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잇몸질환 급증…‘수면 부족’ 때문?

2009.06.30 10:11:18 호수 0호

연봉은 높지만 한 가지 프로젝트에 돌입하면 며칠씩 밤을 새야 한다는 직장인 조모(38)씨는 최근 치주질환으로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조씨는 “담배도 안 피고 술도 많이 안 마시는데 잇몸이 붓고 피가 나 병원에 가보니 치아 사이가 벌어져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최근 치주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현대인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08년 진료비 통계지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치과를 찾은 환자가 670만 명에 달했으며 이것은 2007년 대비 52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주과 김태일 교수는 “인류의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치주질환에 이환되는 환자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치주질환은 일종의 성인병으로 간주되며 노화시에 나타나는 뇌졸중, 당뇨 등의 전신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흔히 ‘풍치’라고 알려져 있는 ‘치주질환’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조직인 치주조직에 생기는 질병으로 입 속에 있는 500여 종의 세균들 중에 독성이 강한 세균들이 많아지거나 신체의 저항력이 약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급증하는 치주질환의 원인 중 수면부족과 치주질환의 연관성을 밝힌 한 일본인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미국치주학회지에 실린 적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오사카대 치대 무네오 다나카 교수팀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직 근로자 219명을 대상으로 흡연, 수면시간, 음주량, 스트레스, 영양상태, 아침식사 여부, 근무시간 등 생활습관 행태를 조사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219명 중 약 41%에서 치주질환이 진행 중이었으며 모두 흡연자였다. 치주질환을 일으킨 첫 번째 원인은 두 말 할 것 없이 ‘흡연’이었고 ‘수면부족’이 그 뒤를 이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7~8시간 숙면을 취한 사람은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에 비해 뚜렷하게 치주질환의 진행률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치과 전문의들은 수면이 부족할 때 어떤 기전에 의해 치주질환을 일으키는지 아직 연구된 바는 없으며 세균 감염이 1차적 원인이지만 숙주인 사람의 건강상태나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될 경우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구강내과 홍정표 교수는 “만약 수면이 부족하면 생체 반응에 꼭 필요한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안 돼 몸이 제 기능을 못하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우리 잇몸도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아이들이 이를 빼는 큰 이유가 ‘충치’로 알려진 ‘치아우식증’인 것처럼 성인들이 치아를 잃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치주질환’이다.
이 치주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걸릴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주과 김태일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치주 조직 내에서 치주질환 원인균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며 “따라서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관여하는 시기인 사춘기, 임신기, 폐경기에 치주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치아는 어금니 한 개당 약 40kg의 힘을 견딜 수 있어서 음식을 섭취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치주질환으로 주변의 조직이 무너져 치아가 빠지면 식사를 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외관상 좋지 않아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치주질환이 있다고 해서 모두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뇨나 영양부족 같은 전신 질환이나 흡연, 스트레스, 유전적인 요소들이 부가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질환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아 치주질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김태일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잇몸에 통증을 느낀 후에야 치과에 내원하지만 이럴 경우 병세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원래의 건강한 잇몸상태를 되찾는 것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세균 바이오필름과 치석의 생성을 억제하면 치주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자신의 구강상태에 적합한 칫솔과 치실 등으로 매일매일 치아와 치주조직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며 “3~6개월에 한 번은 스케일링을 포함한 정기점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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