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24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방관한 장관”이라며 작심 비판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 장관 유임에 대해 대통령실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이자 국민 통합 인선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말장난”이라며 “송 장관은 일국의 장관으로서 그리고 공직자의 기본자세조차 의심받는 사람”이라고 맹폭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들었을 때 송 장관은) 향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대통령에게도 치명적인 위해가 가해질 것을 알아차렸어야 한다”며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문을 걸어 잠그고 손발을 붙잡고 몸으로라도 막아섰어야 하지만 아무 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송 장관의 과거 논란에 대해선 “송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 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던 사람”이라면서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보로 인해) ‘장관 오래 하려면 송미령처럼’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꼬집었다.
이 같은 발언은 정권이 바뀜에 따라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정책 추진의 일관성 문제가 우려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이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 대통령이 말한)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며,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며 “이런 인사는 다시는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정부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송 장관을 유임시킨 바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보수·진보의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유임이 확정된 후 송 장관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성과를 통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자세로 새 정부의 농정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쟁점이 됐던 정책이나 법안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가에선 송 장관의 유임이 ‘통합’이라는 이재명정부의 정치적 명분과도 맞아 떨어지고, 그가 “(윤석열정부에서 장관을 맡은 것이) 많이 후회된다”며 간접적으로 12·3 비상계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못할 것 없는 인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또 다른 한 쪽에선 윤정부 당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데다 ‘농망법’ 발언으로 비판받았던 송 장관이 왜 유임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장관직 수행 기간이 단 1년 6개월 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성과와 실력’이라는 이정부의 인선 기조와는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날 국회 농해수위 위원인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을 향해 “국가가 책임지고 농업의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이재명정부의 농업 수장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전적으로 시장 만능주의 관점에서 농업정책을 펼치는 (송 장관 같은) 사람이 농정을 펼치면 앞으로 어떻게 된다는 것이냐”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국민주권정부라면서 농식품부 수장에 대한 인사를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유임 결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분노한 농민들의 트랙터가 이정부로 향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엄포를 놨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과 농민단체에서도 송 장관 유임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날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원택 의원은 인선 발표 이후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직접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단체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송 장관은) 벼 재배 면적 강제 감축을 주도해 쌀 생산 기반을 파괴하고, 농지 규제를 완화해 이 땅의 농업을 통째로 파괴하려 한 자”라면서 “윤정부 때 수장을 맡은 ‘농망 장관·내란 장관’ 송미령의 유임은 곧 내란 농정의 연장이기에 이번 인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정부는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송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내란 종범이 아니냐며 오히려 명분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야당 인사를 추천하는 것이 낫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12월11일, 내란 의혹에 대한 질의에 송 장관은 “(당시엔) 어떻게 해야 할지, 계엄이 뭔지도 몰랐다”면서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무능함, 무력함은 있지만 동조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송 장관은 지난 1997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채용돼 줄곧 농업·농촌 분야 연구에 몰두한 학자 출신 관료로, 지난 2023년 12월29일엔 윤 전 대통령 지명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한편 이번 유임으로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별도의 인사청문회 절차는 없을 전망이다. 1기 내각 인선 과정을 거치며 이재명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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