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원더걸스·소녀시대

감개무량한 소녀들의 귀환 “뒷맛이 씁쓸하다”

[일요시사=박상미 기자]가요계 걸그룹의 전성시대를 연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돌아왔다. 해외 활동에 주력해 온 그들을 기다리다 자라목이 된 팬들은 두 팔 벌려 그들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팬들의 행복은 그리 길지 않을 전망이다. 11개월 만에 컴백한 소녀시대의 국내 활동 기간은 2달이다. 1년6개월 만에 돌아온 원더걸스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두 그룹은 국내에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 이후 해외 팬들을 위해 나라 밖으로 다시 떠난다.

대중문화의 중심은 걸그룹…돌풍의 주역 원걸?소시 정면 승부
오매불망 기다리던 팬들 반색, 방송가 ‘Girl’ 모시기 경쟁 뜨거워

2011 하반기 가요계 최대 이슈는 걸그룹의 귀환이다. 걸그룹 열풍의 양대 산맥인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전격 컴백, 국내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활동에 팬들 사이에서 즐거운 비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각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인기 아이돌의 국내 활동이 생색내기용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님이 오셨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는 걸그룹 춘추전국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가요계 걸그룹의 파이전쟁은 이들의 행보와 발 맞춰 모양을 달리했다. 가요계의 시선은 두 그룹 중 한 그룹이라도 국내 활동 기간에는 이들에게 집중됐다가 해외 활동을 위해 한국을 떠난 이후에는 다시 후배 걸그룹들에게로 분산되는 식이다.
11월, 가요계에는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른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차례로 국내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2007년 데뷔 동기인 두 그룹은 해외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국내 활동 시기가 엇갈려 경쟁 구도를 그릴 일이 없었다. 해외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오른 두 그룹의 동시 활동은 다시 볼 수 없을 진검승부다.

정규 3집 ‘더 보이즈’를 들고 돌아온 소녀시대의 콘셉트는 ‘변신’이다. 무대 위의 군무에서는 단연 으뜸이었던 소녀시대는 그간 의상 콘셉트에서도 통일성을 강조해왔다. 월드와이드 발매를 결정, 활동 무대를 크게 넓힌 이번 앨범에서는 확 달라진 콘셉트가 눈에 띈다.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인 통일성 보다는 개성을 살리는 데 치중했다. 

음악적으로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흥행이 보장되는 후크송을 이번 앨범에서는 과감히 배제했다. 타이틀 곡 ‘더 보이즈’는 강렬한 비트가 인상적인 곡이다. 직전의 ‘런데빌런’에서 맛을 보여준 카리스마를 한껏 강조했고, 멤버 전원이 랩에 도전해 눈길을 끈다.

‘텔미’ ‘쏘핫’ ‘노바디’ 등을 히트시키며 레트로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더걸스는 정규 2집 ‘비 마이 베이비’로 레트로 요정의 위상을 한 번 더 과시할 모양새다. 원더걸스는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한 티저영상에서 정규 2집의 콘셉트를 일부 공개했다. 영상 속 다섯 멤버는 특유의 비비드 컬러와 도트무늬가 눈에 띄는 의상을 입어 이번 앨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필요한 것은 스피드
걸그룹 특집 시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컴백을 누구보다 반색하는 곳은 바로 방송가다. 가요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예능프로그램, 다큐프로그램까지 걸그룹 특수를 노리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간 일부 멤버의 개별 활동만으로도 시청률 반등 등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는 방송가는 이번에야 말로 걸그룹의 수혜를 제대로 누릴 모양새다. 

아이돌 홍보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SBS <강심장>은 11월8일 사실상 소녀시대 특집에 가까운 방송분을 내보냈다. 이날 <강심장>에는 소녀시대 윤아, 유리, 티파니, 태연 등이 출연했다. 윤아와 MC 이승기의 러브라인, 루머 해명 등이 전파를 탄 이날 방송분은 전국 기준 12.1%(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을 기록해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 방송분(9.9%)에 비해 2.2 포인트 상승,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KBS 2TV <승승장구>의 6.8%에 비해서는 곱절에 가까운 수치다. 그간 비등비등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경쟁을 벌였던 두 프로그램은 소녀시대의 출연으로 엄청난 격차를 보여 ‘소녀시대 효과’를 실감했다.


‘강호동 쇼크’ 이후 단독 편성된 MBC <라디오 스타>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차례로 출연시켜 채널권을 사수할 각오다. 9일 방송된 <라디오 스타> ‘뮤지컬 스타 특집’에는 소녀시대 티파니, 태연, 제시카가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뮤지컬 무대 경험이 있는 세 멤버와 박해미, 임태경 등 뮤지컬계의 굵직한 스타가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국내 활동기간 평균 2개월, 아쉬운 이별이 남긴 것은 ‘돈~돈~돈’
“걸~들에게 불황은 없다”…팬사인회 당첨 위해 음반 사재기까지    
 


원더걸스는 11일 KBS 2TV <뮤직뱅크>로 포문을 연다. 이에 앞서 9일 <강심장>, 10일 <라디오 스타>의 녹화에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KBS 2TV <1대 100>, <출발 드림팀 2>, <스타 인생극장> 및 각 방송사 연예정보 프로그램 등 지상파는 한동안 두 걸그룹이 쥐고 흔들 모양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이번 앨범 국내 활동 기간은 각각 2개월, 1개월이다. 이들은 방송 프로그램 출연으로 팬들의 갈증을 달램과 더불어 화보 촬영, 대규모 행사 등을 진행한다. 이미 음반이 발매된 소녀시대는 음반 판매처 곳곳에서 팬사인회를 진행 중이며, 보다 체류기간이 짧은 원더걸스는 팬사인회 진행 여부를 두고 논의 중에 있다. 


앞서 발표했던 앨범의 프로모션 기간에 비하면 체류 기간이 다소 늘어난 추세지만 오랜 공백을 감안하면 길다고는 볼 수 없다. 두 그룹의 짧은 국내 활동 계획 탓에 웃지 못 할 부작용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마음이 급해진 팬들의 움직임에서는 소녀들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희생도 감내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팬들에게 있어 두 그룹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는 팬사인회 현장이다. 각 음반판매처에서 진행되는 이 팬사인회는 두 그룹의 음반을 구입하면 응모 자격이 주어지며 무작위 추첨을 거쳐야 참여할 수 있다. 일부 팬들은 당첨 가능성을 높일 요량으로 음반 사재기를 벌이는 등 경쟁 구도의 모양새가 좋지 않다.

여중생 김모(15)양은 소녀시대의 3집 팬사인회 참석 티켓을 얻기 위해 무려 10장의 음반을 구매했다. 김 양은 “처음엔 5장을 구매했는데 추첨에서 떨어졌다”면서 “다른 팬 사인회 자리라도 얻어 볼 요량으로 5장을 추가로 구매했는데 이번에도 당첨이 안 됐다”고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만 볼 수 있다면
음반 사재기 강행

팬사인회 참석을 위한 음반 사재기는 비단 김양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이 사재기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복수 응모가 가능한 팬사인회 이벤트 방식 덕분(?)이다. 가수들의 사인회 이벤트가 진행되는 신나라레코드측은 “복수 응모가 가능하고 회수의 제한이 없다”면서 “10장을 사면 10번의 응모자격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사인회는 팬미팅에 비해 짧은 시간 팬과 소통하지만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잠시나마 일대 일로 스타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스타의 입장에서도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거마비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음반 사재기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팬심을 이용한 장삿속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음반판매사와 소속사 양측 모두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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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