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박상미 기자]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 초읽기에 들어갔다. 스타 영입 경쟁을 벌이던 종편은 캐스팅 보트를 일단락 짓고 그간 준비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특히 개국 이후 채널권 선점의 열쇠가 될 예능프로그램은 가지각색 콘셉트를 내세워 눈길을 끈다. 아이돌 소녀시대를 내세운 jTBC를 필두로 박정현이 MC도전에 나서는 TV조선, 스포츠스타를 대거 캐스팅한 채널A 등이 예능 전쟁에 대비해 칼을 갈고 있다.
종편 예능 프로그램, 12월 개국 앞두고 베일 벗어
소녀시대·박정현·이만기, 개성 살린 프로그램 꿰차
오는 12월, 안방극장에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12월1일 일제히(TV조선 제외) 개국하면서 방송가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종편은 개국에 앞서 야심차게 준비한 킬러콘텐츠를 속속 공개해 시청자의 시선 잡기에 힘쓰고 있다.
종편 예능 전쟁에서 저력 과시가 예상되는 jTBC는 대형 아이돌 소녀시대를 내세웠다. jTBC는 일찌감치 지상파 예능국의 스타 제작진들을 대거 영입해 기반을 닦아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jTBC는 지난 11월15일 열린 개국 설명회에서 소녀시대의 예능프로그램 확정 및 이수근-김병만의 <상류사회>, 송중기의 <메이드 인 유> 등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했다.
즐거운 TV세상
이 중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소녀시대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시아에서 대형 스타로 자리매김한 소녀시대는 한류에 이어 미국시장까지 점령에 나선 만큼 출연 만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일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8시40분까지 총 70분간 방송되며, 소녀시대 멤버 전원이 출연할 계획이다. 콘셉트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토크쇼가 아닌 버라이어티 형태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TV조선은 최근 대세로 떠오른 가수 박정현을 내세워 신개념 음악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박정현의 히트곡명을 딴 음악토크쇼 <P.S. I ♥ You 박정현>이다. <P.S. I ♥ You 박정현>은 기존 음악프로그램들과 달리 뮤지션들이 가장 화려하게 돋보일 수 있는 고품격 신개념 음악 토크쇼를 표방한다.
박정현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의 단독 MC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현은 이 프로그램에서 본인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멋진 무대는 물론이고 동료, 선·후배 가수들의 환상적인 무대와 진솔한 이야기들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가수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도 게스트로 출연한다. <P.S. I ♥ You 박정현> 제작진은 “박정현은 최근 ‘가요계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수로서 일거수일투족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프로그램 진행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다. 제작진은 “박정현은 탁월한 가창력은 물론 그동안 쇼 형식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통해 안정적인 진행 능력까지 인정받았다”며 “음악과 토크가 어우러진 멋진 시간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박정현은 “그동안 수많은 무대에 오르고, 각종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내 이름을 앞세운 프로그램을 갖게 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라며 “음악과 함께 초대된 손님들이 내 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을 풀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채널A는 현역에서 은퇴한 스포츠 영웅들을 한데 모아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할 모양새다. 스포츠 스타들이 국가대표의 이름를 걸고 승부에 나서는 <불멸의 국가대표>를 통해서다. <불멸의 국가대표>는 선수생활을 접고 해설가나 지도자로 나선 이만기·양준혁·김세진·이봉주·심권호·김동성·우지원 등 7명의 스포츠 스타들이 뭉쳐 현 국가대표 선수에 선전포고를 하고 맞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12월1일 채널A의 개국에 맞춰 첫 전파를 탄다.
<불멸의 국가대표>는 지난 11월14일 서울시 송파구 서울체육고등학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프로그램에 대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MC를 맡은 김성주, 문희준, 서효명을 비롯해 왕년의 스포츠 스타 7인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성주는 “과거 연예인들이 현 국가대표 선수와 맞대결을 펼치던 것과는 확실히 차이점이 있다”며 “태릉선수촌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것과 연예인들과 달리 핸디캡이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역에서 물러난 스포츠 영웅들이 컨디션 최고조를 달리는 현역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김성주는 이어 “지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선수들은 이미 한국 최고를 거친 선수들”이라면서 “현역 국가대표를 상대해도 접전을 펼칠 선수가 꼭 한, 두 명은 존재한다. 또 승부욕이 대단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출연진에 대한 믿음과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재탕 혹은 응용
종편의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공개되면서 지상파와의 차별화에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개된 종편 프로그램 상당수는 한때 인기를 끌었거나 현재 방영중인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상 아이돌이나 한창 시선을 끌고 있는 연예인을 앞세워 시청률 재미를 보는 것은 이미 지상파에서 주구장창 활용한 방법이다. 채널A의 <불멸의 국가대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포맷자체에서는 새로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상파를 그대로 옮겨와 실패한 사례는 이미 케이블 채널을 스쳐간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케이블 채널은 콘텐츠보다는 출연진의 이름값에 기대려다 결국 ‘아류’ 이미지를 넘지 못했다. 현재는 자극적인 설정의 프로그램들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케이블 채널 관계자는 “종편은 케이블채널의 쓰디쓴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채널권 선점보다 먼저 생각할 것은 채널 특유의 색깔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라면서 “특유의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