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량진 재개발 ‘알박기’ 보도 후···

2025.07.09 10:51:04 호수 1539호

1000억 달라고 떼쓰다 결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량진 본동 주택개량 재개발사업 현장에 ‘떼거리 알박기’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부동산 업자 김모씨 등 24명이 불구속 송치됐다. 김씨 일당은 ‘재산보호연대’를 조직해 행동강령을 만들고, 회원들에게 총 50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걷었다. 시행사업 부지에 허위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사업을 방해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말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앞서 2007년 지역주택사업으로 시작한 노량진 본동은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일반 개발 사업지로 변경되면서 각각 2억~3억원가량의 지주택 분담금(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부 조합원들은 1인당 9억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고의와 허위
가등기 수법

현 시행사와의 합의를 거부한 조합원들은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라는 단체를 조성했다. 재보연은 사업지 내 빌라 3곳에 매매 예약 가등기를 설정한 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재보연이 가등기 말소 조건으로 현 시행사인 로쿠스 측에 요구한 합의금은 총 1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가등기 설정은 미래에 구입할 예정일 때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걸어두는 계약이다. 다만, 재개발사업 등을 방해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등기를 풀지 못한 건물은 철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량진 본동 주택 개발사업은 재보연 관계자 등 약 70명의 가등기권자들로 인해 정체됐다.

사업 구역 내에 위치한 ‘영본빌라 202호’ 등 17평도 안 되는 빌라 한 채에 공유자는 33명, 가등기권자가 11명이다. 인근 ‘에이스빌라 502호’ 역시 재보연 소속 55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가등기가 단순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실제로 재보연 회원 A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가등기는 시행사와 협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지난 4월 영본빌라 202호 가등기권자들에 대해 통정허위표시로 인한 가등기 말소는 물론 가등기가 무효임을 알리면서 말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보연 측은 “분담금 손실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개발사업을 방해하고자 하는 ‘알박기 세력’으로 간주해 법적 철퇴를 내린 것이다.

지난 4월 202호 일부 가등기 말소 후 지난 6월에도 가등기 말소 판결이 선고됐다. 이어 502호 인접 건물에 허위로 설정된 가등기에 대해서도 6월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허위 가등기로 말소 판결이 선고됐다. 떼거리 가등기의 표본인 502호에 대해서는 재보연의 조직적 시간 끌기로 근 1년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법적 공방에 휩싸였다.

지난 7월3일 진행된 502호 일부 가등기권자들에 대한 재판도 종결돼 9월 판결 선고가 예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사업에서 이권을 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택법상 매도청구를 회피하고 시간 끌기를 통해 시행사업자에게 금융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액의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해 시행사의 미매입 부지 중 빌라 2채를 매입해 60여명이 넘는 가등기 설정을 통해 알박기를 13년째 지속해온 세력들로 인해 노량진 본동 사업은 현재 99% 넘는 부지를 확보하고도 삽조차 못뜨고 있다.

이에 시행사는 이들을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동작경찰서는 재보연을 조직하고 운영한 부동산업자 김씨 등 핵심 인물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김씨가 거주하는 ‘에이스빌라 502호’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15년째 얼어붙은 노량진 본동 개발
분담금 수천억 날린 지주택 세력 원인

서울동작경찰서는 피고소인인 재보연 회원이자 단체를 이끈 부동산 업자 김씨 등 가등기 관련 주요 가담자 25명 전원을 업무방해,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동행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지난 5월8일 유죄 취지의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조합장 비리와 내부 분열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은 2012년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현 시행사인 로쿠스 측은 2012년 4월경 대우건설의 대위변제 및 적법한 환가처분 절차를 통해 노량진 441번지 사업부지를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김씨는 조합원 또는 투자자이었던 사람 중 약 120여명과 함께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2012년 4월9일자로 재보연을 출범시켰다. 김씨가 재보연 대표를 맡아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주도했고, 김씨 아래 팀장들이 나머지를 관리하는 계층적 형태를 갖췄다.


내부 회의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지시를 하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재보연은 표면상 조합원들의 권익보호가 목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고소인에 대한 어떤 법률상 채권이나 정당한 권리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개발사업 진행을 방해하고 이를 통해 협상력을 높여 시행사 등으로부터 부당한 고액의 합의금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였다.

제명된
조합원

2012년 조합 파탄 후 부지 공매와 내분 사태를 겪은 조합은 대외적으로 로쿠스와 대우건설 및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기(2017년 동작구청 중재로 시행사와 합의까지 약 670여회)했다. 내적으로는 공매 직전 공증서류를 통해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일부 조합원 및 투자자(약 156명) 등에게 “서로 힘을 합해 시행사와 시공사에 맞서 싸우자”고 3차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 중 36명을 제외한 122명은 끝내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를 고수해 조합원 명단에서 제명당하고 말았다. 현재는 최종 388명이 유효한 조합원이고, 피의자 김씨를 포함한 122명은 이미 파탄 난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에 있을 뿐 시행·시공사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조합 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에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조합장 최모씨가 조합 분담금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지난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최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10억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만기 출소한 최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은 없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현장을 보고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당시 토지 매입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고, 내가 횡령한 조합비로 인해 사업이 무산될 현장은 아니었다”며 “재산보호연대가 시행 권한을 갖기 위해 악의적으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사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십 년째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사업지의 땅을 사서 되파는 등 방식으로 수십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에 관해 “재보연 소속 회원들이 과거 조합원일 때 동참한 행위를 조합장인 내가 짊어지게 된 것”이라며 “내가 구속됐다고 사업이 재개된 것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문제는 재보연에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투기 의심 25여 명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송치
공무원 속이고 허위 작성한 등기 ‘혐의 인정’

재보연은 대우건설의 합의를 줄곧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대우건설과 합의할 기회가 있었으나,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요구하는 등 “대우건설은 공매가만 돌려받고, 빠져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동작구청의 중재 협의안에 따라 일부 지주택 조합원은 합의했으나, 재보연은 일체 합의에 반대하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또, 재보연 관계자들은 지난 2018년 수감 중인 전 조합장 최씨를 상대로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최씨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고소인 이씨는 재보연 대표 김씨와 함께 조직적인 업무방해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지난 2011년 8월~2012년 1월 사이 대여 명목으로 8회에 걸쳐 조합 통장에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최 전 조합장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월11일 대전고등법원 제3형사부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투입 자금 중 일부는 차용금으로 볼 수 없고, 김씨가 당시 조합의 상황을 잘 알면서도 고율의 선이자 욕심과 최 조합장 구속 후 자신들이 조합을 좌지우지할 목적이 있다’며 ‘(최 조합장이) 그들을 기만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최 조합장은 “재보연이 과거 행적과 비위 행위에 대해 제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나를 다시 구속시키기 위해 110여명이나 되는 회원들에게 위조 탄원서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송치된 재보연은 고초를 겪은 노량진 지주택 조합과는 엄연히 다르다. 여기에 조합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재보연의 머릿수를 채워주면서 금전적 이득을 위해 뒤늦게 합류한 구성원도 포함됐다. 피의자 김씨는 지난 2012년 4월 노량진 본동 개발사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집단적 위세와 단합된 행동을 위해 운영 규정(행동강령) 및 개별 서약서(운영 규정 위반 시 제재 등)까지 만들었다.

합의 거절
버티기 나서

최 조합장 등 재보연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가 재보연 운영 및 소송비 명목으로 지금까지 거둬들인 공금만 해도 약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공금의 사용 내역을 묻는 재보연 회원들에게 제명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자금 사용처 공개에 민감한 이유는 공금을 변호사비 등 소송비 외에 로비 자금으로 일부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 및 개인적인 유용 의혹도 제기됐다. 여전히 일부 회원들은 자금 사용처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알박기, 이주 거부 등 막무가내 조합원들로 인한 사업 지연으로 조합이 부담하는 대출이자 등 손해를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최근 인정된 사례도 있다. 가등기 말소 판결이 현실화되고, 형사사건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노량진 본동의 경우, 재보연 측은 사업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형사책임까지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막가는 조합원
손해배상 책임

이미 시행사는 형사 고소된 25명 전원에 대해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일부 청구) 소장을 접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행사 측은 “만약 재보연의 방해 행위가 계속된다면 향후 개별적인 형사고소는 물론 그동안의 사업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수천억원의 금융 손실에 대해서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묻겠다”며 “가압류, 가처분을 통한 보전 처분은 물론 일체의 소송비용 등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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