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 종합감사 받은 내막

2010.10.26 10:11:20 호수 0호

비리·부정 ‘속출’벌레 먹은 ‘사랑의 열매’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공동모금회 각종 비리로 얼룩
국민 성금 술값으로 ‘펑펑’… ‘장부조작’ ‘친인척 거래’

국내 유일의 법정 공동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각종 비리가 도를 넘어섰다. 지난 11일부터 보건복지부가 공동모금회 중앙회와 서울 등 6개 지회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공금 유용, 장부조작, 친인척 거래 등 각종 비리가 적발된 데 이어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온갖 편법과 불법이 동원된 사실이 들통 났다.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기부했던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무참히 짓밟은 것.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번 종합감사와 국정감사를 계기로 공동모금회에 대해 시민이 참여하는 감시기구를 설치할 뜻을 밝혔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은 공동모금회의 기 막히는 비리 내용을 취재했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공동모금회가 업무추진비를 유용하거나 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상당수 드러났다. 소중한 국민 성금을 다루는 국민모금회의 특성상 다른 기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린 탓에 방만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운영을 해온 것.

각종 비리 속출

붉은색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공동모금회는 지난 1998년 설립됐다. 유일한 법정 전문모금기관으로 소득공제를 받는 기부금의 한도가 아름다운 재단 등 다른 모금재단보다 5~10배나 많다. 이런 혜택 덕분에 연간 모금액은 3000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공동모금회의 각종 비리 행태로 인해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몇 곱절이나 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동모금회의 비리 행태를 공개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1년여의 기간 동안 술값 등 향응 비용으로 공금 3300만원을 탕진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공동모금회 경기지회 사무처장으로 일했던 A씨는 2009년 1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유흥주점과 술집·식당 등에서 법인카드로 3300만원을 긁었다. 일반적인 직장인의 연봉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기자간담회를 이유로 143만원을 허위청구하고, 내부 회의를 연다며 기관운영비 126만원을 청구하는 등 거짓으로 서류를 꾸몄다. 거짓 서류 내용 중 가장 빈번한 것은 기부 참여 단체들과의 만남이었다. A씨가 제출한 거짓 서류에 따르면 그는 1년 3개월 동안 기부참여 단체 관계자와 112회 만났고, 그 과정에서 접대비로 3054만원을 썼다. 사흘에 한 번꼴로 만나 향응을 제공했다고 허위 보고한 것.

그런가 하면 공동모금회 인천지회도 비위에 가담했다. 2003년 모금 캠페인을 실시하면서 관련 물품 제작비용으로 297만원을 업체에 지급했지만 물품 100개 가운데 9개만 납품되었을 뿐, 나머지 91개는 납품되지 않았다. 

또 매년 연말이면 거리에서 눈에 띄는 ‘사랑의 온도탑 제작 과정에서도 비위가 드러났다. 인천지회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0만원을 들여 온도탑을 제작했다고 보고했지만 온도탑은 2006년에 제작한 것이 계속 사용됐다.

공동모금회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동모금회를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 제도 및 전달체계 감사에서 모금회 대구지회 업무를 총괄하는 간부 B씨는 2008년 3월부터 2009년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직원 4명을 특별 채용할 때 인사 관리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공동모금회 규정상 결원인원을 보충하려면 내부 승진을 시키거나 공개모집을 통해 직원을 채용해야 했지만 B씨는 부장 1명을 채용하면서 모 협의회 이사장이 부탁한 C씨를 특별 채용했다. 또 계약직 직원을 뽑으면서 복지기관 근무 경험도 없고 인사권자도 아닌 특수 관계자의 추천을 받은 인물을 채용했다.

공동모금회의 어이없는 비위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복지분야 전문가들은 “모금단체 비위는 투명성의 문제"라면서 “운영비 사용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의 방법을 마련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모금회의 감사내용을 여실히 밝힌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 역시 “공동모금회는 전체 수입의 90% 이상이 모금이고 그 밖의 수입도 복권수입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수입 등 전적으로 국민의 성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라면서 “모금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모금시장 활성화와 나눔 문화 확산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공동모금회를 비롯한 복수의 전문모금기관을 정부가 지정해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모금회의 부실 운영은 모금 시스템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모금사업을 복수의 전문모금기관이 수행하도록 해 국민의 기부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모금기관의 문제를 잘못 파악한 것 같다"면서 “모금기관을 복수화하게 되면 정부가 관여하게 됨으로써 독립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모금회의 각종 비리 행태가 드러나자 국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사랑의 열매가 아니라 비리의 열매다" “다음부터 기부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음주가무에 쓴 이들의 행태에 분노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등의 질타가 계속됐다.

국민들의 원성이 계속되면서 시민들이 직접 공동모금회를 감사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실제 공동모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시민 참여 기구가 설립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공동모금회의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해 회계 투명성 확보, 외부 감시체계 강화, 조직 및 인사 혁신 등을 골자로 한 ‘공동모금회 운영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먼저 중앙 및 지회별로 시민이 주축이 되는 국민참여청렴위원회를 설치해 상시적인 외부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2년에 한 차례씩 외부 회계 법인을 통해 회계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지역 유관단체와의 유착에 따른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과 지회 간 인사교류를 정례화하고, 회계부서에도 장기간 근무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성금, 시민이 지켜

공동모금회에 모이는 성금은 대부분 대한민국 소시민이 기부한 돈이다. 때문에 시민들은 내가 낸 성금이 어떻게 쓰이고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할 권리가 있다. 시민들의 공동모금회 감사 참여가 앞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길 바란다.

반면 시민들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배신하고 공동모금회를 비리의 온상으로 만든 당사자들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강력하게 처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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