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 아파트를 올린다. 목표는 같지만 진행 방법은 달랐다. 의견이 갈라졌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상황을 조율하고 정리해야 할 지자체는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다. 그사이 서울에 몇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이 다섯 조각으로 쪼개졌다.
‘부동산 좀 안다’ 하는 사람들에게 서울 용산구 원효로 일대는 ‘알짜배기’ 지역이다. 부동산 가치의 첫 번째 조건인 위치가 좋고 무엇보다 다수의 사람이 꿈꾸는 ‘한강뷰’를 구현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뜨고 있는 용산 지역의 숨겨진 수혜 지역이라는 말이 과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아파트 꿈
동상이몽
최근 원효로3가 지역 재개발 문제를 두고 추진 단체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는 건 일상다반사지만 원효로3가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효로3가 재개발은 앞으로 들어설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핵심사업으로 이곳에 들어설 국제업무존에 100층 내외의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는 등의 구상이 나와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서면 원효로3가 인근의 부동산 가치는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큰 사업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원효로3가 재개발 진행 방향을 두고 주민 간의 이견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아파트를 짓자는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하지만 그 방법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추진 단체의 난립, 혼재된 사업 등 각종 문제로 사업이 표류하는 중이다.
한 부동산 업자는 “많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봤지만 이 정도로 복잡한 곳은 드물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원효로3가 재개발 지역은 13일 기준 총 5개 구역으로 쪼개져 있다. 먼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구역과 2구역으로 나뉘었다. 1구역은 다시 1-1과 1-2로, 2구역은 2-1, 2-2, 2-3 등으로 나뉘어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1-2와 2-3구역은 역세권이라는 점을 이용해 ‘노선형 상업지역’ 개발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성 큰 알짜배기 지역
개발 방식 따라 쪼개졌다
원효로3가 재개발사업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구역이 합쳐졌다가 나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추진 단체만 늘어났다. 특히 용산구청에서 주민의 요청대로 구역계를 내주는 바람에 사업이 섞였다. 용산구청이 갈등을 만든 셈”이라고 주장했다.
구역계는 사업 추진 범위를 시각화한 경계로 연번에 따라 구분한다. 구역계의 첫 번째 연번자 이름을 따 ○○○ 구역, ○○○ 추진위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 선호하는 개발 방식에 따라 구역이 쪼개지고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사업에 불씨가 던져졌다. 1-1구역의 추진 단체가 진행한 ‘신속통합기획’을 두고 1-2구역의 추진 단체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했다.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주민 간의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속통합기획은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도입된 정책이다. 기존 정비사업이 지나친 규제와 절차 지연으로 장기화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이나 전문가 등과 소통하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공공 지원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도입으로 절차를 간소화해 5년여 정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절반 정도인 2년6개월가량으로 단축하고자 했다. 재개발사업의 성패가 속도에 달린 만큼 빠른 변화를 원하는 주민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갈등을 최소화하며 행정력 낭비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원효로3가 1-1구역 추진 단체는 용산구청에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은 구청이 추진 단체의 신청 내용을 확인하고 서울시에 심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구청의 입안 요청이 올라오면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두 달에 한 번, 짝수 달에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 단축
정책 도입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후보지로 선정되면 그다음부터는 기존의 정비사업 절차대로 사업이 진행된다. 후보지 선정까지의 과정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서울시는 ▲법·조례상 주택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요건에 맞고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동의로 구역 지정을 희망하는 지역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공공재개발, 모아타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타 사업 공모 등에 신청했거나 후보지로 선정된 구역 ▲토지등소유자 25% 이상이 반대하는 구역 ▲전용주거지역 ▲지분쪼개기, 부동산 이상 거래 등 투기 발생 구역 등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찬반 갈등 우려 구역 ▲여러 사업이 혼재된 구역 ▲현금청산 대상 세대수가 많은 구역 ▲투기 발생 우려·의심 구역 ▲노후 건축물 소유 주민 동의가 현저히 낮은 구역 ▲지난 공모 등에서 미선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구역 ▲구청장이 재개발 추진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구역 등은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원효로3가 1-1, 1-2구역 추진 단체 사이의 갈등이 촉발된 지점도 바로 여기다. 원효로3가 재개발 사업에 관여 중인 한 관계자는 “엄연히 추진 단체가 나뉘어 있는데 1-1구역 측에서 1-2구역까지 묶어서 1구역을 통으로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다”며 “이미 과거에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했다가 미선정된 일이 있었는데 용산구청이 이번에도 받아줬다”고 지적했다.
원효로3가 1구역 상황이 서울시에서 밝힌 신속통합기획 제외 대상, 제외 가능 대상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전에 진행된 서울시의 후보지 선정 결과에서 지적된 부분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안 됐는데…
이 관계자는 “(용산)구청은 당시 후보지 미선정 사유를 파악하고 있고 현재까지 그 부분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또다시 서울시에 입안을 요청했다. 용산구청에서 (1-1구역 추진 단체를) 밀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반대 주민 사이에 파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는 원효로3가 1구역에서 2021년에 추진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미선정 사유에 대해 “건축허가를 받고 공모 공고일 이전 등기가 되지 않은 현금청산 대상 세대수가 다수 확인돼 재개발 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이 장기화될 것이 우려되는 등 사업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사업 추진 및 개발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금 청산 대상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 분양권 대신 감정평가를 통해 돈으로 보상받는 사람을 말한다. 분양권을 신청하지 않거나 철회한 경우,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서울시의 답변은 아파트 분양권 대신 현금을 받고 조합에서 빠져나가는 주민 수가 많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신속통합기획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 수가 상당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구청의 입안 요청으로 시에서 심사를 진행해 후보지로 선정되더라도 주민 반대율이 30%가 넘으면 취소된다. 반대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수치가 높으면 선정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는 지역의 토지등소유자 가운데 16% 정도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실제 용산구청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신속통합기획을 반대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서울시에서 밝힌 제외 가능 대상 항목의 ‘찬반 갈등 우려 지역’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신속통합기획 추진 두고 폭발
오는 4월 서울시 심사에 달려
해당 구역의 한 관계자는 “만에 하나 후보지로 결정돼 정비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조합 설립 등 절차마다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용산구청에서 교통정리를 제대로 해야 했는데 구역계를 남발하는 등 문제를 만들었다”며 “현재 재개발사업에서 제기된 대부분 문제는 용산구청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구청 재정비사업과 신속통합개발팀 관계자는 “원효로3가 재개발 구역의 한 추진 단체가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겠다고 신청했는데 주민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1월30일에 ‘신속 추진 자문단’이라는 내부 기구를 통해 전문가의 견해를 들었다. 당시 그 자리에서 용산구청은 추천권자고 서울시는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결정권자의 판단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방향으로 결정돼 2월 초에 (시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면서도 “주민 반대 비율이 적진 않다”고 말했다. 현금 청산 대상자 비율 등이 과거와 비교해 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용산구청에서 입안 요청 기간이 지난 후에 자료를 제출해 2월에는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청이 행정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지금 같은 주민 갈등이 불거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관 주도로 구역을 정하고 정비사업을 진행했는데 신속통합기획 같은 제도는 주민 주도로 진행된다. (제도의) 취지는 좋은데 주민들의 생각이 일치되기 어렵고, 주민이 진행하는 부분에 대해 구청이 통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어떤 식으로든 사업이 진행되다 보면 (갈등이) 진화되긴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지난하다”고 덧붙였다.
결론 나도
난항 계속
서울시 주택실 건축기획관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4월에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예정돼있다”며 “용산구청의 입안 요청이 들어온 뒤 해당 구역에서 민원 사항이 다수 발생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주민 반대율 등 항목에 따라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한다. 결과는 심사 당일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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