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어째서 박스만 보면 들어가려고 하는 걸까?
2014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 연구팀은 보호소에 새로 들어온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보호소라는 낯선 환경은 고양이에게 매우 큰 스트레스 요인인데요.
소음, 낯선 냄새, 다른 동물의 존재까지 모두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고양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는 숨을 수 있는 박스를 제공하고 다른 쪽에는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스트레스 지수는 두 그룹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했지만 상자가 있는 고양이는 대조군보다 7일이나 일찍 안정화 상태에 도달했고, 덕분에 낯선 환경에 더 빨리 적응했죠.
이는 박스가 단순한 종이 상자가 아니라, 고양이가 불안감을 다스릴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박스일까요?
첫째, 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낯선 자극이나 갈등에 맞서는 대신 회피로 각성 수준을 낮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자처럼 사방이 가려지는 구조물은 외부 자극을 걸러 주고, 스스로 통제감을 느끼게 해 스트레스 점수와 긴장 행동을 줄여지는 것이죠.
둘째, 고양이의 높은 체온 때문입니다.
고양이에게 가장 쾌적한 온도는 약 30~38°C로, 사람(대략 18~25°C)이 편한 실내 온도보다 훨씬 높은데요.
골판지 상자는 공기층 덕분에 단열·보온 효과가 있어 작은 공간에서 체열을 붙잡아 둡니다.
고양이에게 박스 안이 더 빨리, 더 편하게 쾌적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죠.
셋째, 잘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하루 16시간 이상 잠을 자는데요. 몸을 감싸주는 좁고 닫힌 공간은 심리적 안정과 깊은 수면을 보장합니다.
실제로 보호소 연구에서도 박스를 제공했을 때 이완 행동이 늘어난 게 관찰됐습니다.
결국 고양이에게 박스는 단순한 상자가 아닙니다. 안정과 따뜻함, 휴식까지 한 번에 주는 만능 공간이죠.
그러니 비싼 장난감보다 박스를 더 좋아한다고 해도, 이제는 이해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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