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입법부 장악한 '박의 남자' 강창희 국회의장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06 11: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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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 수장이 '박근혜 킹메이커' 노릇 한다고?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제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이변은 없었다. 6선의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 된 것. 비록 친박계 독식논란과 5공 인사라는 비판에 부딪혔지만 국회의장은 다선(多選)과 연장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관례를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또 강 의장이 새누리당의 취약지역인 충청 출신임을 감안해 대선정국을 앞두고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뼛속까지 친박'이라는 강창희 신임 국회의장이 선출됨으로써 친박계는 명실상부 당권과 입법부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게 됐으며, 충청권의 민심도 얻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대전 중구)이 임기 2년의 제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대전 중구가 지역구인 강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서 헌정사 64년 만에 충청권 국회의장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그동안 20명의 국회의장이 있었지만 충청권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친박계 독식논란'에 대해 "국회의장은 당적을 이탈해야 하는데 계파가 무슨 의미가 있냐. 다 초월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충청권 대표 '친박'
5공 출신 '독' 될 수도

하지만 강 의장이 당선된 것에는 친박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전 출신의 강 의장이 입법부의 수장이 됨으로써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에서 충청권 표를 얻는데 한층 수월하다는 논리다.

반면 강 의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5공 출신이라는 점은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박 전 위원장 역시 아직까지도 유신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 의장은 지난 2009년 발간된 자서전 <열정의 시대>에서 "나의 군생활이나 정치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소위로 동해안에서 소대장을 하던 시절 나를 청와대 경비임무를 하는 수경사 30대대로 전입시킨 이가 전두환 장군이고, 정치를 시작한 것도 전두환 대통령 밑에서였다. 또한 군대시절 하나회 멤버였다"고 적었다.


그가 내린 5공화국에 대한 평가도 논란거리다. 강 의장은 "5공은 물가를 잡고 기초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지금도 '그래도 전두환 때가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충청권 최초 국회의장 선출에 기대감
국민이 공감하는 '열린국회'가 최대 목표

강 의장은 1946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충남대학교 총장을 지낸 강진형 박사, 어머니는 대전 보육대 교수와 걸스카우트 충남연맹장을 지낸 문장희 여사다. 어렸을 때부터 큰 정치지도자를 꿈꾸며, 알렉산더나 나폴레옹 등 군인 출신 정치지도자를 동경했다. 대전 토박이인 그는 대전 대흥초, 대전중, 대전고를 졸업한 후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강 의장은 육군사관학교(제25기)를 나와 11, 12, 14, 15, 16대 국회의원과 초대 과학기술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최근엔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위원장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의 일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7인회는 강 의장을 비롯해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과 김기춘 전 법무장관, 김용갑·현경대 전 의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이 참여하는 친박 원로 그룹이다.

강 의장은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친박 인사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열풍이 거셌던 2004년 17대 총선을 계기로 박 전 위원장과 가까워졌다.

당시 강 의장은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인사들과 함께 박 전 위원장을 당대표로 내세우자고 제안했다. 박 전 위원장이 정중하게 고사하자 강 의장은 "나라가 어려운데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라면 어떻게 판단했겠느냐"는 말로 설득했고, 박 전 위원장은 마침내 강 의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30여 년 정치인생
강직한 성품 정평


강 의장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충청권의 압승을 이끌어냈고, 2007년 17대 대선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경선 선거대책본부 고문'을 맡는 등 정치적 고비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박 전 위원장을 도왔다.

강 의장은 본래 박 전 위원장이 아닌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 사람이었다. 1983년 11대 국회에 민정당 전국구(현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강 의장은 대전 중구에서 12대(민정당)에 이어 14대 때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1995년 자민련에 입당해 사무총장, 원내총무(현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거쳤다.

16대 대선 때 김대중ㆍ김종필(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은 국민의 정부에서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자민련이 민주당 의원 3명을 임대받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다 당에서 제명되자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국민들은 6선에 빛나는 강 의장에게 노련한 정국 핸들링을 기대하고 있다. 강 의장은 19대 전반기 국회의장의 과제로 △국가 정체성과 헌법정신 수호 △상식과 순리가 통하는 국회상 정립 △국민이 공감하는 열린 국회 만들기를 제시하며 "여당과 소통하고 야당과 대화하는 ‘여소야대’ 의장, 또 여당과 대화하고 야당과 소통하는 ‘여대야소’ 의장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6선 고지까지
절치부심 '2전3기'

아울러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국민과 한 치도 떨어지지 않는 현장 국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의 제19대 총선 승리는 '와신상담'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무려 8년간을 원외에서 머물렀다. 17ㆍ18대에 연거푸 낙선하자 주위에선 '강창희의 정치인생도 끝'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8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다시 국회에 입성, 6선 고지에 오른 것이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정치에 입문한 강 의장은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주야장천 오르막길만 걸어왔다. 오히려 지난 8년(17·18대)간의 내리막길을 통해 그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낙선 후 "올라갈 땐 보이지 않았던 꽃이 내리막길에선 보이더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밖에서 바라본 국정과 지역 현안은 의원 시절 바라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는 의미다.

그만큼 지난 8년은 강 의장을 더욱 성장시켰다. 그는 "전국구를 포함한 지난 5번의 의정활동 경험과 오랜 기간 야인생활로 다져진 남다른 각오로 지역을 발전시키고 나라에 큰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5공 인사 비판에 "난 부끄러운 것 없다"
자랑스런 19대 국회만들기 '집중'

충청권에서는 벌써부터 강 의장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충청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데다 국회수장까지 맡게 된 강 의장이 국회에서 얼마만큼 실력(국비확보 등)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강 의장은 '친박계 독식논란'이 일자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12월19일 18대 대선에서 그가 '박근혜 킹메이커'로서 무언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을 갖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강 의장은 그동안 공공연히 '정권창출의 선봉에 서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해왔다. 심지어 강 의장은 제19대 총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마지막 기회를 주신다면 1년은 박근혜 집권을 위해 뛰고, 남은 3년은 지역을 위해 바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강 의장을 돕기 위해 개소식을 찾은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또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인물"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일각에서는 강 의장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박 전 위원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엔 한계가 있는 국회의장직을 선택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당초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뼛속까지 친박인 강 의장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국회의장보다는 당권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평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말을 되풀이 해온 강 의장이기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킹메이커' 될까?
친박 독식논란 여전

강 의장의 측근은 "국회의장이나 당대표 모두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박 전 위원장의 대선행보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맡아 일하겠다는 것이 강 의장 뜻"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강 의장은 직책을 떠나 어떤 식으로든 '킹메이커'로서의 길을 걷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는 19대 국회에서 충청권 최초의 국회의장인 그가 어떠한 성과와 발자취를 남길지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강창희 국회의장 프로필>
▲ 대전고등학교 졸
▲ 육군사관학교 졸
▲ 1983 제11대 민정당 국회의원
▲ 1985 제12대 민정당 국회의원
▲ 1992 제14대 무소속 국회의원
▲ 1996 제15대 자민련 국회의원
▲ 1998 제1대 과학기술부 장관
▲ 2000 제16대 자민련 국회의원
▲ 2001 한나라당 입당
▲ 2012 제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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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