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승자' 김한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18 1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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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놓쳤지만 당내 입지 탄탄 "지고도 이겼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이기고도 졌다. 아니 결과는 졌지만 과정은 사실상 이겼다." 이번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해찬 대표에게 0.5%차 석패를 당했다. 전국 대의원 순회경선 12개 시·도와 권리당원 현장투표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던 그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야말로 이기고도 진 안타까운 결과였다. 친노 강세인 온라인 표심을 넘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었다. 이번 경선을 계기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선룰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이번 패배에도 불구하고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 지난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4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던 그다. 또 특정 계파와 세력의 뒷받침 없이 혈혈단신 경선에 뛰어들었던 그로서는 졌지만 화려한 컴백이었다.

민주당의 새지도부를 선출하는 임시전당대회가 예상 밖 흥행에 대성공했다. 총선패배 후 침체돼 있던 민주당엔 단비와도 같은 호재였다. 이번 전당대회 흥행의 중심에는 모두가 예상했던 이해찬 대세론을 누르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를 만들어낸 김한길 최고위원이 있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경선에서 이해찬 대표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당권을 놓쳤으나 '김한길 대안론'까지 만들어 내는 등 당내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분야 '두각'
??승승장구 행보

선거기간 내내 이 대표는 '이-박 담합론' 전화인터뷰 보이콧, 종북색깔론 등 다양한 악재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모바일 표심이 승패를 갈랐다.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 대의원 순회경선에서 12개 시·도가 저를 1등으로 뽑아주셨고, 권리당원 현장투표와 모바일투표에서도 모두 저를 1등으로 뽑아주셨다. 대의원과 당원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고도 대표가 되지 못해 죄송하다"며 우회적으로 이번 경선이 당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음을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투표 결과에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솔직히 대표직 수락 연설문까지 다 써놨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가 끝난 다음날 치러진 민주당 새 지도부 상견례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 최고위원의 불참을 놓고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이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항간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다만 6·9 전당대회를 계기로 향후 대선후보 경선에서의 모바일 선거인단 구성 등 전반적인 룰에 대한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1953년 일본 도쿄에서 통일사회당 당수를 지낸 아버지 당산 김철, 어머니 윤초옥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김 최고위원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한국으로 건너와 덕수초등학교와 대광중학교, 이대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서울 중앙여고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지만 1981년에 소설 <바람과 박제>가 문학사상에서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하게 된다.

0.5%차 석패…'한끗' 밀렸지만 저력 확인
'계파정치 타파' 대선 경쟁력 확보에 총력

또 미국으로 건너가 미주 한국일보, 미주 중앙일보 등에서 언론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귀국 이후에는 방송위원회 기획국 국장, 방송위원회 사무총장서리, 기조실장 등을 지내다가 소설가로 활동한다. 김 최고위원은 소설가 활동 외에도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김한길과 사람들〉의 진행을 비롯한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교사, 소설가, 기자, 방송인, 정치인 등 모든 이들이 선망할 만한 직업들을 두루 거쳤으며, 모든 분야에서 승승장구했다.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현재의 부인인 9살 연하의 탤런트 최명길을 만나 결혼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 최고위원은 당시 초대손님으로 나온 최명길에게 생방송 중 '사귀는 사람 있냐?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느냐?'며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쳤다. 최명길은 후에 "생방송 중에 그런 질문을 받으니 꼭 선을 본 느낌이었다"고 그때의 느낌을 털어놓기도 했다.

1995년 최명길과 결혼한 김 최고위원은 1996년에 15대 국회에 전국구 의원으로 등원하며 정치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다. 1992년 대선 때 국민당 정주영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기도 했지만, 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국민회의 선대위 대변인으로 영입돼 15대 국회에 전국구로 등원한 것이 본격적인 정치행보의 시작이었다. 그는 대중에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감각과 아이디어로 김 전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다. 김 전 대통령은 누가 어떤 문제에 대해 말하면 "김한길 의원하고 이야기했어?"라고 했을 정도로 그를 신임했다고 한다.


그런 신임을 바탕으로 그는 대통령선거 때마다 총괄기획을 맡아 성공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예상을 뒤엎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까지 선출돼 대야협상을 이끌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과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지난 2008년 1월 6일 대통령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두문불출하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치적 동반자 '최명길'
??평생의 가장 큰 자산

선거 과정도 무척 드라마틱했다.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을 겨냥하고 일찌감치 광진구갑 지역위원장을 맡아 표밭을 다져 온 비례대표 전혜숙 의원을 공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전 의원이 당내 여론조사 과정에서 금품을 돌렸다는 의혹을 받게 돼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자 김 최고위원이 선거일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뒤늦게 전략공천을 받아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렇듯 정치에 입문한 후 승승장구 해온 김 최고위원지만 처음 정치에 입문하려 했을 때는 주위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너희 아버지(고 김철 사회당 당수) 때문에 가문이 평생 고생했는데, 왜 야당 하느냐.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1주일동안 여행을 하며 가족들을 설득 시켰다. 그때 야당인 국민회의에 입당한 게 보람이 참 컸다. 그 당시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입문해서 1년 야당하고 10년 동안 여당을 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그의 아내인 탤런트 최명길이다. 김 최고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계파도 없고, 세력도 없습니다. 있다면 (아내인) 최명길 하나입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인 최명길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81년에 MBC 13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해 영화 <장미빛 인생>으로 프랑스 낭트영화제 여우주연상 및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바 있으며, 2002년 KBS 대하드라마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으며 단아하고 강직한 이미지를 얻게 된다.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이번 경선 과정에서 '이해찬 대세론'을 무너뜨린 데에는 최명길의 득표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의원들과 그 가족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최명길은 상대편 후보에게는 차라리 악몽과도 같았다. 이 대표의 측근은 "지역 대의원 대회장에 가보면 최명길씨가 항상 출입구에서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데 대의원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침몰하던 민주당 구한 ‘윈윈’ 경선…패자 없었다
‘이기고도 진 선거’ 경선룰 전반적인 개정 불가피

실제로 최명길은 경선이 치러지는 현장에서 대의원들과 일일이 어깨동무를 하고 팔짱을 끼며 사진을 찍는 등 밀착형 스킨십을 시도했으며, 대의원들에게 직접 홍보전화를 돌리기도 하는 등 표심을 얻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최명길을 부각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력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최명길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은 나를 '졸'로 보는 것"이라며 "19대 총선 승리에 대해 '김한길 저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보단 전부 '최명길 덕분에 됐다'고 했다. 이는 명백한 평가절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부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큼은 절대 잊지 않는다. 그는 "우리 집사람은 나 때문에 손해만 봤다. 정치를 시작할 때 '내가 생활비를 도와주진 못해도 뺏어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도 못지켰다. 정치생활을 하느라 차도 없었고, 선거사무실 청소를 내가 직접 할 정도로 어려웠을 때 집사람은 드라마 출연료를 선뜻 내어 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모두 끝났다. 비록 당권을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당내 입지를 확실하게 다진 김 최고위원은 우선 '패권적 계파정치'의 타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계파주의와 지역주의 논리로 특정세력을 결집시키려는 분파주의적 사고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당내외의 모든 세력과 집단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으로 민주당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대선 승리의 살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노니 친호남이니 하는 명찰을 모두 떼어버리고 우리당 모두가 오직 '대선승리'라는 하나의 명찰을 달고 한마음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행보는?
?계파정치 타파 총력

민주당 새 지도부는 19대 국회 개원 협상과 대여 투쟁은 물론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거친 감정적 대결도 마다하지 않았던 이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그간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한길 최고위원 프로필>

▲ 이대부속고등학교 졸
▲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
▲ 1985년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지사 지사장
▲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비례)
▲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공보팀장, 인수위 대변인
▲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정책기획수석
▲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비례)
▲ 2000년 문화관광부 장관
▲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구로을)
▲ 2006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2007년 중도통합민주당 대표
▲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광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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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