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 동조 ‘김용현 사조직’ 정체

2025.08.18 11:22:29 호수 1545호

아직 살아있는 ‘내란 라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본래 경호처장이었다가 지난해 갑작스럽게 임명됐다. 군 안팎에서도 예상 밖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 전 장관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고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를 자신만의 라인으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말을 잘 따를만한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그가 경호처장일 때부터 실행된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를 ‘용현파’로 만들어야 했다. 실제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을 포함해 핵심 간부들은 김 전 장관에게 ‘충성’했다. 사실상 ‘김용현 사조직’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측근 아성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 주요 보직자는 과장인 김모(육사 56기) 대령, 전임자 수도권 기갑여단 이모(육사 54기) 준장, 인사기획관리과 총괄 이모(육사 60기) 중령, 전임자 수도권 사령부급 행정팀장인 권모(육사 59기) 대령(진·현재 지상작전사령부 근무), 장군인사팀장인 김모(육사 59기) 대령(진), 스마트인재관리담당인 강모(육사 59기) 대령(진) 등이다.

이들 모두 12·3 내란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국방부 직원들의 비판이다.

과장 김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군단 인사처장)이었을 때 소령(행정장교)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에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이 중령은 특전사 경험이 전무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 대한 부대원들의 충성심과 동향 등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오 전 기획관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군인사팀장 김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이었다. 김 전 장관의 비서실장이었던 만큼 그의 사적 일정, 외부 접대, 공식 업무 전반을 도맡았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강호필 지작사령관을 보좌하는 권 대령은 이 중령이 보임받기 전 오 전 기획관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는 강 사령관의 공식 일정 및 사적인 일정 모두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특히 강 사령관의 동향을 오 전 기획관에게 따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수장이던 오 전 기획관은 국방부 내에서 ‘예스맨’이자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부터 신뢰한 인물이다. 부하 직원들로부터 여러 차례 갑질 신고를 받았음에도 징계를 받지 않고 자리를 지켰을 정도다. 군 조직 특성상 ‘상명하복’은 필수이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서나 안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특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 소환 검토
오영대 등에게 불법 계엄 인사 따질 듯

국방부 내 실장급 인사 4명이 각각 공무원 2명, 예비역 2명으로 구성돼있다. 김 전 장관은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존 예비역 자리인 자원관리실장을 공무원 자리로 바꾸려 하기도 했다.

당시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실제 인사는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논의 후 이뤄졌다. 군 안팎에서는 “신 전 장관이 자신의 11개월 재임 기간 동안 김 전 장관이 자신의 장군 인사를 다 박살 내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오 전 기획관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진술조서에도 “2024년 상반기 장군 인사와 관련해 특이사항이 있다”며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새로 진급한 신참으로, 육사 위주로 보직하라고 지시했다”고 적혀 있다.  당시 장성급 인사에선 육사 출신 2명이 여단장으로 임명됐고, 오 전 기획관은 “해당 부대는 모두 비상계엄에 투입된 걸로 안다”고 진술했다.

오 전 기획관의 말대로 이들 부대는 내란 당일 각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로 출동했다. 오 전 기획관은 “장군 인사에는 대통령실 의중이 많이 반영된다”면서 “김용현 장관이 경호처장이고,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 장군 인사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에 자신의 측근들을 포진시키는 데 성공한 김 전 장관은 오 전 기획관에게 내란 당일 ‘계엄 인사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 다만 비상계엄이 빠르게 해제되면서 각 군 본부에 하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계엄 인사 문건 작성을 위한 회의는 이 중령이 주도했다. 당시 국방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됐는데 회의를 하는 게 맞느냐”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의 연락을 받은 오 전 기획관은 ▲계엄 상황에서 용사 휴가 통제 ▲휴가 중인 용사 관혼상제 아닌 이상 내일 중 복귀 ▲해외 학업 목적 위탁 교육생 복귀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 인사 조치도 이 중령이 오 전 기획관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경호처장 시절부터 신임 듬뿍
“진정한 용현파” 핵심 부서에

이를 파악한 내란 특검팀은 지난 13일 오전, 장군 인사팀장이던 김 대령과 또 다른 담당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김 대령 등에게 내란을 준비하기 위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의도에 따라 군 인사가 시행됐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들은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인사다. 지난해 11월 육군 중장 진급자가 없던 건 이례적”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이 중장으로 진급했던 2013년 하반기 인사를 보면 매년 상·하반기 육군 중장 진급자는 존재했다. 김 전 장관이 중장으로 진급할 때는 6명이었다. 하반기 인사 기준으로 2014년 5명, 2015년 7명, 2016년 4명, 2017년 10명, 2018년 4명, 2019년 5명, 2020년 6명, 2021년 6명, 2022년 3명의 육군 중장 진급자가 있었다.

내란 핵심 관계자인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육군 중장의 3성 진급 시기인 2023년 하반기 인사 때도 육군 중장 진급자가 7명이었다. 이들은 방첩사령관·수방사령관·특전사령관 등 보직에서 임무를 수행한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인사 대상자였다.

오 전 기획관도 김 전 장관이 취임 직후 ‘올해는 3성 장군 인사가 없다’고 했는데 두 달 뒤인 11월25일 이를 뒤집고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교체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오 전 기획관은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정진팔 차장이 함께 근무했던 이력이 있고 성격도 무난해 강성인, 김봉수와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정 차장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부사령관을 맡았고 윤 전 대통령 및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참 건물 지휘통제실에 모여있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특검팀은 장군 인사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오 전 기획관을 포함해 이들과 계엄 인사를 논의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검토 중이다.


갑자기 오리발?

한 국방부 출신 인사는 “김용현이 오영대 전 기획관에게 계엄 인사안을 작성하라고 여러 번 재촉했다. 지난해 정보사 문제도 마찬가지로 ‘비상식적 인사’였다고 여러 번 진술했는데 내란이 실패로 끝났기에 특수본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 때 부하 직원들에게 ‘빨리 인사안을 작성하라’고 소리쳤는데 김 전 장관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거부했어야 했다. 그날 오 전 기획관의 행동은 검찰에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과 상반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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