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상원·김충식 연결고리 확인

2025.09.04 17:37:23 호수 1548호

“성우회 통해 수십년 전부터 알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김충식씨의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김충식씨는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의 내연남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 ‘성우회’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예비역 장성 인맥이 커넥션이 된 셈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가족과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했다. 그가 현역 군인 신분으로 일본을 찾은 건 24년 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인으로 불린 김충식씨는 ‘성우회’를 통해 노 전 사령관을 알고 나서 그의 일본 활동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기막힌 인연

노 전 사령관은 군 정보기관 엘리트들과는 달랐다. 유럽이나 미국 유학길이 아닌 ‘일본’을 고집했다. 진급 야망이 컸던 노 전 사령관은 1990년대 소령 때부터 ‘성우회’에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성우회 핵심 멤버였던 정보사 OB들을 통해 첫 번째 연결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성우회는 회원 중 극우 성향 국회의원들을 배출했을 정도로 정치권에 입김이 강했다. 주로 국방 정책 현안을 논의하지만 예비군의 안보 교육 등을 맡기도 했다.

이 단체의 예비역 장성들과 친분을 유지한 인물이 김충식씨다. 김충식씨는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의 내연남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마다 언급되면서 베일에 싸인 진짜 실세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조 및 종교·정·재계 유명 인사들을 관리한 김충식씨는 성우회 간부들을 자신이 연 전시회에 여러 번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타 업계 고위 관계자들과의 인연을 맺어주는 등 이른바 ‘브로커’를 자처했다.

그의 인맥을 알아본 노 전 사령관은 김충식씨와 2000년대 초반부터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부하라는 사실을 안 김충식씨는 성우회에 “노용래(노 전 사령관의 개명 전 이름)를 잘 챙겨줘라”고 했다고 한다.

한 성우회 출신 인사는 “노상원이 성우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건 회원이었던 김용현과 정보사에 몸담은 노상원의 육사 선배들 덕이다. 김용현보다 높은 성우회 간부들과 친분이 깊었던 건 김충식”이라며 “김충식씨가 김용현 밑에 있던 노상원을 당시 하나회 출신 인사들과도 여러 번 만나게 해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육사 선배 정보사 OB들에 수완 입증 후 눈도장
성우회에서 김충식 만나 ‘막강 인맥’ 통한 진급

<일요시사> 취재와 ‘열린공감TV’가 확보한 김충식씨 자료 등을 종합하면 실제 노 전 사령관은 김충식씨가 주관한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전시회에 후원금을 보냈다. 후원금 목록으로 보이는 봉투에 적힌 이름들은 노 전 사령관을 포함해 권도엽, 정성길, 유효일, 김무웅 등이다.

이들 모두 육사 출신 성우회 OB로 확인된다.

막강한 인맥을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은 2001년 일본 나라현 덴리시에 위치한 천리대학교 석사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천리대학교는 일본 내에서 최초로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을 정도로 ‘한국학의 메카’로 통한다. 비슷한 시기에 오사카에서 머물렀던 김충식씨는 노 전 사령관에게 일본 사업가와 종교인들을 소개했다고 한다.

이후 이 둘은 정기적으로 일본 신사에 방문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 출신 한 인사는 “노상원이 종교나 무속에 빠져들기 시작한 게 대략 소령 때부터인데, 그게 일본에 갔다 온 이후다. 보통 일본에 국방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바로 돌아오는데 노상원은 돌아가지 않으려 기를 썼다”고 했다.

이 인사는 “일본에 다녀오고 나서부터 사실상 ‘정치 군인’이 된 케이스”라며 “정보활동을 비즈니스로 이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우회와 김충식씨도 일본 극우파와 연관돼있다. 성우회의 경우 안전보장간화회(이하 간화회)로부터 초청을 받아 2016년 10월14일부터 17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당시 일본 사사가와 재단은 성우회 방문단 7명의 도쿄-오키나와간 편도 항공권 비용을 대납했다.

또 성우회 예비역 장군들을 도쿄 이찌가야 호텔로 불러 재단 이사장 명의의 공식 만찬을 제공했다. 사사가와 재단은 일본의 A급 전범 용의자 출신 사사가와 료이치가 설립한 재단이다. 

노 포함 성우회 핵심 멤버들 김 전시회 수차례 후원
"김, 노에 일본서 사업가, 종교인 소개···신사 참배도”

1년 후인 2017년 11월에는 역으로 성우회가 간화회 임원 8명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이들 임원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고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했다. 간화회 고위 임원 중에는 고 아베 전 총리의 배후로 알려진 일본 극우 세력 ‘일본회의’와 관계가 있거나,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부정하는 등 과거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들이 상당하다.

김충식씨는 1939년 4월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작품전을 열고 후지TV에도 출연했다. 특히 일본 통일교와도 밀접한 관계였다. 그는 20년 전부터 통일교를 앞세워 사업 등 이권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김충식씨와 통일교와의 연결고리는 최은순씨와 22년간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정대택씨 사건의 2004년 법원 증인신문 조서에서 드러난다. 정씨가 본인을 속여 돈을 가로채려 했다며 최은순씨가 정씨를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재판에서 정씨 측 변호사와 증인 이모씨는 통일교 관계자에 대해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당시 정씨 측 변호사는 이씨에게 “김충식은 통일교 일본국 책임자로 있으며 김충식의 가짜 도자기를 일본에 팔아주던 최일두를 피고인(정태택씨)에게 소개해 주었는데 최일두 또한 김충식과 비슷한 사람이어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지요”라고 했다. 최일두씨는 한동안 통일교 일본 도쿄 책임자로 일했던 인물이다.

김충식씨와 노 전 사령관은 건국대학교라는 교집합도 존재한다. 건국대에는 KU 클럽이라는 1000만원 이상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후원한 건국대 출신 동문이 가입할 수 있는 단체가 있다. KU 클럽 소속으로는 경영전문대학원을 포함해 원우회가 가장 많다.

최근까지 만났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2014년 KU 클럽 소속 ‘건송회 대표’는 김충식씨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후원금 봉투에는 노 전 사령관의 개명 전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충식씨와 최은순씨 모두 건국대와 관련이 깊다. 최은순씨의 경우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총동창회 부회장을 지냈다.

2019년 4월18일 김충식씨는 ‘용래 YR’이라는 메모를 수첩에 남기기도 했다. 두 사람이 이날 만났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YR’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노 전 사령관을 수사할 당시 자택에서 확보한 계엄 관련 문건의 이름과도 같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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