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 ‘외나무다리에 서다’

2010.10.19 09:40:32 호수 0호

이재오·손학규·김문수 3인의 질긴 인연 대해부



손학규-이재오, 6·3 동지…4대강 창과 방패로 만나
손학규-김문수, 경기도지사 기반으로 대권행 ‘같은 길’

이재오 특임장관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화제다. 이들은 과거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다는 것 외에도 이 장관과 손 대표는 ‘6·3’ 동지로, 손 대표와 김 지사는 전·현직 경기도지사라는 교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여야로 길을 달리하고 있는데다 차기 대권을 둔 ‘경쟁자’로 만나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는 말이 적절한 이들이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이들은 과거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 의원이었다. 또한 이 장관과 손 대표는 15·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동료 의원으로 활동하기 이전에 이미 박정희 군사정권에 맞서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시위를 주도한 한일회담반대운동 세대며 6·3 세대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05년에 열린 6·3 동지회 41주년 기념강연회에서는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이 장관, 경기도지사였던 손 대표가 나란히 앉아 시선을 끌기도 했다.

한솥밥 먹었는데…

하지만 최근 만남에서는 각각 ‘여권 실세 장관’과 ‘제1야당의 수장’으로 인사를 나눴다. 지난 8일 손 대표의 당선 축하 인사차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한 이 장관은 “손 대표가 워낙 잘해서 민주당에서도 서광이 비친다”고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손 대표는 “민주당이 잘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정부 여당이 잘해야 한다”고 답해 ‘불편한 자리’에 선 이들의 관계를 상기시켰다. 현 정권의 저격수가 돼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손 대표와 이를 막아서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할 이 장관의 입장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


손 대표는 “정부 여당이 제대로 못하면 우리가 빼앗아 오겠다. 정부 핵심에 있는 분의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이번에 나를 대표로 뽑아준 것은 이명박 정권 갖고는 안 되겠으니 민주당이 나서보라는 뜻”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같은 6·3 세대”라는 말로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그런데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죄송하지만 이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공세를 계속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회동에서는 더욱 날선 분위기가 연출됐다. 현 정권의 핵심 정책인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한미 FTA 재협상 문제를 놓고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

손 대표와 김 지사는 ‘경기도지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손 대표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됐다. 경기도지사 시절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며 외자유치를 위해 전세계를 누비는 등 다양한 치적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대선에 도전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손 대표의 뒤를 이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으며 차기 대권주자 순위도 급상승했다.

이들은 같은 지역적 기반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대선에서 맞붙을 경우 여러 가지 면에서 겹치는 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여권 한 관계자는 “100일 서민행보, 춘천칩거 등 서민이미지가 강한 손 대표가 민주당을 맡게 되면서 이미지가 상당부분 겹치는 김 지사의 대선후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고, 비슷한 이미지를 쌓고 있기에 ‘충돌’도 불가피하다. 이번 경기도 국감에서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 지사가 손 대표와 지지기반이 겹치는 점을 의식한 듯 민주당의 파상공세가 쏟아졌다. ‘손학규 때 경기도가 더 좋았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에 김 지사도 적극적으로 맞섰다.

김 지사는 지난 13일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손 대표가 지사로 있을 때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는 70%가 넘었는데, 지금은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지방 부채는 급증하고 있고,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도 손 지사 때보다 낮아졌다”고 지적하자 “제시한 통계에 문제가 많다. 특히 지방채무가 많다는 부분은 시·군 채무를 도 채무와 합쳤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의원의 “손 지사 때와 비교하면 골프장만 늘었다”는 공격에도 “(골프장은) 손 지사 때 허가했던 것이고,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관광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법을 바꿔놓아 건설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렇게 일방적으로만 말하면…”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날 김 지사의 국감 발언을 들며 “민주당이 경기도에 요구해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손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시절 골프장 인허가는 9개에 불과하고 김 지사가 허가한 것은 38개”라며 “어떻게 이런 거짓말과 허위 답변을 할 수 있는가”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창과 방패의 대결

이 장관과 김 지사의 인연도 각별하다. 노동운동을 하던 김 지사는 1990년 이 장관과 진보정당인 민중당을 만들어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에 영입돼 1996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20년 넘게 ‘동지’로 지냈으며 그만큼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지사가 김태호 전 지사의 국무총리 내정을 계기로 현 정권에 날을 세우기 시작한 직후 ‘갈림길’에 섰다.

특히 차기 대권과 관련, 손 대표와 김 지사는 물론 이 장관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상태라 이재오·손학규·김문수의 ‘엇갈린 인연’은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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