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강주모 기자 = 누구나 간편하게 음식점이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무인 주문기)는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30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3040 세대들 사이에서도 키오스크 주문은 더 이상 낮선 풍경이 아니다.
업주 입장에선 인건비 절감, 운영의 효율성으로 설치를 늘리고 있지만 고령층이나 기계 조작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에겐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최근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도 목격됐다.
지난 1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길 가는데 모르는 할아버지가 커피 한잔 사달라고 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이날 글 작성자 A씨는 “약간 외진 골목 상권을 걸어가고 있는데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제게 손짓하시면서 ‘커피 한잔만 사달라’고 하셨다”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당시 할아버지·할머니 노부부는 함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인근 무인 카페를 찾았다. 두 노부부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하고 싶었으나 메뉴 선택 후 마지막 단계인 신용카드 넣는 곳을 찾지 못해 계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마침 A씨가 인근을 지나고 있었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A씨는 “할아버지께서 신용카드를 건네 주시길래 옆에서 키오스크 결제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커피도 가져다 드리고 카드 건네드렸더니 ‘한잔 뽑아 마시라고 하셨다’”며 “키오스크 탓을 하시기보단 ‘그걸 몰라서 내가 못했네. 알려줬으니 이제 앞으로는 할 수 있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음료는 정말 괜찮다”며 할아버지가 건넨 카드를 사양한 후 “키오스크가 익숙치 않아 어려우실 수 있다. 좋은 시간 되시라”는 말을 남긴 후 무인 카페를 빠져나왔다.
아울러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들을 가끔 보다 보면 어르신들이 헤매고 있는 걸 가끔 보는데 그럴 때 먼저 다가가서 ‘안 되시면 뭐 도와 드릴까요’하고 먼저 이야기하는 편”이라며 “30년 뒤 나도 똑같이 도움받지 않겠느냐”고 마무리했다.
키오스크는 디지털 소외 문제 외에도 ▲시간 지연 ▲결제 방식의 제한성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한눈에 메뉴 구성이 보이는 전통적인 카운터 주문과 달리, 키오스크는 화면을 여러 번 눌러야만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신규 메뉴가 많은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원하는 음식을 찾는 데만 몇 분이 걸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줄이 길어지고, 오히려 ‘빠른 주문’을 기대한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안길 수밖에 없다.
결제 방식의 제한성도 생각해 볼 문제로 꼽힌다. 일부 키오스크는 현금 결제를 지원하지 않아, 카드나 간편결제를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키오스크 확산이 불가피한 흐름이라 하면서도, 사용자 친화적 설계와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도권 소재의 한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면 단순화, 음성 안내, 현금 결제 지원 같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기술이 모두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편리함을 앞세운 키오스크지만 그 이면에는 디지털 소외와 사용 불편이라는 과제가 뚜렷하다. 기술 혁신이 진정한 ‘편리함’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전반의 눈높이를 고려한 개선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