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다시 뜬 ‘기업 정보팀’ 전성시대

2008.12.23 10:59:42 호수 0호

‘루머 홍수’ 물 만난 사내 정보맨

재계에 미확인 루머가 봇물을 이루면서 각 기업의 ‘정보맨’들이 뜨고 있다. 안 그래도 불황이 짙게 깔린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업으로선 소소한 입방아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마냥 방치했다간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 정보맨들이 전성시대를 맞은 이유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혈안이다.




‘부도설, 자금난설, 사채유입설, 임금체불설, 사정설, 비자금 조성설….’
재계는 요즘 온갖 ‘설’로 뒤숭숭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똥이 국내 경제로 옮겨붙은 탓에 기업으로선 소소한 루머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각종 근거 없는 소문에 휩싸인 기업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물밑에선 루머의 불씨를 끄고 괴소문 진원지인 ‘검은 그림자’실체를 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들이 악성 루머 유포자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루머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GS건설, 대림산업, 대주건설, 하이닉스 등은 최근 “터무니없는 루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중에 떠돌고 있는 괴소문의 진원지를 밝혀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피해기업들은 하나같이 각종 루머의 진원지로 여의도 증권가 또는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 나오는 일명 ‘찌라시’로 불리는 사설정보지를 지목하고 있다. 이에 경찰과 검찰은 ‘카더라 통신’이 기업 신용은 물론 국가신인도까지 저해한다고 판단, 사설정보지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번 퍼진 악성 루머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다. 적극적인 해명과 사정당국의 수사에도 헛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오히려 기업의 강력 대응이 소문의 확대 재생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가 막힐 정도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짜임새를 가진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찌라시 정보들은 금세 입소문을 타게 된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럴듯한 출처와 여러 정황까지 연계되는 등 더욱 부풀어지면서 루머가 아닌 사실로 대중들에 인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중에 루머가 떠돌기 전 차단하거나 이미 나돌았다면 꼬리를 자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실제 유동성 위기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A그룹은 최근 대내외 정보업무를 담당하는 특별 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B그룹과 C그룹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검찰의 사정설을 자체 파악하기 위해 극비리로 정보팀을 가동 중이다. 이밖에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사내 부서에 별도로 정보팀을 두고 있다.
정보팀은 적게는 2∼3명 많게는 5∼6명으로 이뤄져 있다. 단 1명이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정보맨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어 정해진 방법이나 특별한 영역은 없다. 동종업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동향, 나아가 특정인의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수집해 상부에 수시로 일일보고 하는 게 임무.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이들 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보모임’을 갖고 ‘소스’를 주고받는다. 또 증권가발 정보들을 취합·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문서형식의 ‘찌라시’가 생산되기도 한다. 총수가 직접 정보맨들의 보고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증권가발 ‘설’봇물…자체 정보망 신설·확대
괴담 진원지 파악 주력 “정관계·경쟁사 감시”


증권가 관계자는 “악성 루머에 항상 앉아서 당하기만 했던 기업들이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사실과 다르거나 막대한 피해를 입어도 소문의 확대 재생산을 우려해 그저 숨기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양상”이라고 전했다.
정보맨들은 간혹 자사의 부정적인 소문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역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경영진의 사생활 관련 뒷말이 나오면 다른 민감한 사안을 은근슬쩍 뿌려 무마하는 식이다. 총수 일가의 사고 전담처리반 노릇을 하는 정보맨들도 수두룩하다.
특히 경쟁사는 정보맨들의 상호 감시 대상이다. 일례로 올 한해 뜨거운 각축전이 벌어진 인수·합병(M&A) 전쟁에서 정보맨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각 그룹은 정부와 라이벌 동향 파악에 촉각을 세우는 등 정보전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쳤다. 자금조달 능력과 컨소시엄 구성원 등 비슷한 조건에서 승부가 정보전에서 갈리는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쟁사의 회장 일가 사생활 등 약점만 캐러 다니는 정보맨도 눈에 띈다.
언론사는 빼놓을 수 없는 정보맨들의 텃밭이다. 각종 매체의 기자들을 통해 다양한 출입처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비교적 쉽게 캐치하려는 의도다. 무엇보다 기자들과의 돈독한 유대관계로 호의적인 기사를 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네거티브성 기사를 솎아 내거나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최근엔 시민단체를 담당하는 정보맨도 부쩍 늘어났다. 일단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면 반기업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에 각종 설이 난무하는 요즘 같이 뒤숭숭한 시기엔 믿을 만한 건 자체 정보밖에 없다”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 작은 루머와 정보에 큰 기업이 쓰러질 수도 일어설 수도 있는 만큼 정보맨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팀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정보맨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A그룹 관계자는 “최근 신설된 부서는 정보팀이 아닌 금융위기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더더욱 찌라시 형식의 보고서를 작성하지도 않는다”고 딱 잡아뗐다. B·C그룹 직원들은 “기업의 정보팀은 기존에도 운영돼 왔다. 다른 기업들도 알게 모르게 정보맨들을 두고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기업 정보맨 영입 1순위는?
전직 비밀요원 ‘안성맞춤’
 

기업의 정보맨 영입 1순위는 누구일까.
바로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들이다.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국가 수사·정보 전문가도 대기업 사이에서 영입 1순위로 꼽히지만, 그중 국정원 출신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 각 기업들은 국정원 전직 고위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월 P그룹은 국정원 경제국장을 지낸 박모씨를 영입했다. 같은 달 H그룹도 국정원 경기지부장을 지낸 김모씨와 국정원 충북지부장을 지낸 유모씨를 영입했다. 앞서 K그룹, S그룹, G그룹 등도 국정원 간부 출신들을 임원급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기업에 영입된 국정원 출신 인사들의 임무는 주로 정보수집을 통한 대관업무다. 기업도 이들이 보유한 ‘정보력’을 활용할 심산이다. 이들 기업에게 국정원 인사들은 정보 갈증을 해소해 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근거 없는 소문이 쏟아지면서 기업들은 다양한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며 “‘정보 안테나’를 풀가동해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선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