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뉴리더’ 이석채-김구현 궁합

2008.12.16 09:32:20 호수 0호

‘통신 공룡’KT를 이끌 ‘뉴 리더’두 명이 탄생했다. 사장으로 최종 낙점된 이석채 내정자와 노조 수장으로 선출된 김구현 신임 위원장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뽑힌 이들은 보통 때 같으면 잔치를 벌여도 시원치 않다.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집안 사정이 사정인 만큼 한숨 돌릴 여유조차 없다. 하루라도 빨리 의기투합해 정상화 노력에 만전을 기해도 모자랄 판이다. 수렁에 빠진 KT가 어느 때보다 이들의 찰떡궁합이 절실한 이유다.




KT의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새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전임 대표 구속으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KT가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KT 신임 사장에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내정됐다. KT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9일 이 내정자와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 김창곤 전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 우의제 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등 후보 4명에 대해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이 전 장관을 단독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KT는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전 장관을 신임 사장으로 정식 추대할 예정이다.

같은 날 KT 노조도 위원장 선거를 치렀다. 당선자는 김구현 신임 위원장. KT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9일 김 신임 위원장이 전체 투표자 2만7397명 중 1만8635표를 얻어 10대 위원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정상화 작업 박차

이번 KT 사장 내정과 노조 위원장 선거는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이 모아졌다. KT는 지난달 남중수 전 사장이 납품 비리로 구속된 뒤 쑥대밭이 된 상황. KT가 야심차게 밀고 있던 주력 사업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최대 통신업체이자 민영화된 공기업을 포함해 자산 기준 재계 서열 9위란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1981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새로 선출된 ‘KT 뉴 리더’두 명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이석채-김구현’궁합에 KT 내부는 물론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KT 안팎에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 노조 집행부 계열인 김 신임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온건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따라서 이 내정자의 인선과 경영 과정에서 사내 반대 움직임 등 큰 마찰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내정자는 우선 IPTV(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와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 신규사업 활성화로 유선전화 매출감소 등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중수 전 KT 사장, 조영주 전 KTF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의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혼란에 빠진 내부 추스르기가 급선무다.

이 내정자는 사업을 밀어붙이는 업무 기획력과 추진력이 강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KT 내부도 신사업을 개척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사기를 살리는 데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이 내정자가 적임자란 분위기다.

김 신임 위원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신임 사장은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아우를 수 있는 통신전문성과 실추된 KT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도덕성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사장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KT는 “이 내정자가 KT의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과 추진력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사고능력이 뛰어나고 객관적 입장에서 KT의 경영혁신을 주도해 주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해 장기적인 가치증대를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자”라고 내정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마찰이 예상되는 현안도 곳곳에 쌓여있다. 이 내정자의 ‘낙하산 논란’이 가장 큰 산이다. KT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등이 이 내정자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노사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 내정자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경북 성주 출신인 이 내정자는 경복고, 서울대 상대를 나와 1969년 행시 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KT의 관료 출신 사장은 1997년 이계철 전 사장 이후 11년만이며,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이다. 이 내정자는 현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에 민주노총 산하 전국IT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은 “이 내정자의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다”며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특히 KT가 ‘경쟁사의 임직원은 이사가 될 수 없다’는 정관을 개정하자 KT노조는 “현재의 조항해석 문제가 특정인을 배려하거나 배제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사장 후보 공모 당시 SK C&C 사외이사 신분이었다.

‘강경파 vs 온건파’

KT에 곧 몰아닥칠 조직 개편도 노사 간 갈등의 불씨다. 통신업계는 이 내정자의 취임 직후 KT의 최대 현안인 ‘KT-KTF 합병’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원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KT의 임직원은 3만7000여명. KT는 앞서 IT부문 분사, KT플라자 단계적 축소 등 KTF와의 합병을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더구나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경제 악화도 구조조정 임박을 예고하고 있다.

이 내정자와 김 신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김 신임 위원장은 “전임 사장의 구속과 구조조정 위기 속에서 가장 큰 현안은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내정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적극적인 성장사업 육성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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