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고통을 화폭에 담는 서양화가 박세연

2014.09.15 12:11:38 호수 0호

"삐딱한 세상을 똑바로 그리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연민어린 시선. 서양화가 박세연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로 갤러리 도스에서 열리고 있다. 박 작가는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자, 신체 혹은 정신건강의 장애로 고통 받는 자, 우리 사회의 다양한 역학관계 속에 생겨나는 약자들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불균형한 세상의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그가 느끼는 감정이 흔들리는 붓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세연 작가의 개인전이 이달 9일부터 서울 갤러리 도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제목은 '가까이 멀리', 이번 전시로 세 번째 개인전을 맞고 있는 박 작가는 누구도 선뜻 보려하지 않는 고통의 심연에 시선을 맞췄다. 박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나는 내몰린 사람들의 상태와 심경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가까이, 또 멀리서

그의 미적 관심은 다양한 이유로 고통 받는 사람, 나아가 그들을 응시하는 작가 본인의 시선과 태도에 집중된다. '때로는 가까이 혹은 멀리' 인간의 고통을 관찰하며 박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캔버스에 분출했다.

응축된 고통은 작가가 이미 느꼈거나 반대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그래서 박 작가는 "당사자이자 관찰자로서 그 반응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무거운 톤과 거친 붓질의 그림에는 대개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얼굴이 없다. 또 그들은 사각의 견고한 액자 안에 갇힌 것처럼 보인다. 빠져나갈 곳 없는 고립감이 관객을 억누른다.

박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개, 노인, 소녀, 비만자, 총살, 구덩이, 싸이클 등으로 명명됐다. 소재는 다르지만 골격은 유사하다. 박 작가는 개인(혹은 대상)을 비참하게 만드는 '무엇'에 접근하려 했다.


박 작가 표현의 일부를 빌리면 탄생부터 '그들'은 더 힘들게 살도록 삶이 주어졌다. 마치 운명처럼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고통이란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다. 엄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권력 구도 속에 누군가는 벼랑 끝에 내몰리게 돼 있다. 이런 그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 박세연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화폭에 담았다.

사회적 약자 소재…무거운 톤과 거친 붓질
내몰린 사람들의 상태와 심경 그대로 담아

박 작가의 작품에서는 언뜻 슬픔과 무기력이 읽힌다. 그러나 곰곰이 살펴보면 절망에 침전되지 않으려 하는 시도도 엿보인다. '예술가' 박세연이 그리는 고통에 대한 경험담은 연민 따위의 감성을 넘어 보다 구조적인 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박 작가는 그려지는 대상과 그리는 작가 사이의 거리가 존재해야 함을 알고 있다. 박 작가는 '다가오는 시간-해변의 밤물결' '해변을 달리다' 등의 작업에서 자신의 소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여러 그림 중 '기념사진'이란 작품이 눈에 띈다. 발가벗겨진 사람들은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정면을 향하고 있다. 전쟁포로 같은 그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연민의 감정을 일으킨다. 기념사진이란 제목이 주는 이질감은 '찍는 대상'이 캔버스 밖에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관객 자신일 수 있다. 작가는 누가 그들을 수치스러운 순간으로 내몰았는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시선이 가진 폭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연민의 시선으로

박 작가에 따르면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고통받는 사람의 용기나 위대함 등을 투사하고자 했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엄, 아름다움, 자유와 같은 희망점을 제시하려 한 것이다. 작품의 주제를 정하고, 화면을 구성하고, 색을 칠하고, 스케치하는 일련의 행위로 작가는 자신 밖에 있는 무형의 권력에 저항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수직선과 수평선의 반복에서 작가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angeli@ilyosisa.co.kr>

 

[박세연 작가는?]

▲서울대 인문대학 미학과 졸업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Drawing'(갤러리 현·2011) 등 3회
▲단체전 '굿 초이스'(공아트스페이스·2011) 등 5회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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