창단 "청소년들에게 빚 갚겠다"

김 대표의 이러한 사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젊은이들을 골방에 가둬두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NC의 위선일 뿐"이라며 폄하했다.

한편 김 대표의 야구사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왔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일본 스포츠 만화 <거인의 별>을 보고 주인공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에는 전봇대에 폐타이어를 매달아놓고 방망이질을 해가며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투수가 우상이었던 김 대표는 야구단을 통해 게임산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가 NC다이노스에 쏟고 있는 애정은 각별하다. 전지훈련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매스컴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부인 윤송이 박사와 함께 NC야구단의 연고지인 경남 창원에서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부인인 윤 박사는 무척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 과학고를 조기졸업(2년)하고 한국과기대(KAIST)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3년6개월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 한다. 당시 만24세로 한국인 최연소 MIT박사 기록이었다. 미국컴퓨터공학협회(ACM)가 매년 전세계에서 단 한 명에게 주는 최우수학생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28세의 나이로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최연소 상무로 진급하며 ‘천재소녀’로 불렸다. 김 대표와 윤 박사는 지난 2004년 3월 윤 박사가 NC소프트의 사외이사에 선임되면서부터 서로 인연을 맺게 돼 지난 2007년 결혼했다. 당시 김 대표는 재혼이었다.

유별난 야구사랑
속죄의 의미도?

최근 김 대표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부담스러울 정도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정계진출설까지 나돌았던 까닭이다. 그의 말대로 이번 지분매각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단순한 포석인지 아니면 또다른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그의 의중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창업자로서 지난 16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NC소프트의 최대주주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떠한 신화를 써내려갈지 기대된다.

 

<김택진 대표 프로필>

▲ 대일고등학교 졸
▲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
▲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중퇴
▲ 1989 아래아한글 공동개발
▲ 1989 한메소프트 창립
▲ 1991 현대전자 보스턴 파견 근무
▲ 1995 현대전자 아미넷 개발 팀장
▲ 1997 NC소프트 창립
▲ 2011 NC다이노스 구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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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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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