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6·3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사상 초유의 당과 대선후보 간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김문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와 김 후보가 이전투구 양상을 벌이는 형국이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 할 당 지도부마저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행태를 보이면서 내홍에 부채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8일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본선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해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전에 계획한 듯 한덕수 후보를 위한 선거 대책들을 뿌리고 있었다. 경선 후보들은 모두 들러리였냐”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하겠다. 당 지도부는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며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저를 끌어내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의 길이다. (이런 식으로)단일화해 봤자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향해서도 “후보께 묻고 싶다. 이런 시나리오를 사전에 알고 계셨느냐”며 “그래서 우리 당의 치열한 경선이 열리고 있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사임하고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나 이 시간 이후에도 한 후보와 ‘나라를 구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 나라를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선거를 승리하겠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이 사태를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한 후보와의) 토론회는 불참하겠다”며 “오는 14일에 방송 토론을 한 후, 15~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역제안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단일화 로드맵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서 “오후 TV 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두 분 후보께 제안했고,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 해도 여론조사는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런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은 비대위원장인 제가 짊어지겠다. 이재명 독재를 막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비난, 책임도 감수할 것”이라며 “저를 밟고서라도 두 분 후보께서 반드시 일어나서 승리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단일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서 “80%가 넘는 당원이 (한 후보와) 단일화하라, 그것도 후보 등록 전에 하라고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그러면 김 후보는 이에 따르면 된다”면서 “(김 후보가)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우리 당의 중견 정치인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부터 전 당원 75만8801명을 대상으로 전화자동응답(ARS) 조사를 실시한 결과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2.82%(21만2477명),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7.18%(4만4472표)로 집계됐다. 또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당원 21만206명 중 ‘후보 등록 전에 해야 한다’는 의견은 86.7%(18만2256명), ‘후보 등록 이후 해도 된다’ 13.3%(2만7950명)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날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공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당내 선거관리위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사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 상황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지 않고 특정 후보(김 후보)를 비판하는 것이 한 후보를 지지하는 편파적인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의도 인사는 “김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당 지도부에서 나서서 특정 후보로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내부서도 지도부의 강압적인 단일화 행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 동안 치열했던 경선과 함께 뛰었던 경선 후보들은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른 인사는 “한 후보는 아직 대선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데다 출마를 앞두고 있는 예정자일 뿐”이라며 “검증 과정도 없고, 대선후보도 아닌 예비후보가 공당의 대선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발상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 지도부의 요구대로 물리적인 단일화가 된다한들, 과연 경선 당원투표에 참여했던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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