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정(?)만 하다 날 샐라

2009.03.03 10:29:42 호수 0호

현 정권의 ‘전 정권 손보기’가 한창이다. 손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듯하다. 전임 노무현정권의 청와대 기록물 유출을 기화로 시작된 이명박정권의 선전포고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고교 동창인 정화삼씨, 그리고 친형인 노건평씨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타깃 삼아 또다시 전 정권 먼지털기에 분주하다. 마치 한 방에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으려는 듯 1년 동안 먼지를 털고 또 털더니 이젠 초가삼간의 빈대까지 잡을 태세다.

제 아무리 깔끔을 떨어도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것은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다. 돈이란 것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권력과 돈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하며 비리를 양산해왔다. 본시 ‘돈이란 놈은 잘 쓰면 돈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권력자들도 ‘돈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돈독 때문에 단 한 시도 편할 날이 없었던 게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비리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권력을 손아귀에 쥔 장본인과 측근들이 여기저기서 끼리끼리 해먹고 들통이 나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다.

물론 하나같이 후임자에 의해서 ‘먼지털이’를 당했고, 선봉장은 늘 검찰이 맡았다.

검찰은 노태우정권인 6공화국이 출범하자마자 ‘5공비리’를 파헤쳐 전두환 전임 대통령의 형 기환씨와 동생 경환씨를 구속했다. 장세동, 이학봉씨 등 5공 핵심실세도 굴비 엮이듯 줄줄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김영삼(YS)정권 때는 이른바 ‘6공 황태자’ 박철언씨가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됐고, 김대중(DJ)정권 때 역시 전임 대통령 YS의 차남 김현철씨가 아버지 우산 아래서 돈독 맛을 봤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아울러 검찰은 ‘세풍사건’ 수사로 대선 때 DJ의 맞수였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를 옭아매기도 했다.

그뿐인가. 노무현정권 첫해인 2003년 검찰은 ‘현대비자금 사건’을 들춰내 권노갑씨 등 DJ 핵심 측근들을 전격 구속했다. 이 사건은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로 이어지며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으며, 당시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렇게 검찰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전 정권 실세가 연루된 권력형비리 수사에 여념이 없었다. 세간에는 검찰이 새 정권 구미에 맞춰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상존해 있다. 물론 검찰로서도 충분히 억울할만하다.

정권이 끝나면 의례 제보가 봇물처럼 쏟아졌고, 그에 따라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 차원의 ‘기업 손보기’도 여전히 악순환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박정희정권에서 명멸했던 신선호의 율산그룹이 그랬고, 전두환정권 때 이름도 없이 사라진 양정모의 국제그룹이 그랬으며, 나승렬의 거평·안병균의 나산·박성섭의 덕산 등 YS정권에서 수도 없이 스러져간 호남기업들도 마찬가지였고, DJ정권에서 나자빠진 김우중의 대우그룹과 노무현정권에서 사실상 해체되다시피 한 고 정주영의 현대그룹이 그랬었다.

현 정권 역시 출범하자마자 기업들 손보기에 나서 대상 임창욱, 애경 채형석, 프라임그룹 백종헌 등 벌써 여러 명의 기업인들이 검찰에 불려가거나 영어(囹圄)의 몸이 된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직도 L그룹, K그룹 등 지난 정권에서 수혜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다수의 기업들이 정체불명의 검찰 리스트에 오르내리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지금은 말 그대로 ‘경제 비상시국’이다. 전 정권에서든 현 정권에서든 불법과 비리를 저질렀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그것은 위기에 직면한 국가경제와 도탄에 빠진 국민들의 삶을 우선 돌본 다음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

대한민국은 한낱 글로벌 경제정글 속의 작은 초가삼간에 불과하다. 고작 빈대 몇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작금은 빈대 잡는 사정(司正)보다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만 한다. 당초 ‘경제 대통령’을 자임했던 분이 ‘사정 대통령’의 오명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소모적인 국력낭비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벌주기에 앞서 화해와 용서로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국민대통합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이다. 그래야만 DJ가 공적자금을 들여 장만한 전기밥솥을 220볼트가 아닌 ‘386코드’에 꽂아 태워버린 노무현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고 ‘경제의 달인’답게 희망섞인 ‘MB표 솥단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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