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첫 인사가 정권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이뤄진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주요 인사 대상이다 보니 취임사에서 강조한 통합 정부의 면모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인사가 만사’인 만큼 공존과 화해 역시 인사에 투영돼야만 효과를 발휘한다.
앞으로 이어질 장관 인사에선 탕평과 협치의 노력이 뚜렷하게 나타나길 기대하지만, 장관 지명자 중 여가부 강선우, 교육부 이진숙 장관 지명자의 과거 품행과 논문 표절 등의 논란이 국민 눈높이에서 한참 벗어나 보인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논문 중복 게재 의혹에 이어 두 딸을 미국에 조기 유학시켰다는 논란까지 불거져 사퇴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학자나 행정가로서 초·중등 교육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자녀를 국내 공교육에 맡기지 않았다니 교육 수장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 팬 카페에도 “지명 철회”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겠는가.
이 후보자는 제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거나 자신의 논문을 부당하게 중복해서 게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이 후보자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할 수 없다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만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면 성실히 해명할 의무가 있다. 무작정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라는 식으로 시간을 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행여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을 믿고 국회 인사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계산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자가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교육부 장관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장관 인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를 “대통령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대학을 제외한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 정책에 대해선 면밀하게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후보자가 두 딸을 중·고교 시절부터 미국에서 조기 유학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개인 선택의 영역이지만,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공교육에 대한 고민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재명 캠프 출신이 아니다. 현 집권여당의 인사도 아닌 인물을 중용한 셈이니, “정치적 보은”이라고 보기엔 맥락이 애매하고, “정무적 포용”이라 하기엔 내부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은 셈이다. 도리어 ‘인사 검증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이 먼저 앞선다.
실제로 지명 직후 여당 내부는 물론 대통령실도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지명은 오히려 여권 내부 악재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부라는 자리가 단순한 정책 집행 부처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교육부는 이념과 이해관계가 겹겹이 얽힌 다층적 구조 위에 서 있다. 교사 집단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보수 교육단체, 전국 시도교육청,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입시 당사자인 학생·학부모 등 교육 정책의 수용 주체만 해도 수두룩하다. 이 모든 층위에서 신뢰와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도 실현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진숙 후보자는 장점과 동시에 뚜렷한 위험을 지닌다. 강점이라면 국립대 총장으로서 국립대학 네트워크와 교육 재정 구조,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에 대한 현실적 감각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과 대학 거점 전략을 동시에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국정 과제와 맞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리스크는 이보다 더 명확하다. 여야 모두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탓에 정치적 설득력이 떨어지고, 언론·교육계·정당 모두로부터 미온적 반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정책 추진력을 동시에 요구받는 교육부 장관 자리에서 ‘정무적 미숙함’이라는 낙인은 치명적이다.
인사는 만사다. 이 후보자 지명이 단지 한 명의 적당한 전문가를 골라낸 것이라면, 이 정부는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설득력을 빠르게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이 인사가 숙고한 ‘정무적 승부수’였다면 그 배경과 구상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결국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평가의 분수령은 여론이 아니라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갈릴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의문과 우려가 크지만, 인사에 말을 아껴왔던 필자 역시 이번만큼은 한 가지 말은 남겨둔다. 문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무게만큼이나 이 인사가 향후 어떤 역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차분히 지켜볼 이유도 있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 인사의 정무적 의미를 책임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 여지는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새롭게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재선 강선우 의원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전문가’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본인의 보좌진에게는 상식 밖의 갑질을 했다는 폭로가 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강 후보자의 전 보좌진 A씨는 “강선우 후보자가 시도 때도 없이 집 쓰레기를 버려 달라는 ‘특명’을 내렸다”라고 증언했다. 쓰레기 상자 안에는 치킨 먹고 남은 뼈부터 만두 찌꺼기까지 온갖 생활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고 하는데 A씨는 이 쓰레기들을 국회나 지역구 사무실에서 직접 분리해서 버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보통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런 일까지 시킬까? 군대에서도 시키지 않을 일을 아무렇지 않게 시키니 황당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 후보자는 자택 화장실 변기가 말썽이라며 또 다른 보좌진 B씨에게 SOS를 쳤다고 한다. B씨가 가보니 비데 노즐이 고장 나 물줄기가 계속 새어 나와 집이 물바다가 될 지경이었다는데 직접 고칠 수 없었던 상황이라 수리업체를 부르고 나서야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강 후보자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보좌진이 여러 명에 달했으며, 이를 지켜본 목격자 진술과 관련 증거 자료까지 확보된 상황이다. 피해 보좌진들은 “시간이 없어서 잠시 부탁하는 정도를 넘어, 마치 사적인 집사 노릇을 한 기분이라 모멸감마저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강 후보자는 21대 국회 당시 ‘태움 방지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약자 보호와 갑질 근절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2020년에는 “(종사자들에 대한) 각종 갑질이나 위법 행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철저하게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표리부동의 전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강 후보자 측도 해명에 나섰다. “평소 가사도우미가 있어 쓰레기 정리 등 집안일을 보좌진에게 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으며, 변기 수리와 관련해서는 “집이 물바다가 돼 과거 한 보좌진에게 상황을 말한 적은 있지만, 직접 고쳐 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다”는 처지지만 반박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강 후보자는 또, 2020년 국회에 입성한 이후 5년간 보좌진을 46번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선 이 정도로 잦은 보좌진 교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강 후보자 곁에는 늘 고용불안이 존재한 것이다.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국회의원 당선 이후 최근 5년간 51명의 보좌진을 임용했고, 같은 기간 46명이 면직됐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통상 4급 상당의 보좌관 2명과 5급 상당의 선임비서관 2명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다.
강 후보자는 국회의원 당선 첫해인 2020년 11명을 임용했고, 같은 해 보좌관(4급 상당) 2명과 선임비서관(5급 상당) 1명이 면직됐다. 2021년엔 5명을 임용하고 6명이 면직됐고, 2022년엔 8명을 임용하고 7명이 면직됐다. 2023년에도 7명이 임용됐고 7명이 면직됐다. 강 후보자가 두 번째 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엔 보좌진 14명을 임용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6명이 임용됐고, 9명이 면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회사무처에선 “개인별 직급 변동 내용을 포함함에 따라 동일인이 중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잦은 보좌진 교체가 보기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원은 “보좌진의 잦은 교체를 볼 때 강 후보자가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조직을 책임지고 잘 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 관계자는 “청문회 때 답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강 후보자는 남편이 바이오 업체 감사로 스톡옵션 1만주를 받았지만, 강 후보자의 국회의원 재산 신고에는 빠져 있었다. 남편 회사 대표가 강 후보자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치인이란 직책은 공적인 영역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특히 여성을 위한 정책을 이끄는 여가부 장관 후보라면 ‘존중과 배려’는 기본 덕목이다.
국민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며 명확한 해명 없이 뭉개고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금전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고 버티다가 임명된 김민석 국무총리의 전례를 따라 하려는 것 아닌가.
“무책임하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이 이해할 만한 해명을 당장 내놓든지, 그럴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것이 도리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순기능을 발휘해 왔다. 청문회 개최 이전에 자료와 증언 등을 통해 도덕성 검증이 상당 부분 미리 이뤄지면서 스스로 사퇴하는 예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이재명정부 1기 장관 청문회의 경우, 후보자들이 자료 제출과 소명을 거부하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양상이 뚜렷하다.
‘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된다’며 후보자들은 뭉개고, 여당은 감싸기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행태다. 꼼꼼한 검증,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정한 인사, 적재적소 배치라는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인재 등용만이 국민 정서에 맞는 인사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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