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가는 ‘황당’ 버스는 ‘노후’ 예약자는 ‘타인’

2009.10.20 09:49:33 호수 0호

롯데관광 부실여행상품 논란

최근 국내 여행사 ‘빅3’를 자랑하는 롯데관광이 도마에 올랐다. 업계 대표브랜드란 명성과 달리 부실한 여행상품 운영으로 고객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 330여 만원의 고가를 지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15일간의 해외여행은 고객에게 불편한 기억만 남기고 말았다. 해당 고객은 여행 후 불편사항을 회사에 수차례 알렸으나 관계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일요시사>가 좇아봤다.

지난 9월, 유모씨는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여러 여행사를 비교하던 중 유씨는 국내 유명브랜드인 롯데관광의 ‘미국 서부·동부, 캐나다 완전 정복 15일’ 상품을 선택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뉴욕, 워싱턴, 몬트리올, 퀘벡 등을 거쳐 돌아오는 일정으로 성인 1인당 여행비는 329만원이었다.



선택 관광비용 폭리(?)

유씨는 “여타 브랜드에 비해 조금 비싸긴 했지만 그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기대는 지난 9월18일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간 순간부터 무너졌다.

그는 “여행 기간 내내 여행자로서의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 한마디로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정의 연속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가 가장 불쾌하게 느낀 것은 황당한 옵션가다. 일명 선택관광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던 것.

유씨는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베이크루즈 유람선을 탑승하기 전 가이드는 옵션가인 25달러를 요구했지만 현지 입장료는 18달러에 불과했다”며 “이외에도 하루 한두 개 이상 붙어있던 옵션가의 가격거품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배보다 배꼽 더 큰 옵션가…입장료보다 최고 두 배 비싸
하루 10시간 탄 버스는 승차감 최악…고객 불편 ‘모르쇠’


유씨에 따르면 숙소인 발리스호텔 내 극장에서 열리는 쥬빌리쇼는 단체할인의 경우 60달러면 관람이 가능하지만 여행사는 90달러를 요구했다.이밖에도 나이아가라 폭포 헬기투어에서는 118달러의 입장료보다 비싼 140달러를 내야 했고 몬트리올의 몽모렌시 폭포에서는 현지 이용료 12달러의 2배 이상인 30달러를 지불했다. 여행기간 동안 유씨가 추가로 지불한 옵션가는 500달러가 넘었다.

반면 롯데관광은 옵션가는 여행안내서에 이미 공지된 사안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롯데관광 한 관계자는 “옵션가에는 입장권 외에도 서비스 비용 및 차량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해당 금액은 회사에서 제공한 여행안내서에 이미 공지된 만큼의 금액만 받은 것으로 문제될 게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관계자는 또 “책정된 옵션가는 현지의 여타 여행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다”며 “옵션은 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 가능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씨는 “여행사가 처음부터 옵션을 포함한 여행 경로를 계획해 놓은 터라 자유롭게 선택하지도 못할 뿐더러 여행사가 정한 옵션가가 현지 입장료의 2배 정도로 거품이 심한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이를 선택할 고객이 어디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는 또 “고객들은 현지에서 매일 1인당 10달러씩을 팁이란 명목으로 가이드와 기사에게 서비스 비용을 일괄 지급했고 전용차량 이용금액도 여행비용 지급 시 이미 포함된 항목이었다”며 “이를 옵션에 추가적으로 덧붙이는 건 횡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는 현지에서 제공된 전용차량도 터무니없는 기종이었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9일 동안 하루 10시간 이상을 달린 미니버스는 여기저기가 깨지고 낡아 도로의 작은 틈새에도 반동이 심해 힘들었다”며 “차내도 좁아 대부분 60~70대 노인으로 이뤄진 패키지 여행객들은 이동 내내 허리와 무릎 한번 펴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씨는 또한 “해당 버스는 사전에 제공됐던 차량의 소음과 창문 흔들림이 워낙 심해 여행사 측에 항의 후 새로 제공된 것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된 차량이 재차 제공된 것을 보면 롯데관광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차량상태가 비슷한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롯데관광 한 관계자는 이에 “규정상 30인 이상은 대형버스를, 25인 이하는 중형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 여행객들은 20명으로 중형버스가 제공됐는데 미국의 경우 장거리 여행이 많다보니 간혹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차량의 노후 문제는 한 번에 일괄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확인 후 차량 배정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씨는 여행객들이 묵는 숙소를 현지 가이드와 가이드의 친인척 이름으로 예약 및 체크인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유씨는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호텔 방 번호를 깜빡해 카드키를 다른 방에 꽂았다가 다시 내 방문에 꽂았는데 이미 카드인식이 불통이 돼 프런트에 재발급을 신청하러 갔다”며 “그런데 호텔 측은 체크인이 본인 이름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안상 불가하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씨는 “결국 예약자인 가이드에게 연락을 하고 몇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카드 재발급을 받았다”며 “뉴욕에서도 팀 내 다른 고객에게 같은 문제가 발생해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사가 고객들의 이 같은 불편이 뻔히 예상되면서도 자신들의 이름으로 예약과 체크인을 하는 것은 흡사 마일리지 등을 도둑질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롯데관광 측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롯데관광 한 관계자는 “고객의 지적 사항은 패키지여행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 생긴 부분인 것 같다”며 “개인 고객과 달리 단체 여행객에게는 호텔 측의 마일리지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현지 여행사가 호텔과 식당, 차량 등의 예약을 이미 완료한 상태에서 모객행위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사전에 가이드의 이름으로 예약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일부 고객들이 카드키 분실 및 재발급 등으로 불편을 겪으신 것은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닌 만큼 일종의 사고로 봐야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노후버스로 장거리 이동

그러나 한 팀 내에서 2명의 고객이 같은 불편을 겪은 만큼 시스템상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황을 확인한 후 추후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씨는 “무엇보다 기분이 나쁜 건 국내 대표 여행사의 사후처리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유씨는 “여행에 다녀온 후 홈페이지와 담당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여행 후 불편사항에 대해 전했지만 이후 어느 누구를 통해서도 사과나 해명을 듣지 못했다”며 “국내 1등 여행사라는 광고글에 속았다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고객의 불편사항에 대해 현지 여행사를 통해 경위보고를 받는 데 시일이 걸렸으며 이후 직접 고객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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