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2+2 통상협의’ 무산⋯한미 외교, 최악 시나리오로 치닫나

2025.07.24 13:08:46 호수 1542호

최근 한미 통상외교가 심상치 않다. 오는 8월1일부터 발효되는 미국의 25% 상호관세 조치를 앞두고 워싱턴DC에서 25일 개최될 예정이던 ‘2+2 통상협의’가 돌연 무산되면서, 이재명정부의 통상 전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의 “긴급 일정”을 무산 이유로 밝혔지만, 실상은 미국의 냉담한 반응과 전략 부재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위급 연쇄 회동 무산…협상 진정성 의심받는 한국 정부

이번 2+2 협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등 범정부 차원의 ‘총출동 외교전’이었다.

그러나 출발 직전, 베센트 재무 장관이 일방적으로 협의를 취소했고, 구 부총리는 결국 방미 자체를 접었다. 문제는 이것이 ‘우연한 일정 변경’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앞서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면담에 실패한 바 있다. 위 실장이 직접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이 두 번째 무산이다. 양국 간 신뢰와 전략 채널 모두 흔들리고 있는 신호다.


워싱턴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국 측이 전방위로, 마치 떼를 지어 워싱턴을 방문하지만 실제 협상 내용은 빈껍데기 수준”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 미국 고위 관계자는 “만남 자체가 무의미하다. 성과도 전략도 없는데 왜 시간을 쓰느냐”는 말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5500억달러 투자… 한국은 ‘펀드 설립 논의’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한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투자 펀드 설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고, 보잉 항공기·농산물 구매 등 대규모 ‘패키지 딜’을 체결하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것과 비교해 초라한 수준이다.

미국 측은 한국에도 유사한 수준의 투자 약속을 원하고 있다.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8월1일부터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대미 수출을 기반으로 한 한국 산업 전반에 ‘충격파’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은 트럼프 1기 시절, 한국과 첫 관세협상을 성공시킨 바 있다”며 “이번에도 조기에 타결을 원했지만, 한국의 준비 부족과 메시지 혼선이 협상 동력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전략 부재 VS 인적 한계… 김현종 ‘구원투수’ 거론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이재명정부의 통상라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구윤철·여한구 라인은 ‘정책 기조는 있으나 전략은 없고’, 산업부 라인은 ‘행정력은 있지만 협상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틈을 메울 수 있는 ‘구원투수’로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다시 거론된다.

김 전 차장은 노무현·문재인정부 시절 FTA, WTO, 한미 통상갈등 등 굵직한 통상 협상을 주도하며 ‘미국통’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관세협상을 실무 주도했고, 상대 진영과의 직접 대화에서 ‘전술적 양보와 전략적 목표’를 함께 가져간 대표 인물이다.

한 전직 통상 관료는 “지금처럼 핵심 라인과 정상 간 접점이 없고, 미국과의 감정까지 겹친 상황에선 ‘말이 통하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며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면 김 전 차장 같은 실무 통상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시간은 ‘일주일’… 정상회담도 요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25일~29일 스코틀랜드 방문을 앞두고 모든 일정이 꼬인 상황이다. 베센트 장관은 대통령 동행 가능성이 유력해, 사실상 7월 내 협상 재개는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루비오 국무 장관, 베센트 재무 장관, 그리어 USTR 대표, 러트닉 상무 장관 등 대부분의 고위 인사들이 한국 대표단과의 만남에 소극적이거나, 명시적으로 ‘선긋기’에 나선 점도 부담이다.

정상회담은 더더욱 요원하다. 이정부 들어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 창구는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으며, 국무 장관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접촉도 차단되고 있다.

“만남보다 메시지”… 통상 라인의 절박한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이제 중요한 건 ‘누가 가느냐’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라고 강조한다. 한국이 전방위 출장 외교로 보여줄 수 있는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실질적 전략과 성과 중심의 협상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통상 라인의 개편과 함께,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고위급 인사,예컨대 김현종 전 차장과 같은 실무 협상가의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대로 가면 8월1일부터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은 25%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워싱턴은 지금, 한국의 진정성 있는 전략을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