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실패 놓고 한은-산은 책임공방전

2009.02.03 09:37:33 호수 0호


국내 산업구조를 재편할 최대 ‘빅딜’로 꼽혔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끝내 무산됐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22일 한화그룹과의 인수 조건을 둘러싼 입장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매각공고 이후 5개월여를 끌어온 대우조선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러나 산은과 한화의 협상 무산에 대한 책임 공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협상 무산의 책임에 따라 한화가 지불한 양해각서(MOU) 이행 보증금 3000억여원이 걸려있기 때문. 산은과 한화를 둘러 싼 책임공방전 속으로 들어가 봤다. 

한화 “인수 위해 노력할 만큼 했다” vs 산은 “자금조달계획 현실성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화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대우조선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화는 경제상황 악화로 인수조건의 변경이 불가피했는데도 산은이 이를 무시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산은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를 시작으로 산은과 한화의 책임공방전은 불이 붙기 시작했다. 결국 대우조선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은 지난달 23일 소송대리인을 김&장으로 선정하고 반환소송을 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산은은 광장을 법률자문사로 선정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산은과 한화가 책임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의 책임이냐에 따라 이행보증금 3000억여원의 향방이 달라지기 때문. 
한화의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의 2007년 당기 순익이 2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3000억여원은 한화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액이기에 승부를 낸다는 각오다.

매각실패 책임공방전



소송의 관건은 한화가 이행보증금을 납부하면서 양해각서 내용을 준수했는지, 산은이 경기침체 속에서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화 실사요구에 어떻게 임했는지 여부.
산은 측은 지난해 말 본계약 연기 시점부터 양해각서 해제를 공식선언하기까지 한화는 계약내용을 준수하지 않았고 실현가능한 자금조달계약서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 측은 산은에 제출한 내용이 바뀌지 않았을 뿐 두 차례 모두 자금조달계약서를 제출했고 4조5000억원도 당시에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었다고 맞받아 쳤다.
이어 “산은은 오히려 조선경기 침체로 기존 수주 취소와 신규 수주 전무, 잠재부실 우려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실사를 돕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산은 측은 한화가 ‘본계약 뒤에라도 확인 실사를 할 수 있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고 현재 이행보증금 몰취에는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화 측은 그러나 산은이 인수후보자인 한화에 대우조선 노조와 사전에 협의할 것을 요구하며 원활한 실사가 이뤄지지 못한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고 추궁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실제로 한화로부터 고용보장과 임단협 승계, 인수후 성과급 지급을 약속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무상배분과 자산처분 금지 등 경영권의 영역을 요구해 한화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화 측은 이런 절박함 속에서도 이사회의 결의로 △ 선실사 후계약 △ 대금 분납과 납입기한 연기 △ 주식 분할 매각 등 성공적 거래를 위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산은 측에 여러 번 제시했지만 산은 측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고수하며 원칙만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은 측은 지난해 10월 한화가 본입찰 참여 당시 9조~10조원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대우조선 인수에 의욕적이었지만 최근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3000억원 향방은 법원 몫

이에 한화 측은 “양해각서 체결 당시만 해도 농협,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 3개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자금지원을 약속했지만 갑자기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을 맞춰야 한다’며 약정금액을 지원 못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화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지난해 11월 중순 6조4000억원의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했을 때와는 달리 최근 석 달 동안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을 때 산은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결국 이러한 진통 끝에 이행보증금의 향방은 법원의 몫이 됐다.
법원이 이행보증금의 성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화와 산은이 일부씩 나눠가지게 될지 아니면 ‘산은의 몰취’, ‘한화의 반환’ 둘 중 하나를 선택할지가 정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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