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기술유출 ‘악재’ 일파만파

2009.09.15 09:27:48 호수 0호

“15년간 한솥밥 먹던 동료에게 당했다”

GM대우의 ‘라세티’ 생산기술이 통째로 유출됐다. 지목된 범인은 10여 년 이상을 GM대우에 몸담았던 전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심지어 몰래 빼돌린 핵심기술로 외국기업에서 짝퉁차를 만들기까지 했다.

GM대우는 갑작스런 악재에 일단 최종 수사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번 기술유출 사건으로 핵심경쟁력에 손상을 입은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산은과의 자금유치 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예상되는 탓이다.


직원들 ‘라세티’ 핵심기술 빼돌려 버젓이 ‘짝퉁’ 제작
기업가치 하락·산은 자금유치 협상 걸림돌 후폭풍 ‘모락’


전직 GM대우 연구원들이 ‘라세티’의 핵심 기술을 통째로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일부 기술이 중국 등으로 유출됐다는 주장들이 제기돼 오긴 했지만 실제 기술이 유출돼 자동차까지 생산된 경우는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 자동차회사인 타가즈사의 한국법인 타가즈코리아가 설립된 후 상당히 짧은 기간 안에 신차를 개발·생산한 것에 의구심을 품은 정부기관에 의해 꼬리가 밟힌 것으로 확인됐다.

GM대우 한 관계자는 “신차를 기술 개발해 생산하는 데에는 최소한 4~5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게 통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가즈코리아는 국내 설립 3년 만에 신차 ‘C100’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부지검은 지난 3일 러시아 대기업인 돈인베스트그룹 계열 자동차 회사인 타가즈사의 한국 법인 타가즈코리아의 연구개발센터장 황모(43)씨와 총괄팀 부장 정모(43)씨를 구속했다.

구멍 뚫린 보안시스템



GM대우 연구원 출신인 이들은 GM대우에서 자동차의 설계, 부품 재질 등에 관한 기준과 조건을 정한 기술표준문서와 승용차 라세티의 설계도면을 빼돌려 짝퉁 라세티로 불리는 ‘C100’개발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황씨는 10년 동안 대우자동차와 GM대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6년 10월에 GM대우를 퇴사한 뒤 곧바로 타가즈코리아에 입사해 신차개발 총괄책임을 맡았다. 그는 2008년 초에는 정씨를 타가즈코리아로 영입했다.

정씨는 1993년부터 대우자동차와 GM대우에 근무했으며 퇴사를 10여 일 앞둔 2008년 3월 말 GM대우의 엔진개발 시험 보고서 등 주요 파일을 외부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GM대우를 퇴사하기 직전 자신의 컴퓨터에 있던 엔진과 부품설계도, 기술표준문서 등 자동차 기술 관련 파일 6437개를 외장형 하드디스크로 내려받아 빼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결과 이들의 컴퓨터에 GM대우의 기술 관련 서류 수 천 매가 발견됐다”며 “이를 토대로 올 3월 타가즈코리아의 신차 ‘C100’을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GM대우가 최신 모델로 선보인 ‘라세티 프리미어’와 관련된 기술까지 유출됐는지 여부를 추가 조사 중이다. 갑작스런 악재에 휘말린 GM대우는 이번 사건으로 보안시스템 및 인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회사의 핵심기술을 송두리째 빼앗겼다는 것은 그동안 내부 보안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전 직원에 의한 행위가 밝혀진 만큼 내부직원들의 윤리·도덕 강령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GM대우 한 관계자는 “현재 GM대우는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함에도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한 만큼 차후 보다 강력한 시스템 보완작업을 거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피해보상 등 법적 대응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결과가 발표된 다음 향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기술유출 사건으로 인한 GM대우의 걱정은 수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GM대우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2년 개발된 라세티는 현재 국내 생산은 중단된 상태지만 여전히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등 해외에 활발히 수출 중이다. 실제 GM대우가 지난해 러시아, 호주, 독일, 스페인 등에 수출한 라세티 물량은 모두 20만3600대로 이 중 15%인 3만여 대가 러시아로 수출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타가즈사의 ‘C100’이 러시아 등 해외에서 판매된다면 가격경쟁력에서 이미 한 수 아래가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능은 비슷하고 가격이 싼 ‘짝퉁 모델’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순간 GM대우의 라세티는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번에 기술유출이 확인된 라세티는 GM대우가 최근에 선보인 ‘라세티 프리미어’의 한 단계 전 모델이다.

업계는 라세티 기술이 유출됐다면 외부업체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져 자동차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유출로 빚어진 기업가치 하락은 결국 GM대우가 현재 산업은행과 진행 중인 자금지원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악재 겹칠까?’ 전전긍긍

GM대우는 지난해 환헤지 실패로 8000억원을 웃도는 당기손실을 기록하면서 산은에 신차 개발 및 중장기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1조원 안팎의 대출한도를 열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기술유출 사고는 장기적으로 볼 때 GM대우의 기업경쟁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이 점이 자금지원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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