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박상미 기자]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의 별명은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였다. MC 강호동의 힘 있는 진행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식어였다. 산천초목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야생 호랑이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두 달이 흘렀다. 방송가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이 1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강호동의 복귀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호동 쇼크’ 후 방송가, 발 빠른 대처로 하차 여파 최소화 성공
하차 프로그램 제작진들, ‘국민MC’ 향한 애정어린 메시지 줄이어
“함께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휴먼 예능의 시조격인 김영희 MBC PD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호동에 대해 언급했다. 김 PD는 새로 기획 중인 프로그램을 강호동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그의 복귀설에 불을 댕겼다.
김영희 PD의 러브콜은 그간 소소하게 흘러나왔던 복귀설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쌀집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김 PD는 지긋한 연륜에도 예능 현장을 누비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독보적인 존재다. MBC 예능국의 핫 아이콘인 <나는 가수다> 역시 김 PD에 의해 탄생했다.
“돌아와라 강호동”
김영희 러브콜
김 PD는 <나는 가수다> 방영 초반 출연진 불화설, 갑작스러운 규칙 변경 등으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자 모든 책임을 지고 연출 자리를 내놨다. 제 자식이 다치는 꼴을 보는 대신 본인이 총알받이로 나선 그의 희생정신은 빛이 났다. <나는 가수다>는 김 PD가 십자가를 지고 떠난 덕분에 얻은 동정표를 기반으로 안정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그리고 강호동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상황은 있을 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PD는 새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고 싶은 진행자를 묻자 “염두에 둔 MC는 없다”면서도 “강호동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조심스럽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 PD의 언급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는 “강호동을 향한 러브콜인가”라는 기자단의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가수다>에서 나간 김영희와 <1박 2일>에서 나온 강호동이 함께 한다면 재미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 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 PD의 발언은 다시 한 번 강호동에게 키를 넘겨준 모양새가 됐다.
강호동을 향한 러브콜을 보낸 이는 김영희 PD뿐만이 아니다. 방송가의 ‘호동 앓이’는 시간이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강호동이 활동 당시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은 편집의 묘를 살려 응원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그를 향한 애정을 꾸준히 표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료화면을 통해 강호동의 모습을 내보내 시청자를 자극했다.
스타 MC 기근현상
방송가 발만 동동
강호동은 굳은 표정으로 잠정 은퇴를 발표한 기자회견을 끝으로 칩거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자택 근처에는 그의 근황을 묻는 기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동굴 속에 들어간 호랑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강호동의 한 측근은 “한동안 마음을 추스른 후 지인들에겐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면서도 “인근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한 적은 있지만 아직 언론 앞에 설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매일 아침이면 강호동의 집 근처에 어린이집 차량이 수 회를 돌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부모의 차를 타고 친구들이 있는 보육시설로 향했지만 강호동의 하나뿐인 아들 시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강호동과 그의 아내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차량 역시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강호동의 자숙기간은 이제 갓 2개월이다. 그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활동을 중단했던 여타 연예인의 복귀 패턴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이른 감이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강호동의 잠정 은퇴는 다른 연예인의 활동 중단 상황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대중이 그를 원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호동이 물러난 이후 예능가는 사실상 갈피를 잃었다. 선의의 경쟁자였던 유재석은 강호동이 사라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잃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경쟁보다는 상생에 가까웠던 탓이다. ‘유’한 유재석은 ‘강’한 강호동이 있어야 빛이 난다. 지금처럼 유재석보다 조금 덜 부드러운 이들 사이에서는 ‘개중 나은 MC’ 이상의 매력을 찾기 어렵다.
돌아온 ‘쌀집아저씨’ 김영희 PD 러브콜 이어 동료들 복귀종용까지
‘칩거 종료 초읽기’ 종편행 vs 복귀…가족과 함께하며 심경 정리중
십수년간 강호동의 매력에 익숙해진 대중은 포스트 강호동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누군가를 원한다. 안타깝게도 강호동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울 새로운 스타일의 MC를 발굴하는 것은 “지도 없이 떠나는 보물찾기”라는 것이 방송가의 중론이다.
강호동을 향한 절절한 기다림에 애가 타는 정도는 대중보다 방송가가 한층 더 하다. 방송가의 스타MC 기근 현상은 이제 심각할 대로 심각해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물론 아직 진행 실력을 선보인 적 없는 개그맨들 중 강호동을 능가할 친구가 있을는지 모른다”면서도 “가능성이라는 말은 비뚤게 보면 무모한 기대에 가깝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강호동의 잠정 은퇴와 별개로 MC 쏠림 현상은 늘상 심각했다”면서 “앞으로도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쏠림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수요는 넘쳐나고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급한 마음에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기용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모험을 하느니 강호동을 기다리는 편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강호동이 마지막 기자회견 당시 남긴 ‘잠정’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그의 의사보다는 은퇴를 만류하는 관계자와 지인들을 생각해 붙인 단서였다. 2음절에 불과한 단어가 수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득한 설득에 못이겨 내민 카드인 ‘잠정 은퇴’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난 두 달 새 완벽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기자회견 당시에는 또 한 번 질타를 이끌어낸 ‘잠정’이라는 단서가 이제는 대중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강호동의 복귀 시점은 현재로선 추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복수 측근에 따르면 그의 복귀 시점은 빠르면 12월, 늦어도 2012년 가을 개편이다.
예능 공룡의 용틀임
종편 jTBC
12월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일제히 개국해 방송가에 파란이 예상되는 시기다. 특히 종편 중 유일무이하게 예능국 선수들을 준비해둔 jTBC의 개국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당초 강호동과 유재석 동반 영입 등 예능 스타군단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표한 jTBC는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등 킬러콘텐츠 러시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강호동의 복귀 수순은 지상파보다는 종편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측근에 따르면, 강호동을 향한 러브콜은 직간접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예계에 정통한 모 관계자는 “여럿이 덤벼들어 바위를 흔들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머지않아 바위가 구를 것이고 그 방향의 결정권은 강호동 본인만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