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매년 여름, 수천명의 관객들이 ‘축제의 성지’로 모여든다. 워터캐논이 쏘아올리는 물줄기 속에서 열정의 함성이 터지고, 땀과 물이 뒤섞인 무대 위에서 가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한다. 바로 가수 싸이가 주최하는 ‘흠뻑쇼’ 이야기다.
그러나 화려한 분수 퍼포먼스 뒤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물 부족과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대규모 물 사용이 과연 정당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여름철 이상 고온과 가뭄, 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물의 가치’는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특히 지역 단위의 물자원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수십톤에서 수백톤에 달하는 물을 공연에 사용하는 행위는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1월10일~7월10일) 전국 평균 누적강수량은 평년의 80.9% 수준인 448.5mm에 그쳤다. 특히 강원 영동 지역은 지난 4월 하순부터 현재까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또 정부에서 지난 3월10일 발표한 ‘2025 가뭄 종합 대책’에 따르면, 최근 22년간 국내 물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민 1인당 일일 평균 사용량은 264리터에서 304리터로, 약 15%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수요 증가로 추후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6월24일,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자신의 SNS에 워터밤 초대장 사진을 올리며 “물도, 재활용도 안 되는 LED 초대장도 여러 모로 낭비”라며 “저는 올해도 안 갈 예정이다. 물 과사용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배우 이엘도 지난 2022년 6월12일, 자신이 트위터를 통해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을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며 막대한 양의 믈 자원이 들어가는 여름 콘서트에 대한 소신발언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바 있다. 당시는 전국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역대급 가뭄이 이어지고 있던 데다 소양강댐 수위도 낮아져 강바닥이 드러나 있던 상황이었다.
환경단체들도 “물은 공공재로 생존과 직결된 자원”이라고 강조한다. 흠뻑쇼는 약 2시간 동안 수천리터의 물을 뿌리며 공연을 진행하는데, 이는 가뭄 지역의 하루 생활용수와 맞먹는 규모로 알려져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각 가정에서 샤워 시간을 줄이고 텃밭에 물을 아끼는 노력을 하는 마당에, 공연장에서 물을 분사하며 즐기는 모습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주변 교통 통제, 수질 오염, 미끄러짐 사고 등 물 사용에 따른 2차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연장 근처 도로는 물로 인해 미끄럽고, 공연 후 배출되는 폐수의 처리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단순한 물 낭비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연 산업과 문화 콘텐츠는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흠뻑쇼는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여름의 상징’이 되었으며, 공연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도 크다.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흠뻑쇼는 대부분 빗물이나 산업용수, 순환수 등을 활용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공연장은 폐수를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물 사용량도 예년보다 절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팬들과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도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귀중한 체험”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시민은 “몇 달간의 우울함을 단 몇 시간의 공연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삶에 활력을 주는 행위 자체를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전문가들 역시 “모든 산업에는 자원 소비가 따르기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낭비냐, 가치 있는 소비냐’는 평가 기준의 정립”이라고 강조한다. 물을 사용하는 다른 레저산업이나 워터파크, 분수 쇼 등과 비교했을 때 흠뻑쇼만을 표적 삼는 것은 형평성 논란도 일으킬 수 있다.
흠뻑쇼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공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물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소비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반대 측은 기후위기 속 자원 보존을 외치고, 찬성 측은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양측 모두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예술과 환경은 공존해야 하며, 정부나 지자체가 문화행사의 자원 사용에 대해 공공적 기준과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물 사용의 투명성 확보, 재활용 시스템 강화, 시민의 인식 개선 등이 그것이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즐길 것인가’ 이전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흠뻑쇼는 이 시대의 공연문화가 처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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