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음모론<실체>

2010.01.19 10:05:00 호수 0호

제약회사 농간에 전 세계가 놀아났다?

신종플루가 유행한 이래 끊임없이 제기됐던 음모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럽회의 의원총회 보건위원장이 최근 ‘신종플루 대유행은 제약회사들의 입김으로 인해 만들어진 금세기 최대 의학 비리’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보건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백신 판매로 인한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제약회사들이 신종플루 공포를 확산시켰다는 것. 여기에 신종플루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음모론 등 꾸준히 떠돌았던 괴담들도 덩달아 수면 위로 떠올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WHO와 제약회사 결탁 신종플루 유행시켰다는 주장 제기
백신 팔아 이익 챙기기 위한 제약회사들의 농간이라는 주장


지난해 발생해 전 세계인을 두렵게 했던 신종플루가 어느 순간부터 그 위력이 잦아들고 있다. 연일 보도되던 신종플루 사망자 뉴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국민들의 걱정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한파에 밀려 감염공포는 사그라진 분위기다.
공중화장실마다 줄을 서 부지런히 손을 씻는 모습도, 마스크로 무장하고도 기침하는 사람 옆에서는 잔뜩 몸을 사리는 모습도, 감기 증상에도 병원에 달려가 신종플루 확진 검사를 하는 사람도 줄었다.

대유행은 금세기 최대 비리?



이처럼 감염 공포가 전국을 휩쓸었던 몇 달 전과는 모든 것이 달라지자 음모론이 떠돌기 시작했다. ‘신종플루 괴담’이라 불리는 음모론에는 제약회사의 압박으로 신종플루 공포가 과장됐다는 설,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트렸다는 설 등 확인되지 않는 억측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가운데 음모론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한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유럽회의 의원총회(PACE) 볼프강 보다르크 보건위원장의 발표가 화근이 됐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지난 11일 보다르크 위원장이 “신종플루 대유행 사태는 제약회사들이 꾸민 허위이며 금세기 최대 의학 비리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보다르크 위원장은 폐질환 및 역학조사 전문의 출신이다.
보다르크 위원장은 “(신종플루는) 일반적인 종류의 독감일 뿐이며 사망률이 계절성 독감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번 신종플루 대유행은 제약회사들이 플루 백신을 팔아 전 세계 정부들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만든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으로 보다르크 위원장은 예상보다 훨씬 낮은 신종플루 사망률을 들었다. 영국의 경우 6만5000명이 신종플루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고 예측했지만 실제 사망자는 251명에 불과했다.
남은 것은 과잉 생산된 타미플루뿐이다. WHO가 지난해 6월 신종플루에 대해 최고 경보 단계인 ‘대유행’을 선언한 뒤 앞 다퉈 타미플루 등의 백신을 확보하려는 전쟁이 일어났고 그에 발맞춰 엄청난 양의 백신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보다르크 위원장은 이에 대해 “WHO 일부 사람들이 제약업계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며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약업계의 압박에 의해 WHO가 대유행선언을 했다는 것.
그는 백신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제기했다. 보다르크 위원장은 “이번 신종플루 사태로 긴장한 세계 각국 정부들이 테스트를 충분히 하지 않아 부작용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백신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종합하면 제약회사들이 부당이득을 챙기기 위해 WHO의 힘을 빌려 신종플루의 위험성을 퍼트렸고,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는 백신에 세계인들이 노출되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원장의 주장은 그동안 제기됐던 음모론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발언에 영향력이 없는 네티즌들의 추측과는 달리 보건위원장의 말은 엄청난 영향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음모론은 남아도는 신종플루 백신을 처리하지 못해 고민하던 나라들에 반품을 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한때 공급부족 사태에 이르러 백신을 사들이기 바빴던 많은 나라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백신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실제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잇달아 백신 주문을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독일은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주문했던 5000만 개의 백신 중 30%의 주문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1억9400만 달러의 백신 값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 보건 당국도 4개 제약회사에서 9400만 개의 백신을 주문했지만 이 중 5000만 개의 주문을 취소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등의 국가들도 주문량을 줄이거나 주문한 백신을 되파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럽국가들이 앞 다퉈 백신 주문을 취소하는 까닭은 백신 수요가 예상한 것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백신이 개발됐을 때는 너도나도 백신을 맞기 위해 혈안이 됐지만 신종플루의 위력이 한풀 꺾인 데다 부작용까지 보고돼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음모론은 더 많은 국가들에게 백신 주문 취소나 반품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관련 제약회사들이 속앓이를 하게 될 전망이다.

떠돌던 음모론 사실로?

국내의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음모론을 접한 이들은 속았다는 기분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몇 달 전부터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미군 생화학 무기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었고 제약업체가 타미플루를 양산한 뒤 바이러스를 퍼트려 큰돈을 벌어들였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듣기는 했지만 그저 괴담에 그칠 것이라고 여겼다”며 “유럽회의 같은 기관이 아무 근거 없이 음모론을 제기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47개 유럽국가 정부 간 협력기구인 유럽회의는 음모론과 관련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달 말 WHO 결정과정에 제약회사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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