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0대그룹 ‘골치사업’ 대해부

2010.05.11 09:26:13 호수 0호

먹지도 뱉지도 못하고 “머리만 아프네”




지난해 국내 주요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도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2009년 상위 10대 그룹 계열사의 총 매출액을 살펴본 결과 전년 대비 3.48%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실적이 크게 향상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처럼 재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벌그룹에게도 문제의 ‘골칫거리’ 사업은 있다. 실제 일부 사업은 그룹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수차례 수혈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각고의 노력에도 오너의 고민거리로 전락해버린 그룹별 대표 골치사업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SK·현대중공업·한진 자회사 긴급수혈 ‘진땀’
GS·두산 욕심 부려 삼킨 M&A 후유증 ‘아찔’



10대 그룹 계열사의 지난해 총 매출액을 살펴보면 SK그룹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7%가 감소했다. 이 같은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가 SKT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08년 적자를 기록한 이후 현재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2008년 9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거둔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에도 59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SKT가 3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긴급 자금수혈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다. 현재까지 SK브로드밴드의 누적적자는 1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누적적자로 SK브로드밴드는 1997년 창립 이래 12년째 주식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SKT는 지난 4월부터는 SK브로드밴드의 유선통신 상품 재판매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T가 SK브로드밴드와 유선 상품 재판매 계약 시 망 이용대가를 매출액의 70% 이상으로 책정한 것. 일각에서 과도한 자회사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SKT로서는 차후 합병을 위한 수익 개선이 불가피한 입장이다.

누적적자 계열사
살리기 안간힘

1분기 영업이익 8809억원으로 사상 최대 이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계열사 현대종합상사의 중국 조선 자회사인 ‘청도현대조선’ 살리기에 안간힘이다. 청도현대조선은 현대상사가 조선업 진출을 위해 2005년 1160만달러(126억원)를 출자, 중국 청도링산선업고분유한공사와 공동출자 방식으로 설립한 중국 현지법인이다. 현대상사는 이 회사 지분 90%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청도현대조선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07년 3억원 가량 흑자를 낸 이후 계속 적자 행진이다. 현대상사는 청도현대조선을 살리기 위해 2008년 12월 270억원 출자에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360억원을 수혈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청도현대조선의 재무악화는 현대상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1% 늘었지만 순이익은 30.7% 줄어든 173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현대상사는 2004년 이후 6년간의 워크아웃을 마치고 현대중공업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1월 현대상사 대표이사가 된 정몽혁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동맹 관계를 구축하며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현대중공업도 문기관 현대미포조선 상무를 파견,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부채비율이 405.7%에 달하는 금호아시아나의 최대 고민거리는 그룹 핵심계열사인 금호타이어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는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009 회계년도 말 현재 중국 투자손실로 부채가 자산보다 1900억원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채권단은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가 제출되는 대로 금호타이어에 이미 지급한 1000억원을 포함해 5000억~6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3500억~6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주주별 차등감자 등을 실시해 자본잠식으로 인한 금호타이어의 상장 폐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방안이 확정됐다고 밝혀 본격적인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계열사의 누적적자로 고민에 빠지기는 한진그룹도 마찬가지다. 한진은 국내저가항공사인 진에어의 마이너스 성장에 분주하게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 2008년 7월 자본금 200억원으로 출발한 국내 저가항공사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실적이 좋지 않았다. 취항 1년만인 지난해 상반기 21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자본금보다 적자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결국 그 해 11월 모기업인 대한항공으로부터 운영자금 70억원을 추가로 조달받았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올 초부터는 이용객이 많은 주말과 성수기 운임 가격을 인상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책에도 실적은 개선되지 못했고 결국 적자에 허덕이던 진에어는 수익성이 더 큰 국제선으로 눈을 돌렸다. 이에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497% 급증한 60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취항 초기 투자비용 탓에 적자 행진은 그대로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99억원, 순손실 125억원을 기록했다.

GS·두산 M&A 후
그룹 평가 악영향

앞선 그룹들이 자회사의 누적적자로 고민에 빠진 경우라면 GS와 두산은 수년전 삼킨 매물이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GS그룹은 3년 전 인수한 한 쇼핑몰 운영업체가 말썽이다. GS의 계열사 GS홈쇼핑은 지난 2007년 12월 온라인 쇼핑몰 운영업체인 디앤샵(d&shop)을 인수했다. GS홈쇼핑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주 등으로부터 디앤샵 지분 29.34%(318만주)를 395억원에 사들였다. 주당 인수 가격은 1만2400원. 당시 디앤샵 주가(8640원)와 비교해 볼 때 43.5%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하지만 M&A 이후 디앤샵 주가는 계속해서 추락했다.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인식한 GS홈쇼핑은 지난해부터 디앤샵의 주식 확보에 나섰고, 현재 지분 40.1%를 보유한 상태다.

하지만 GS홈쇼핑의 기대와 달리 디앤샵의 주식은 계속해서 하향세다. 현재는 주당 20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인수 이후 디앤샵의 계속된 실적 저조도 고민거리다. 디앤샵은 지난해 매출 446억836만원에 영업손실 17억2425만원, 순손실 1억4228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12.5% 감소했으며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두산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가 2007년 말 거금을 들여 인수한 미국 소형 건설장비업체 밥캣의 부진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밥캣은 인수 당시부터 줄곧 두산 위기설의 진원지로 지적받았다. 특히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건설장비 수요가 줄면서 밥캣의 수익이 악화되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10억 달러 규모 유상 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두산은 최근 밥캣의 성장세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두산의 불안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63.82% 성장했을 만큼 한 해 장사를 잘 해온 삼성그룹에게도 부진한 실적으로 고민을 안겨주는 사업은 있다. 바로 지난해 실명법 위반 등으로 상당수 임직원이 징계를 받는 수모를 겪었던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진한 실적으로 그룹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년간 부동의 1위 증권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악화 이후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업계 순위에서 한 단계 밀려난 모습이다. 실제 삼성증권은 지난해 4~12월 누적 당기순이익 순위에서 업계 4위로 밀렸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분기별 순이익은 4~6월 798억원, 7~9월 575억원, 10~12월 318억원으로 3분기 연속 내림세다.


지난해 순이익 71.47%의 성장세를 보인 LG그룹도 일부 자회사의 부진한 실적에 고민에 빠졌다. 그룹의 주요 비상장 자회사들이 줄줄이 적자로 들어선 탓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실적이 부진했던 실트론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해 LG에 충격을 안겨줬다. LG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실트론은 2008년 36억3500만원의 이익을 올리는 데 그치더니 지난해엔 748억1500만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또한 전년 대비 722억4900만원 줄어든 8001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LG경영개발원이 13억원2100만원, LG히다찌가 14억4900만원으로 적자전환됐다.

승승장구 성장 속
실적부진 ‘아쉽네’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으로 인한 고민은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롯데손해보험은 수년째 적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2008년 매출액은 2550억원으로 영업손실은 12억1000만원, 당기순손실은 8억500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더욱 증가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매출은 3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21억원, 손해율도 82.7%로 전기 대비(80.7%) 2% 올랐다.

이밖에 지난해 전년대비 순이익이 136.61% 늘어나면서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현대기아자동차의 고민거리는 해외현지법인의 채무 부담이다. 최근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대차 해외법인의 채무 규모는 그룹의 탄탄한 재무구조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2002년 말 8000억원 규모였던 현대차의 해외법인 지급보증액은 2008년말 3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해외법인에 대한 현대차의 채무 부담이 4배 이상이나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현지 자동차할부금융업체인 ‘현대모터파이낸스컴패니’는 본사의 차입금 규모인 2조9000억원보다 많은 5조4000억원가량(2008년말 기준)의 차입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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