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수영부 학폭 가해자 부모 ‘2차 가해’ 논란

2025.08.22 10:40:57 호수 0호

대회장 찾아 피해자 가족 위협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인천 한 수영팀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부모가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 측은 역고소까지 당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학폭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를 괴롭힌다. 제발 좀 도와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중학교 1학년 수영부 학생의 모친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아들이 함께 훈련하는 3학년 수영 선수로부터 상습폭행을 당해왔다고 호소했다. 해당 가해 학생은 현재 학교폭력심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됐으며, 형사고소장도 받은 상태다.

A씨는 “아들이 대회 때마다 가해 학생과 마주치고 있으며, 최근엔 가해자 부모까지 대회장을 찾아와 피해자 가족을 괴롭히는 등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9일, 피해자 부친 B씨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온 가해자 부친 C씨는 “니가 OOO 아빠 맞아? 따라 나와”라며 위협했고, B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C씨는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라며 폭언과 신체 비하 발언 등을 퍼부었으며, 당시 화장실엔 목격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다음 날도 대회장에 나타나 B씨를 향해 “내가 너 (우리 아들과) 똑같이 만들 거야. 때려 봐 OOO야, 때리지도 못하는 OOOO”라며 조롱했고, C씨의 아내는 뒤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


B씨가 큰 목소리로 “가해자는 OO중학교 OOO이고, 부친은 인천 실업팀 감독 OOO이다. 지금 피해자 가족을 괴롭히고 있다”고 외쳤고, C씨 아내는 “오케이 됐어, 영상 확보”라고 말한 뒤 이를 근거로 피해자 가족을 고소했다.

역고소를 당한 데 대해 A씨는 “주변에선 ‘자녀의 고소를 취하하게 만들려는 수작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며 “저 역시 트집잡는 것이라고 판단해 증거 영상을 확보해 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갈등의 출발점은 결국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 아들은 중학교 수영부에 입단하면서 훈련을 함께하던 타 학교 3학년 학생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강제추행, 협박 등을 당하기 시작했다.

가해 학생은 훈련 도중 머리를 물 속에 밀어넣어 숨을 못 쉬게 하거나, 고압 청소건을 수영복에 넣고 급소에 쏘는 등 각종 방법으로 A씨 아들을 괴롭혀왔다.

게다가 1학년 후배들에게 디스 랩(상대를 비난·공격하는 내용을 담은 랩)을 시켜 서로 싸움을 붙이고, 간식을 빼앗거나 사 오게 하는 등 강요와 갈취 행위도 반복됐다.

수영팀 단체 대화방 캡처본도 공개한 A씨는 “아들이 전부터 맞고 있다고 말해왔으나 운동부의 기강 잡기 정도로 여겼다”며 “이 정도로 매일 폭행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결국 저희 아이는 틱 증세까지 생겼다”고 털어놨다.

폭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두 달 만에 학폭위에 회부됐고, 이 과정에서 2학년 학생 한 명도 “지난 겨울부터 피해를 당했다”며 추가 폭로했다.

이후 가해 학생은 소속 수영팀에서 퇴출돼 서울의 다른 팀으로 옮겼지만 학폭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회에서 서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6일엔 대회장 샤워실에서 가해 학생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과 함께 추가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가해자 측이 전 소속팀의 코치까지 동원해 합의하라고 압박했으나, 응하지 않자 부모를 괴롭히고 있다”며 “처음엔 가해자도 미성숙한 아이일 뿐이라 용서하려 했지만, 가해자 부모는 지나치게 당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당한 강제추행과 폭행, 협박도 억울한데 합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가족까지 괴롭힘을 당해야 하느냐”며 “이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회원들은 “(가해 학생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 없는 이유가 부모에게 있었다” “이 일은 소속팀 본사에 알려져야 된다” “운동부에서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니…꼭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걱정이다. 빠르게 해결되길 바란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회원은 “학폭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처벌보다 아이가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니 이사 등 초기에 분리시켜 보살펴야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A씨는 “맞는 말씀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수영하는 아이라 샤워실에서 사건이 일어나니 CCTV로 잡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1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A씨는 “다른 피해자들은 C씨가 역고소하겠다는 등 강하게 압박해 합의했지만 수영 선수가 꿈인 제 아들은 앞으로도 대회에서 가해 학생과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며 “현 상황을 방치하면 아들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A씨는 “온라인과 언론에 알려지면 더는 가해가 이어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글을 쓴 것”이라며 “가해 학생의 선수 생활을 중단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폭위에 제출한 ‘보호자 의견서’에서 A씨는 조건부로 갈등 조정에 참여할 의향을 밝혔다. 조건엔 아들과 마주칠 경우 가해 학생이 먼저 피할 것, 재발 방지 각서를 작성할 것 등이 포함됐으며, 이를 어길 시 선수 생활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도 기재됐다.

C씨에 대해선 “모욕과 협박 명목으로 고소를 진행 중”이라며 “체육계 실업팀 감독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일반인을 상대로 위협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선 가해자의 친척 중 시의원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그가 교육청 장학사를 통해 낮은 수위의 처분을 받도록 청탁했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이날 해당 시의원에게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기준, 해당 게시글은 블라인드 처리된 상태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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