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정부의 ‘통합형 인사’로 주목받았던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옹호 및 강제 동원 부정 발언 논란 하루 만인 22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대통령실 안팎의 우려가 고조되던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거취 정리를 촉구하면서, 결국 ‘검증 실패’라는 여론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강준욱 비서관이 오늘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국민 요구에 응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국민통합비서관은 분열 정치를 끝내고 국민 통합의 동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설된 자리”라며 이 대통령의 국민 통합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지지하지도 않는 국민도 넓게 포용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보수계 인사의 추천을 거쳐 임명했지만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국민의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강 비서관의 자리에 보수 성향 인물이 중용된다는 방침은 유지하기로 했다.
강 대변인은 “통합이라는 자리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겠다”며 해당 역할의 상징성과 중요한 무게감을 재차 강조했다.
정청래·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들이 나란히 사퇴를 요구하고, 당 지도부 내에서도 “국민 통합 자리에서 시민 분열을 초래한 인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만큼, 대통령실이 정치적 부담 해소를 위해 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강 비서관은 지난 3월 펴낸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에서 12·3 비상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으로 평가하거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실행한 체계적 행동이었다”고도 주장해 ‘계엄 옹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파문이 확산되자 강 비서관은 지난 20일 사과문을 통해 “국민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하지만 그가 과거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다시금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강 비서관은 지난 2018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일제의)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며 “위안부도 마찬가지지만 길거리에서 아무나 무작정 잡아간 것으로 여기기에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너무나 존경스러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강 대변인은 전날(21일) 브리핑을 통해 “과거보다 현재의 태도가 중요하다”며 임명된 인사를 유지하려는 듯한 워딩을 냈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거세게 일고, 여론의 반발이 확산되자 최종적으로 자진 사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사태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강 비서관의 이번 자진 사퇴가 단순히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잇따른 인사 논란으로 흔들린 이재명정부의 인사 기조와 원칙에 대해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자녀 조기유학,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며, 인사 실패에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한 듯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이른바 ‘갑질 논란’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임명 강행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일관되지 않은 인사 잣대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1차 시한 내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 기한을 다시 정해 국회에 보고서를 재송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기한까지도 국회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해당 장관을 그대로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이날 대통령실이 재송부 요청 절차에 들어가면서, 강 후보자의 임명은 기정사실화된 모습이다.
앞서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보좌진 갑질 해명 과정에서 거짓 해명으로 공직자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며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판받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와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인사 검증 실패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인사 검증 기준과 절차를 시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사 실패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인사 시스템에 대해 “인사 검증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검증 시스템에서 보지 못했던 예상 외 문제가 발견됐다고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많은 비서관들이 임용된 상태고 (인선이) 거의 완료된 상태인데 (강 비서관의 자진 사퇴는) 최초 사례”라며 “언론인이나 국민들이 제기하는 의혹들이 인사 검증에서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을 넘어갈 때 사의 표명으로 답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인수위 없이 인사검증비서관실에 있는 행정관이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과부하 상태에서 일하면서 인사 검증을 거듭하고 있다”며 “그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사후적으로라도 검증의 한도를 넘는 문제가 발견됐을 때 이 부분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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