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성 ‘마약’인가 치료용 ‘명약’인가

2010.06.29 09:11:00 호수 0호

강남 성형외과 뒤엎은 ‘프로포폴’ 논란

서울 강남 일대 유명 성형외과들이 최근 비상에 걸렸다. 일부 성형외과가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고객들에게 환각용으로 편법 투약한 정황을 포착, 검찰이 수사에 나선 이유에서다. 이미 지난해 3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송된 이후 ‘프로포폴’의 마약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심각성이 대두됐지만 당시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로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은 유보된 바 있다. 사회적 논란에서 검찰 수사로까지 번진 ‘프로포폴’은 과연 ‘명약’일까, ‘마약’일까.



환각용 판매 의혹 강남 성형외과 11곳 압수수색
환각·중독성으로 마약류 지정 추진됐으나 유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영진 부장검사)가 최근 강남 유명 성형외과 11곳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로포폴’ 마약류 지정을 두고 줄다리기 중인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 한번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근 강남 일대 유명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해 처방기록과 약품 거래 내역을 확보하고 이들 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치료용이 아닌 환각용으로 투약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프로포폴’은 수면 상태에서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사용하는 수면 마취제로, 의학적으로는 환자를 진정시켜 편안한 상태에서 고통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검찰이 ‘프로포폴’을 둘러싸고 이 같은 의심을 하는 이유는 의료용으로 사용할 경우 전신마취에 비해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지만 장기간 여러차례 투약할 경우, 환각상태에 빠지고 중독증상을 보이는 등 ‘마약’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포폴로 ‘뿅가요’


실제 수면마취제를 경험한 30대 한 여성은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쌍꺼풀 수술을 하러 갔다가 수면마취제를 경험했는데 수술을 하는 동안 청룡열차를 타는 꿈을 꿨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성형수술을 할 때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할 때보다 많은 양의 ‘프로포폴’을 사용하는데 일부 환자들 가운데 수면 마취 중 극도의 쾌감을 느껴 중독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또 ‘프로포폴’에 진정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면서 원기회복제, 비타민 등으로 오용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이후 일부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에 중독됐다는 소문이 퍼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능엔터테이너 A씨는 강남 모 에스테틱에서 비타민 주사라는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처음 접했다. 피로회복에 탁월해 비타민인 줄 알고 주사를 맞았다가 점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수입의 대부분을 ‘프로포폴’에 쏟아부어 매니저가 곤란한 상황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프로포폴’을 맞으면 피로가 한 순간에 잊혀지고 어린이처럼 행동하게 되어 방송 중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등 예능감을 살리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인기 개그우먼 B씨 역시 ‘프로포폴’ 중독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 있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인한 피로를 잊기 위해 ‘프로포폴’을 이용한다는 것. 연예인의 경우 ‘프로포폴’에 접근하기가 용이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성형수술이나 내시경 검사 이외에 ‘프로포폴’만 따로 맞는 것은 힘든 일이다.

때문에 일반인 가운데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들은 필요도 없는 성형수술과 수면내시경 검사를 해가며 ‘프로포폴’을 맞기도 한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최근 수면마취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병원에서는 간단한 시술 시 환자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의료 소비자는 전신마취에 비해 수면마취가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프로포폴’은 마취와 진정작용을 하는 약품류로 대부분 마약성 약물로 분류돼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의약품과 구별해 저장해야 한다”면서 “마약의 일종이기 때문에 중독되거나, 극히 드물지만 호흡과 심장이 정지돼 생명이 위험한 부작용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06년 인천 모 병원의 한 의사가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투여해 피로를 풀다가 과다투여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2008년 2월에는 한 연예인 지망생이 ‘프로포폴’로 인한 약물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수면마취제가 범죄에 악용된 적도 있다. 2008년 1월 광주의 한 외과 병원의 간호사는 병원에서 수면마취제를 60여 차례나 빼돌려 사용하다 적발됐고, 같은 해 5월 경기도 고양시 모 종합병원 의사 박아무개(47)는 아내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잠들게 한 뒤 피를 뽑고 목 졸라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병원 옥상에서 떨어뜨렸다.

하지만 또 다른 의료계 일각에서는 수면마취제는 환자에게 맞게 적당량을 사용하면 전신마취에 비해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대로만 사용하면 지금까지 발명된 수면마취제 중 비교적 안전하고, 이런 이유에서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이라는 설명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프로포폴’은 현재 현행법상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대상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하지만 ‘프로포폴’ 오·남용 등 관리에서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식약청은 지난 2009년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을 추진했지만 대한의료협회의 반발로 무산, 4월 이를 유보했다.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될 경우 마땅한 대체의약품이 없다는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한 것.

‘명약’ VS ‘마약’

하지만 7월 진행될 예정인 중앙약사심의위에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 문제가 다시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어서 ‘프로포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문정림 대변인은 “프로포폴은 성형외과 등에서 마취유도 목적 뿐 아니라 수술 전 수면유도나 환자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널리 사용된다”면서 “해외에서도 마약류 지정이 돼 있지 않은 약제를 의존성, 중독성에 대한 조사나 검증 없이 마약류로 지정해 수사한다면 의료 현장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거의 90~100%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부작용보다는 유익성이 훨씬 많고, 마땅한 대체의약품이 없는 시점에서의 마약류 지정은 환자 치료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실제로 의사들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프로포폴=하얀약=죽음의 마취제?
‘프로포폴’은 성형수술과 수면내시경 시술 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수면마취제다. 수술 시 통증을 억제해주는 전문 의약품이지만 투약을 하면 술을 마신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지고 10분에서 20분 정도 잠을 잘 수 있어 환각제로 악용되는 등 중독성과 의존성이 강하다. 때문에 이를 오·남용하면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통상 ‘하얀약’으로 불리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죽음의 마취제’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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