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리는 테러설

2025.05.26 10:15:09 호수 1533호

“음모론? 계엄 때도 그랬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선거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의 암살 시도를 마주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산 테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터칼 피습 사건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정치 테러’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부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피습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남성이 사인을 요청하는 척하며 접근한 뒤 흉기로 이 후보의 목을 습격하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송출됐다. 문제는 이날 이후 피습 사건을 모방한 협박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테러 의혹이 낭설이라고 일축했지만 전례가 있는 만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트라우마

지난 3월 민주당은 러시아 권총을 밀수한 테러범들의 암살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의원들을 통해 많은 제보가 있는데 러시아 권총을 밀수해 암살할 계획이 있다는 등 여러 문자를 받고 있다. 군 정보사, 장교 출신발 제보”라며 “707(특임단)요원들이 총을 밀수해서 이 대표를 암살하겠다는 것 등이 골자고 당 지도부도 받았다”고 밝혔다.

사거리가 2㎞에 달하는 ‘저격용 괴물 소총’이 밀반입됐다는 제보도 접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은 경호를 위해 이 후보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내부 논의 끝에 이 후보를 신변보호 대상자에 추가했다.

이 후보를 겨냥한 테러 위협은 현재 진행형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정례 기자 간담회서 “대선후보 관련 암살 및 테러 등 온라인에 협박 글을 올린 7건 중 1건은 송치했고, 나머지 6건은 수사하고 있다. 모두 이 후보와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고의적인 벽보 훼손도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 광진·영등포·은평·서초를 비롯해 충남 서산·태안, 충북 증편, 심지어 제주까지, 이 후보의 벽보 사진에 래커를 칠하거나 눈 부위를 파내는 등의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 후보는 공개 석상에 나설 때마다 방탄조끼를 입고 경호를 받으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테러 위협 방지를 위해 ‘테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테러 대응TF 위원장은 김민석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이, 간사는 김윤덕 총무본부장이 맡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민주당 의원들이 비상계엄 의혹을 제기할 때 음모론이라며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봐야 한다”며 “특히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민주당은 사소한 변수라도 허투루 봐서는 안 된다. 이 후보 암살 의혹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에 칼 겨누고 사진에 눈 파이고
방탄유리 둘러싸…모든 변수 차단

본격적으로 선거 유세가 시작되면서 이 후보는 유세 차량 무대 왼쪽과 오른쪽에 방탄 유리막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의 광주 유세 현장 이후 두 번째로 방탄 유리막을 세운 것이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홍대 유세 현장서 이 후보가 방탄 유리막 밖으로 나와 연설을 하자 지지자들은 연신 “들어가”를 외치며 “제발 부탁이니 몸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지지자들은 저격수의 조준을 방해하기 위해 풍선이나 손거울을 들고 오기도 했다.

이를 본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나는 방탄조끼를 안 입었다. 방탄유리도 방탄 입법도 필요 없다”며 “자기가 지은 죄가 얼마나 많으면 방탄조끼 입어도 모자라 방탄유리도 앞에 두나. 나는 총 맞을 일 있으면 맞겠다. 잘못한 일이 있어서 죽으면 죽는 것이 우리 정치인이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 후보는 “이렇게 방탄유리를 설치하고 경호원들이 경호하는 가운데 유세해야 하는 게 이재명, 그리고 민주당의 잘못인가”라며 “반성해도 모자랄 자들이 국민을 능멸하고 목이 찔린 정치인을 두고 장난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저마다 말을 얹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권총 테러 위협’이 자작극이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테러 위협이라는 자작극 의혹이 짙은 구실로 이 후보는 쏙 빠진 채 친명(친 이재명)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만 하루 9㎞ 거리 행진, 야밤 장외집회에 내보내 민주당 내부가 폭발 직전”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 후보의 테러와 관련해 경찰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유지선 대전시당 대변인은 이 후보의 방탄조끼를 ‘피해자 프레임’이라고 칭하며 “민주당이 방탄조끼를 눈에 ‘너무’ 보이도록 껴입은 이 후보를 내세우며 선동하는 것은 오로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행동임을 모를 수 없는 그들이지만 ‘범죄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기 위한 눈물 나는 노력이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방탄조끼를 입고 참석한 의원도 있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지난 1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요즘 이 후보가 방탄복을 입고 다녀서 저도 비슷한 옷을 입고 와봤다”며 겉옷을 젖혀 방탄복을 보여줬다. 이어 “아무도 자기를 해치려고 하지 않는데 스스로 피해자 프레임을 만들어 방탄복을 입고 다닌다”며 “법원서 판결하는 것 가지고도 자기가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그러고 다닌다”고 비꼬았다.

이에 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귀여우시네”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방탄조끼까지 입고 오신 것으로 봐서 잘했는데, 곽 의원은 ‘급’이 아니니까 방탄복 그냥 벗으시라. 무겁고 덥고 별로 안 좋다”고 권유했다.

코스프레?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법적으로 이재명을 제거하려 하더니 이제는 물리적으로 제거하려는 지경까지 왔다.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범행 동기’는 존재한다. 정치 테러의 경우 그 동기가 더욱 뚜렷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도 유세 현장서 지지자를 만나면 악수하고 포옹도 하고 싶지 않겠나. 이 후보는 이미 한차례 칼에 찔려봤으니 그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모두 지워버리고 피해자 프레임만 덧씌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치가 퇴보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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