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전속모델에 뒤통수 맞은 기업들

2009.09.15 09:21:37 호수 0호

‘광고 따로 생활 따로’ CF만 찍고 나몰라라

CF모델은 자신이 광고한 제품만 이용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업계에선 특정 상품의 모델 특히 전속모델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얼굴이 딸린 제품을 애용하는 게 불문율.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권할 수 없는 탓이다. 모델도 소속감으로 광고주 제품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암묵적 합의’가 깨지고 있다. 나아가 ‘라이벌 제품 사용불가 원칙’까지 무너지고 있다. 자사가 고용한 CF모델에 뒤통수를 맞은 기업들을 추려봤다.

수십억원 모델료 챙긴 톱스타들 광고 상품 외면 빈축
라이벌 타사품까지 애용… 얼굴로 내세운 광고주 황당


“여기에 연예인 A씨 자주 오나요?”
“예, 매일같이 옵니다.”
“뭘 자주 사갑니까?”
“이것저것 사는데 본인이 광고한 ○○음료를 사지 않고 다른 ○○음료만 사가던데요.”



암묵적 합의 깨졌다

한 케이블 방송에서 A씨의 근황을 캐던 취재진과 A씨의 집 근처 편의점 점원이 나눈 대화다. 이 내용은 얼마 전 전파를 타면서 방송 본질과 다르게 A씨가 평소 자신이 광고한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는 얘깃거리로 화제가 됐다. 광고시장의 거물급 모델로 분류되는 톱스타 A씨는 연간 8∼10억원 정도의 거액 광고비를 받고 모 음료회사와 전속모델 계약을 맺고 있다.

각 기업의 광고모델로 기용된 연예인들이 정작 자신들은 해당 상품을 사용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톱스타들은 광고주 제품 대신 ‘라이벌’ 타사품을 당당히 이용하기도 한다. 광고시장에서 기본 중 기본으로 여겨지던 ‘특정 상품의 모델은 자신이 광고한 제품만 이용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것이다. ‘CF만 찍고 나몰라라’한 모델을 선택한 광고주인 기업으로선 여간 기분 나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위 ‘A급 스타’로 유명한 B씨. 그는 수년째 모 건설사 아파트 모델로 활동 중이다. B씨는 지난해 이 건설사와 1년 더 광고 계약을 연장했다. B씨가 받은 모델료는 약 10억원선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는 “B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뒤 모델료 대비 수십 배 이상의 ‘B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분양률이 높아졌고 기업 이미지와 인지도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씨의 두 얼굴은 금세 탄로가 났다. 실제 사는 집이 다른 건설사 아파트로 확인된 것. B씨는 자신을 모델로 선정한 건설사가 가장 경계하는 경쟁사의 프리미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B씨는 올 초 또 다른 경쟁 건설사가 분양하는 펜트하우스형 고급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B씨를 얼굴로 활용한 건설사 한 직원은 “타사 아파트 거주나 계약 여부를 떠나 대부분 건설사들이 최정상급 연예인들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도 B씨와 수년간 계약을 연장하면서까지 철석같이 믿었는데 씁쓸하다”고 아쉬워했다. C씨는 모 가전제품 모델로 활동했지만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장만하면서 다른 제품을 구입했다. 배우자와 상의 후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타사제품이 월등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C씨는 주변에 “모델은 모델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타사 제품이 훨씬 뛰어난 것 같다”고 털어놨다는 후문이다. 5억원 이상의 계약금을 주고 C씨를 모델로 기용한 업체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모 자동차 모델인 D씨도 사정은 같다. D씨는 지난해 모 자동차업체와 6개월 단발 계약으로 4∼5억원대 모델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D씨가 소유한 승용차는 따로 있었다. 최신식 수입차를 몰래 탔다. D씨는 고급 세단이 아닌 중형차란 이유로 자신이 광고한 자동차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게 연예계 호사가들의 전언이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자동차업체 관계자도 “도의상 있을 수 없다”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D씨와 경우는 다르지만 자동차와 관련 기업의 뒤통수를 친 연예인들도 있다. E씨는 몇 해 전 모 자동차회사로부터 새롭게 출시한 브랜드의 1호차 주인공으로 뽑혀 차 1대를 무상으로 받았다. E씨가 새 제품의 이미지와 부합된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E씨가 톱스타인 만큼 앞으로 제품의 홍보를 부탁하는 의미가 컸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E씨는 촬영 현장에 기존의 외제차를 계속 타고 다닌다.

공짜로 받은 1호차는 지인에게 적당한 가격으로 팔았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F씨도 지난해 홍보대사 대가로 기증받은 경차를 멋대로 처리했다. 회사 측은 “F씨가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사의 차량을 선택했다”고 떠들어댔지만 F씨 역시 외국 SUV 차량을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씨는 선물로 받은 차를 쥐도 새도 모르게 중고차 시장에 내다팔아 1000만원을 웃도는 돈을 챙겼다고 한다. 광고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풍속을 두고 연예계와 재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연예계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재계에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돈만 받고 등한시

연예계 한 관계자는 “모델 계약은 개인 자유의사인 소비권까지 묶을 수 없다”며 “굳이 자신이 광고한 회사 제품이 아니더라도 상품의 질과 성능, 가격면 등에서 우수하다면 타사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당 모델이 자신이 광고한 제품만 이용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모델과 광고주는 서로 믿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암묵적 합의로 연결된다”며 “광고주 기업에 충성까지는 몰라도 ‘광고 따로 생활 따로’ CF만 찍고 나몰라라 하는 모델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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